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용적률 인상을 통한 공공재건축 공급정책에 부정적 견해를 드러낸 서울시가 하루 만에 "공공재건축도 정부와 협의해 추진하겠다"고 입장을 밝혔지만, 서울시의 재건축 층수 제한 규제가 풀린 건 아니다. 때문에 8·4 대책에서 밝힌 서울 도심 13만 가구 공급 가운데 5만 가구(공공 고밀 재건축 물량)의 공급은 확실치 않다.
공공참여형 고밀 재건축이 불가능하면, 실제 정부가 공급할 수 있는 주택물량은 태릉CC·용산캠프킴·과천청사 일대 등 신규택지 발굴(3만2600가구)과 3기 신도시 용적률 상향(2만 가구), 용산정비창 부지(8000가구) 등을 합친 6만여 가구가 전부다. 서울시의 층수 제한 해제가 없다면 반쪽짜리 공급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5일 정부와 서울시의 말을 종합하면, 서울시는 재건축은 민간이 주도하되 일정 장치를 둬 공공성을 확보하자는 입장을, 정부는 고밀 재건축을 위해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기업의 역할이 더 강화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이는 전날 김성보 서울시 주택건축본부장이 "큰 틀에서는 (정부)공감하지만 세부적인 방향성은 맞지 않는다"고 한 발언과도 일치한다.
이 말을 뜯어보면 시도 현행 재건축 규제가 과도하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다. 민간 조합에도 공공참여형 고밀 재건축 용적률을 똑같이 줘 재건축의 길을 확실하게 열되 공공성을 위한 임대·기부채납·공공분양 등을 인센티브가 아닌 재건축 의무로 규정하는 방안이 거론된 것으로 보인다. 기브앤드테이크를 확실히 해줘야 실제 조합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동안 주택가격안정을 위해 정부가 서울 공급을 막은 측면이 있지 않으냐"면서 "보다 확실한 공급 시그널을 위해선 규제로 막혔던 민간 재건축을 풀어야 한다는 기류가 있었다"고 말했다. 또 "주택공급 물량을 늘리는 게 목적이라면 참여주체가 공공이든 민간이든 중요한 건 아니지 않으냐"고 덧붙였다. 이는 서울시의 "공공 고밀재건축에 반대하는 게 아니라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해명과도 맥을 같이한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용적률 500%는 공공참여형 재건축에만 적용하게 됐다. 그러나 고밀 재건축을 추진하더라도 서울시 도시기본계획에 따라 제3종 일반주거지는 35층 이내, 준주거지역은 50층 이하에서만 건축이 가능하다.
50층 아파트를 짓기 위해서는 주거용 건물이 아닌 주상복합으로 지어야 하며, 종 상향·지구단위지정 등도 결국 서울시에 결정권이 있어 쉽지 않은 문제다. 정부 발표가 35층 규제를 완화한 것처럼 보이지만 서울시 도시계획과 용도-용적률 체계는 바뀐 게 없다. 결국 기존 규제 안에서 가능한 50층 개발이 마치 고밀 개발을 위한 새로운 대책처럼 오해된 것이다.
실제 강남, 목동 등 주거수요가 많은 대단지 재건축 조합들은 종 상향을 통한 재건축의 경우 상가, 공공분양 확대 등 수익에 걸림돌이 많아 부정적인 입장이다.
조합들은 용적률이 늘어난 만큼 임대주택이 들어서기 때문에 인센티브가 충분치 않다는 입장이다. 특히 공공 재건축을 하려면 조합원 3분의2 이상이 동의해야 하는데, 조합원들은 재건축에 공기업이 참여하는 것에 부정적이다. 막상 재건축이 진행돼도 분양가상한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에 따른 규제도 부담이다.
이재성 은마아파트 소유자협회 대표는 "공공 재건축을 하면 임대주택을 2000가구 이상 넣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임대주택 단지가 돼 실익이 없다"고 말했다.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 관계자는 "기존 재건축 계획상 용적률도 300~400%로 높기 때문에 굳이 공공 재건축을 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양천구 목동신시가지의 조합원은 "임대거지는 아파트 단지 전체의 가치를 떨어뜨린다"면서 "일반 재건축으로도 충분히 사업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