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스자산운용이 정부 압박에 사모펀드를 활용한 서울 삼성동 소재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을 철회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해당 아파트인 삼성월드타워가 '계륵' 신세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과도한 압박이라며 부동산펀드 시장 축소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26일 관련 업계에서는 이지스자산운용이 해당 사업을 철회하고 이른 시일 내에 매각하겠다고 밝혔지만 매각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삼성월드타워를 이익 없이 되팔겠다고 밝히면서 관련 업계의 관심은 매각 방식에 쏠리고 있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매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삼성월드타워 인근 중개업소에서는 이지스자산운용이 다른 법인에 매각하는 것뿐만 아니라 한 가구씩 분리해 개인에게 매각하는 방법 역시 순조롭게 추진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A중개업소 관계자는 "정부가 이지스자산운용의 이번 사업에 대해서도 부동산 투기로 보고 강하게 압박했는데 어떤 법인이 사려고 하겠나"며 "개인에게 매각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근 중개업소에서 개인에 대한 매각도 어려울 것으로 보는 이유는 세금 부담을 비롯해 지난달부터 삼성동에 적용된 토지거래허가 규제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달 6·17 대책을 통해 23일부터 서울 강남구 삼성·청담·대치동과 송파구 잠실동에서 1년간 토지거래허가제를 적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해당 지역에서 부동산을 매입할 경우 계약 전에 구청의 허가를 받고 2년 이상 실거주해야 한다.
B중개업소 관계자는 "기존 소유자처럼 개인이 아파트 전체를 매입하기에는 세금 부담이 발목을 잡을 것"이라며 "아파트 전체가 아니라 가구별로 분리해 매각할 수도 있겠지만 구청에서 허가를 받아야 하고 현재와 같은 분위기에서는 허가를 받기도 쉽지 않아 개인에 대한 분리 매각도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정부의 압박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서울 강남', '부동산', '사모펀드'라는 세 가지 키워드가 이지스자산운용의 사업에 모두 해당되면서 정부가 문제를 삼은 것으로 보인다"며 "해외에서는 같은 방식의 사업이 일반적일 정도인데 정부의 압박이 과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아파트에 대한 부동산 펀드를 투기로 보는 만큼 부동산펀드도 다양해지지 못하고 오피스나 물류창고 등 제한적인 범위에 그칠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