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키우는 '달러 위기론'…"트럼프 정부도 큰 악재"

2020-08-02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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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양극화와 정치 불안이 달러 하락 더 가파르게 해

코로나19와 대선 뒤 혼란 계속될 경우 균열 더 커져

달러의 하락이 심상치 않다. 미국 코로나19 사태가 악화하는 탓이다. 

확진자가 계속 대규모로 발생하면서 경제봉쇄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투자자들은 미국 경제 악화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더군다나 유럽의 경제회복 펀드가 출범하면서 유로 강세가 달러 약세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최근 분석했다.

팬데믹이 장기화하면서 단기간 내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도 시들고 있다. 최근 발표된 미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은 연율로 32.9%를 기록하면서, 대공황 이후 최대 감소폭을 보였다.

유로 대비 달러 가격은 뉴욕 외환시장에서 지난달 31일(이하 현지시간) 1.19달러를 기록하면서 지난 2018년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달러 대 유로의 월간 상승폭은 지난 2010년 9월 이후 가장 높아졌다. 10여년 만의 상승이다.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같은 날 92.546까지 하락하면서 지난 2018년 5월 이후 최저치를 보였다. 7월 한 달간 달러인덱스의 하락 폭은 무려 5%에 달하면서 10년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정치불안의 원인 트럼프도 약세 변수 

달러 약세에 영향을 주는 또 다른 변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지난 30일 돌연 대선 연기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미국의 정치 불확실성을 높였기 때문이다.

유니크레디트 애널리스트들은 "8월에도 달러 약세는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휴가철이 낀 8월에는 보통 거래량이 줄어들어 시장의 변동성은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글로벌 경제 및 코로나19 확산, 달러 약세 등의 우려로 최근 몇 주간 달러가 가파르게 하락한 만큼 지난달 만큼 가파르게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3월 코로나19 초기 확산 당시 달러는 급등했다. 글로벌 생산 체인의 마비로 달러가 마를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당시 엔화를 비롯해 유로, 파운드화가 달러 대비로 급락했었기에 최근 급등의 폭이 더욱 컸다고 CNBC는 지적했다.

기축통화로서의 달러의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일 "최근 달러의 급락은 글로벌 금융시스템과 기축통화로서의 달러의 지위에 대한 많은 의문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단기적으로 달러 하락의 원인은 미국 경제 둔화와 팬데믹의 확산이다.

미국의 코로나19 사태가 악화하면서 시장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향후 경기부양정책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달러 유동성의 추가 공급은 결국 또다시 달러의 약세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금값은 연일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안전자산으로 달러 대신 금을 선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FT는 "시장에서는 세계가 달러에 기대고 있지만, 그러기엔 미국이 너무 불안정한 상태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면서 "미국 정치는 더욱더 양극화되면서 시스템의 기능이 떨어지고 있지만 유럽연합은 단결되고 목표를 향해 움직이는 모습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는 당장 달러가 기축통화의 지위를 잃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3월 코로나19 속 달러에 대한 '패닉 바잉'에서 볼 수 있듯이 국제 경제 속 달러의 지위와 위치는 견고하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재무부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브래드 세스터 대외관계위원회 선임위원은 FT에 유로가 갑자기 달러를 대체하는 일은 없겠지만, 미국이 계속 잘못된 방향으로 나간다면 달러의 지위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나온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연기 주장이나, 결과 불복 시사 등은 미국 정치에 대한 불안을 더 높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P·연합뉴스]


◆달러보다 금에 몰려···FT "연대하는 EU 유로에 장기호재" 

일반적으로 달러의 약세는 글로벌 경제에 있어서는 호재다. 다른 국가들이 경제 성장세를 보이면서,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 시장에서 투자자들은 신흥국 등에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는 다소 상황이 다르다. 미국의 국채 가격은 급등하면서 경기에 대한 암울한 전망을 반영하고 있다.

게다가 은은 다시 온스당 1983달러까지 치솟았다. 달러보다는 금이 훨씬 안전하다는 쪽으로 투자자들이 기울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를 내면서 부양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했다. 골드만삭스의 마이클 스웰 채권 매니저는 "연준은 통화완화정책을 이어갈 것이다"라면서 "경제와 고용에서 다소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줘도 부양책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로 대비 달러 가격은 지난 5월 이후 무려 10%나 올랐다. FT는 "유럽 연합이 보여준 연대는 미국의 분열과는 극명한 대비를 보였다"면서 "이는 유로가 더욱더 안정적이고 유동성 있는 통화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물론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의 지위를 취득할 때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달러가 국제 무역 및 금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미국 밖에서 이뤄지는 무역거래 중 20%는 달러로 이뤄진다.

게다가 달러는 글로벌 외환시스템을 거의 독점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에 따르면 6조6000억 달러에 달하는 일일 외환 거래 중 대부분이 달러화와 관련된 거래다. 이는 각국의 중앙은행들의 보유외환 다각화를 더욱더 어렵게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달러 지위에 대한 의구심이 이번에 처음 나온 것은 아니다. 지난 2008년에도 2022년에는 유로가 달러를 제치고 기축통화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었다. 그러나 여전히 전 세계 보유외환 중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은 62%에 달한다.

일부에서는 위안화가 달러의 가장 큰 도전자가 될 것이라고 했지만, 여전히 제한 사항이 많다. 글로벌 중앙은행의 보유외환 중 위안화의 비중은 여전히 2%에 불과하다. 그러나 FT는 "기축통화의 자리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면서 "한때 영국 파운드화는 기축통화였지만, 결국 지위를 잃게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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