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식 칼럼] 지역주의 극복과 국민통합

2020-08-24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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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식 위원]


지난 20일 미래통합당이 내건 ‘국민통합’은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내용이 담겼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 때문에 소홀히 취급된 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함의는 적지 않다. 정운천 국민통합특별위원장은 크게 세 가지를 내세웠다. 구체화된다면 지역주의 극복은 물론 국민통합에 디딤돌로 작용할 수 있으리란 기대를 갖게 한다.

첫째, 호남 제2지역구 갖기다. 미래통합당은 21대 총선 당시 호남지역 28개 선거구에서 당선자를 한 명도 내지 못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전북, 전남, 광주지역 41개 시·군에 미래통합당 명예의원을 위촉하기로 했다. 통합당 의원 1명과 호남지역 기초단체를 연결하는 방식이다. 의원들은 해당 지역 현안 해결과 소통 창구 역할을 하게 된다.

둘째, 호남지역 비례대표 신설이다. 직능에 한정된 비례대표에 호남지역을 추가하는 방안이다. 비례대표 당선권 20위 이내에 호남 인사를 25% 추천하게 된다. 통합당은 이 같은 내용을 당헌·당규에 명문화할 계획이다. 호남지역 인재 비례대표 우선 추천이 실현되면 정치적 불균형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셋째, 새로운 정강·정책에 ‘5·18 민주화운동 정신 계승’을 명시할 계획이다. 앞서 김종인 위원장은 광주 5·18묘역을 방문해 무릎을 꿇고 사죄했다. 통합당 계열 보수당 대표가 5·18 묘역을 방문한 것도 처음이며, 사죄도 처음이다. 또 호남지역 재난 현장을 비롯한 지역 방문도 활성화할 계획이다. 모두 호남 껴안기 일환이다.

통합당이 정말 변할 것인가. 공수표만 날리다 흐지부지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 그러나 정 의원을 아는 이들은 “통합당은 믿지 못해도 정운천은 믿는다”며 지지를 보내고 있다. 통합당에서 정운천 의원은 특별하다. ‘결’이 다르다는 뜻이다. 그의 정치 이력을 복기하면 수긍하게 된다. 그는 정치 입문 이후 줄기차게 지역주의 극복에 매달려 왔다.

정 의원은 농부에서 정무직 공무원, 정치인으로 변신을 거듭해 왔다. 대학 졸업 후 해남에 내려가 참다래 농사를 지었다. 국산화에 성공해 초등학교 교과서에 ‘참다래 아저씨’로 실렸다. 이명박 정부는 그를 초대 농림수산식품부장관으로 발탁했다. 농업과 식품을 결합해야 6차산업으로 간다는 그의 주장을 받아들여 농림수산식품부로 확대·개편하기까지 했다.

광우병 파동으로 9개월 만에 사퇴한 정 의원은 2010년 지방선거에 출마했다. 고향 전북에서 한나라당 전북지사 후보로 나섰다. 18.2% 득표율에 그쳤다. 지역장벽은 생각보다 견고했다. 2012년 19대 총선에 새누리당 후보로 다시 출마했다. 역시 낙선. 하지만 35.8%라는 의미 있는 득표율을 올렸다. 보수당 후보가 전북에서 올린 역대 최고 득표율이었다.

기적은 2016년 20대 총선에서 일어났다. 민주당 후보를 제치고 37.5%로 당선됐다. 지역주의를 극복하자며 지역구를 쏘다닌 6년 결실이었다. 지역민들은 일관된 행보와 열정에 화답했다. 정 의원은 국민연금공단 전주 유치의 장본인이다. 한나라당 최고위원 시절 관련 법 개정을 이끌어냈다. 또 LH(한국토지주택공사) 유치 실패 책임을 물어 스스로 ‘함거(檻車)’에 갇혔다.

현역 의원도, 책임 있는 여당 인사도 아니었지만 사죄했다. 당시 지역민들은 이런 행보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노력은 새누리당 지역화합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계속됐다. 원외·원내를 가리지 않고 지역 현안도 집요하게 챙겼다. 20대 국회가 종료되기 직전에는 한국탄소산업진흥원 설립 근거를 마련한 ‘탄소 소재법’을 통과시켰다. 이를 위해 선거 기간 중 부산으로 김도읍 의원을 찾아가 설득할 만큼 주도면밀함을 보였다.

미래통합당으로 옮겨서도 지역주의 극복과 국민통합에 온힘을 쏟고 있다. 국민통합특별위원장을 맡아서 ‘친호남 정당’ 정책을 선보인 것도 정 의원 작품이다. 그는 “지역장벽 때문에 호남은 경쟁도 없고 책임도 없는, 다시 말해 지방정치가 실종됐다”면서 “영·호남 화합과 국민통합을 위해서라도 균형 있는 정치 발전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호남인재 비례대표 우선 추천제를 통해 정치적 불균형을 바로잡겠다”고 덧붙였다.

정운천 의원이 주도하는 정치 실험이 성공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왜 호남만 특별 대우냐’는 통합당 내부 반발을 설득해야 하고, 더불어민주당도 호응해야 가능성은 높아진다. 진보와 보수 정권이 교대로 집권하면서 지역주의는 많이 극복됐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사회 곳곳에 보이지 않는 지역장벽이 가로막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정치다. 미래통합당 발 국민통합 정책에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야, 진영을 떠나 지역주의 극복과 국민통합을 위한 일에 하나가 되길 기대한다.


임병식 객원 논설위원/ 전 국회부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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