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뱅크 컨소시엄을 이끄는 김성준 렌딧 대표가 지난달 30일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앞으로 등장하게 될 네 번째 인터넷은행은 7~8년 전 등장한 1세대 인터넷은행들과 기술적 환경·배경이 다르기 때문에 '포용금융'에 대한 비전이 다르다는 점을 김 대표는 강조했다.
김 대표가 주목하는 '신파일러(금융거래 이력 부족자)'는 노년층·외국인·중소기업·소상공인이다. 초고령화 사회, 인구 절벽 등 앞으로 한국 사회가 직면해야 할 문제를 고려할 때 세 경제 주체는 모두 다르지 않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도 포트폴리오가 쏠리지 않게 해 은행의 건전성을 관리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서비스형 뱅킹(BaaS)을 적극 활용해 하나의 애플리케이션 안에서 모든 금융·비금융 서비스 경험을 완료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겠다는 목표다. 다음은 김 대표와 일문일답한 내용.
- 온라인투자연계금융(P2P)업에서 인터넷은행을 준비하게 된 배경이 무엇인가.
"한국 금융시장에서 가장 큰 문제가 바로 '금리 절벽' 문제다. 전체 신용대출 시장에서 절반가량의 고객이 제2금융권 대출을 이용하고 있다. 5%대 금리를 제공하는 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지 못하면 최소 15%가 넘는 2금융 대출을 받아야 한다. 리스크가 점진적으로 늘어야 하는데, 금리가 갑자기 10% 넘게 뛰면서 소비자들이 과도하게 높은 금리를 낸다.
렌딧의 포용금융은 인터넷은행의 본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어느 금융기관이든 조달 금리에 리스크 프리미엄의 마진을 얹어 금리를 산정한다. 렌딧은 기술적으로 좋은 신용평가모형(CSS)을 만들고, 비대면으로 서비스를 공급해 리스크 프리미엄을 낮추고자 했다. 이런 렌딧의 포용금융은 인터넷은행의 본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실제 미국이나 영국에선 P2P 금융이 중금리대출을 활성화시킨 뒤, 더 큰 규모의 결제를 만들기 위해 수신 기능이 있는 은행을 인수·설립하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렌딧은 온투업에서 10년 가까이 중금리대출에 대한 노하우를 쌓았고, 누적 신청 고객수는 1500만명에 달한다."
- 인터넷은행의 등장과 함께 은행권 내 변화라든지, 혁신은 얼마큼 진척이 있었다고 생각하는지.
"인터넷은행이 생기면서 사용자 또는 디지털 편의성을 개선하는 데 정말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과거 은행 애플리케이션을 보면 로그인부터 송금하는 것까지 어느 하나 편한 게 없었지만, 지금은 인터넷은행은 물론 여타 시중은행들까지 앱을 잘 만들고 서비스를 편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인터넷은행의 설립 취지를 보면 빅데이터를 분석해 포용금융을 더욱 확산하라는 게 취지다. 현재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은 모두 신용정보회사(CB)에서 나오는 같은 정보의 소스로 누가 더 잘 분석하는지를 경쟁하고 있을 뿐이다. 대안신용정보를 축적하고 활용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지 않다."
- 그렇다면 현재 유뱅크 컨소시엄이 또 다른 혁신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렌딧이 온투업을 영위한 경험으로 인터넷은행 컨소시엄을 구성할 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대안신용정보를 축적할 수 있는 데이터 파이프라인이다. 현재 금융권은 활성이용자수(MAU)를 높이는 데 집중하다보니 마케팅·이벤트성 상품이 많고, 이런 상품을 통해 확인한 정보는 신용평가에서 어떤 가치로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개인에 대한 신용평가를 할 때 유의미하면서도 다면적인 데이터를 쌓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유뱅크 컨소시엄이 다양한 업권과 전략적인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것도 이를 위한 사전 작업이다. 유뱅크 컨소시엄에는 현재 △렌딧 △대교 △루닛 △자비스앤빌런즈(삼쩜삼) △트래블월렛 △현대백화점 △현대해상 △MDM플러스 등이 참여하고 있으며,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도 참여를 검토 중이다.
