P2P 동산담보대출 줄줄이 상환지연...투자자 손실 눈덩이

2020-08-2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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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 유통채널 막혀 담보가치 급락

중소업체→대형업체 도미노 부실 위험

회원사 대출 잔액 19개월새 83% 급증

[사진=연합뉴스]


중소 P2P(개인 간) 금융업체를 시작으로 동산담보대출 상환이 잇따라 지연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소상공인의 유통 채널이 막히며 동산담보물 가치가 급락하고 있는 탓이다. 동산담보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중대형 업체들도 최근 상환 지연이 발생하면서 도미노 부실 우려가 나온다. 1000억원 이상의 대량 부실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P2P금융의 동산담보 부문이 새로운 뇌관으로 떠올랐다.

25일 P2P금융업계에 따르면 펀다는 지난 20일 '6162호(동산 43호)' 투자자들에게 투자금 상환이 어렵다고 개별 공지했다. 지난해 10월 대출이 집행된 이 상품은 올해 3월 투자금이 상환돼야 했지만, 6개월째 연체되고 있다. 5개월의 짧은 만기에 연 18% 수익률을 내세웠다. 투자 원금은 2억5000만원으로 미미하지만, 펀다가 취급한 동산담보 대출 총잔액 38억원 가운데 30일 이상 연체 중인 잔액 비중은 88%(약 33억원)에 달한다.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매출담보 대출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펀다는 중소 업체지만, 제도권 금융사인 비씨카드로부터 초기 지분투자를 받을 만큼 혁신 서비스로 이름을 날렸다. 사업 확장을 위해 2018년 7월 동산담보까지 포트폴리오를 확대했으나, 수익성이 크지 않아 지난해 12월 취급을 중단했다.

P2P업체의 동산담보대출은 의류·잡화, 농축수산물, 음식업종 등에서 일하는 소상공인들이 주로 이용한다. 부동산을 보유하지 못하거나 신용도가 낮아 은행 등 제도 금융권 이용이 어려운 소상공인 사이에서 인기를 끌며 지난해 크게 성장했다. 한국P2P금융협회 회원사들의 동산담보 대출 잔액은 2018년 말 653억원에서 지난달 말 1194억원으로 83% 급증했다. 이 기간 전체 대출잔액 증가폭(43%)의 두 배에 달한다.
 

[그래픽=아주경제]


상환에 문제가 발생한 것은 올해 들어서다. 코로나19 사태로 소상공인들이 경영난을 겪자 상환이 지연되고 연체로 이어졌다. 동산담보 부문 1위 업체인 시소펀딩은 현재까지 연체율 0%를 기록하고 있으나, 지난 18일 28개 상품에 대한 첫 상환 지연을 공지했다. 다음날인 19일에는 21건의 상환 지연을, 24일에도 17개 상품에서 지연이 발생했다고 알렸다. 상환 지연이 30일을 넘어서면 연체가 된다. 시소펀딩의 동산담보 대출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247억원이다.

앞서 탑펀드도 지난달 24일 상환 지연 상품이 1개가 발생했다고 처음 공지했다. 하지만 한달 사이에 지연 상품은 250개를 넘어섰다. 탑펀드의 동산담보 대출잔액은 95억원으로 동산담보 시장에서는 중위권에 해당한다.

문제는 P2P금융을 이용하는 소상공인의 유통시장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며 동산담보가격이 급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동산담보대출 취급 시 P2P업체는 소상공인의 동산물을 자체 전용창고에 보관하거나, 보세창고와 같이 다른 업체와 공동으로 사용하는 창고에 넣어 관리한다. 이후 차주가 돈을 갚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면 해당 물건을 팔아 투자자에게 투자금을 돌려준다.

그런데 수출길이 막히고 내수도 축소되자 동산물이 팔리지 않는 지경에 이르면서 동산물 가치가 크게 떨어진 것이다. 실제로 펀다의 '동산 43호' 차주의 경우 대출원금(2억5000만원)의 5배에 이르는 12억3000억원의 담보물을 맡겼으나, 원금에도 팔리지 않아 반년째 상환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차주는 앞서 이용한 '동산 42호(5493호, 5541호)'와 '동산 33호(5149호, 5150호, 5258호)'에 대해선 이상 없이 상환했었다.

업계 관계자는 "담보물을 제값의 50~60%가량으로 팔아도 투자자들에게 어느 정도 상환을 해줄 수 있는데, 현재는 담보가치가 10%까지 떨어졌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상황이 이렇자 P2P금융 동산담보대출에 대한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P2P협회 회원사 동산담보대출 잔액만 1200억원에 이른다. 코로나19 2차 대유행 조짐이 발생하면서 중소형 업체에서 시작한 부실이 대형업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마저 제기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상환 지연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대량 연체로 이어질 경우 우리 경제의 새 뇌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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