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계열사이자 국내 1위 항공사인 대한항공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산에 적극 대응하면서 진에어의 차별화 전략도 기대된다. 위기 극복에 성공한다면 그룹 경영권 분쟁에 마침표를 찍고 조원태 회장이 입지를 더욱 굳건히 할 수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진그룹 계열 저가항공사(LCC) 진에어는 1092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한다. 주주배정 후 실권주 공모 방식으로 1주당 0.41주를 배정한다. 발행주식수는 150만이며 발행예정가는 7280원이다. 오는 10월 26~27일 구주주와 우리사주조합을 상대로 청약을 실시한다.
올해 상반기 국내항공업계는 혼돈의 연속이었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인수합병(M&A) 무산, 유증에 실패한 티웨이항공,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은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지연되면서 사실상 이도저도 못하는 형국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진에어는 상대적으로 조용했다. 코로나19 여파를 피할 수 없었지만 낮은 부채비율 등 안정적 재무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탓이다.
지난해 말 기준 진에어 매출액은 9102억원으로 제주항공(1조3800억원)에 이어 LCC업계 2위를 차지했다. 인당매출액은 4억6869만원으로 제주항공(4억1742만원)에 앞선다. 인적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한 결과다.
LCC들은 항공사 중에서도 덩치가 작아 불황을 견디기 위한 수익성 확보와 재무완충 능력이 강조된다. 진에어는 경쟁사 대비 해당 조건을 가장 잘 갖추고 있는 곳으로 평가된다.
투자자들이 보는 유증의 핵심은 단연 향후 실적 개선 여부다. 항공업 잔혹사는 업계 공통분모로 어느 주체가 끝까지 살아남을 것인지에 달렸다. 이를 고려하면 진에어에 대한 투자수요는 상대적으로 높을 것으로 관측된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장기화로 항공업계 실적 하향이 불가피하다”며 “LCC 위주 경쟁구도 재편이 불가피한 가운데 가장 오래 버틸 수 있는 곳은 진에어”라고 지목했다.
진에어 유증는 여타 항공사들이 현재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것과 차이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유증을 실시한 항공사들도 추가 자금조달이 필요한 반면, 진에어 유증은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하는 성격이 크다”며 “최대주주인 한진칼 참여도 기대요인”이라고 말했다.
최근 유증을 실시한 항공사들의 결과는 최대주주 참여 여부가 갈랐다. 그만큼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됐음을 방증한다. 물론 한진칼이 진에어 유증에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최근 대한항공 어닝서프라이즈, 그룹 경영권 분쟁 등을 감안하면 진에어 경영정상화는 조원태 한진그룹 입지를 굳힐 수 있는 마침표 같은 존재다. 재무여력이 부족한 경쟁사들을 감안하면 진에어가 LCC업계 1위를 차지할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현실화되면 한진그룹은 항공업 부문에서 FSC(대형항공사)와 LCC를 모두 아우르는 독보적 위치에 오른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한진칼이 대한항공 유증에 참여하면서 재무적으로 여유가 없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청약까지 아직 시간이 남았다는 점에서 한진칼이 추가 자금조달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한항공 2분기 실적은 조 회장 전략이 적중했음을 뜻하고 진에어도 위기 극복에 성공한다면 조 회장 경영능력에 대한 의구심은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