'포용금융 차원에서 누구의 다면적인 데이터를 쌓을 것인가'를 고민하다보니 △노년층 △외국인 △소상공인 등으로 가닥이 잡혔다. 국내 소상공인 세명 중 두명이 50대 이상이다. 이미 65세 이상 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서는 상황에서 노년층과 소상공인의 문제는 완전히 분리해 볼 수 없다.
또 한국은 지난 4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거주민의 5% 이상이 외국인인 다인종·다문화 국가가 됐다. 외국인 체류자 250만명의 시대에 이들을 어떻게 포용하느냐가 지방 소상공인·중소기업의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고민이 된다. 다만 자산이 한쪽으로 편중되면 뱅크런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해야 건전성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다."
- 결국 대안신용정보를 얼마큼 활용할 수 있느냐의 문제인데, 이런 대안신용정보가 신용평가에 있어 큰 차이를 만들기 어렵다는 관측이 있다.
"아직 한국에서 대안신용정보를 제대로 활용한 사례가 존재하지 않는다. 성과가 없기 때문에 충분히 사례 분석을 하지 못하는 것일 뿐이다.
사례가 존재하지 않는 건 기업 간 서로 정보를 공유할 유인이 없다는 것이다. 예컨대 은행이 보험사 정보를 이용해 변별력을 높인다고 해도 보험사의 입장에서는 돌아오는 이득이 없다면 은행에 정보를 제공할 이유가 없었다.
이를 해결할 방법으로 서비스형 뱅킹(BaaS·바스)을 통해 개별 기업 플랫폼 안에서 모든 고객의 경험이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 바스란 송금, 대출 등 금융 서비스를 쪼개 비금융 업체에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한 고객이 세무 도움 서비스인 삼쩜삼을 통해 세무신고를 하고, 3개월 뒤에 환급액을 350만원 받는다고 가정해 보자. 이때 당장 자금이 필요한 이 고객은 유뱅크가 제공하는 바스를 활용해 앱 안에서 예상 환급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고객의 금융·비금융 경험이 모두 하나의 앱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해 만족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
유뱅크는 컨소시엄 기업의 대안신용정보를 활용해 변별력을 높일 수 있고, 기업은 유뱅크의 바스를 활용해 고객의 서비스 경험을 개선할 수 있다. 렌딧의 CSS와 현대해상의 대안신용정보가 만났을 때 변별력을 18% 개선할 수 있었다. 대안신용정보의 활용 가능성에 대해서는 기존 사례가 없어 많이 알려지지 못한 것일 뿐, 매우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 BaaS 등을 적극 활용하기 위해서는 금융당국의 규제 해소도 필요해 보이는데.
"혁신금융서비스를 활용한다면 현행 규제 내에서도 얼마든지 혁신이 가능하다. 네이버페이에서 하나은행 계좌를 연동하는 등 고객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새로운 시도가 계속 나오고 있다. 현재 법적으로 어떤 문제가 되는 것들은 없다고 본다. 남은 것은 인터넷은행 사업 주체 간 서로 얻는 게 명확히 협의가 돼야 한다는 것이 유일한 허들이다.
더 나아가 AI 시스템이 은행 전반의 시스템과 온전히 맞물려 구축된다면 고객도 전화하거나 상담하는 데 시간을 단축하고, 인터넷은행도 디지털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1세대 인터넷은행이 나왔을 때와 지금의 기술적 환경은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망분리 규제 내에서도 시스템적으로 혁신이 가능하다."
- 데이터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는 것 이외에 유뱅크 컨소시엄이 집중하는 것이 있다면.
"AI 기술을 적극 활용해 노년층·외국인·소상공인 대상 디지털 접근성을 적극 개선할 계획이다. 언론에서 지방 내 어르신이 많아지고, 초고령화 사회에서 은행 지점이 사라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기존 금융권이 이들의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해 접근하는 방식이 글자 크기를 키우고 있는데, 이는 이용자에 대한 연구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노년층의 디지털 접근성이 떨어지는 건 보이지 않아서가 아니라 앱 내 메뉴를 들어가서 뭘 하는 것 자체가 말로 하는 것과 너무 달라서 사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은행 지점에서의 경험은 고객이 말로 설명하는 것을 알고, 바로 설명을 해줄 수 있는 것이다. 이는 현재 AI 기술로도 완벽하게 대체할 수 있으며, 더욱 높은 신뢰를 제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