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티빙, 합병하자" 파격 제안.... 배경은?

2020-07-24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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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 대상자 티빙은 "제의도 논의도 없었다" 선긋기

"향후 다양한 협력 열어놓기 위한 행보일 가능성" 해석도

[사진=웨이브 제공]

모바일 동영상 서비스(OTT) 웨이브가 티빙에 합병 제안을 건넨 것을 두고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정작 티빙은 합병에 대한 제안을 받기는커녕 검토한 적도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

유영상 SK텔레콤 MNO사업부장(부사장)은 지난 2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OTT포럼 하반기 세미나 행사에 참석해 "웨이브는 티빙과 합병할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유 부사장은 웨이브의 운영사인 콘텐츠웨이브의 이사직을 맡고 있다.

합병 제안 배경으로 유 부사장은 "현재 국내 시장에서 넷플릭스와 유튜브 같은 글로벌 사업자가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며 "이미 콘텐츠를 포함해 앱 마켓까지 글로벌 플랫폼 기업이 국내 시장을 좌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 부사장은 "아이폰이 국내에 도입될 시기에 SK텔레콤은 아이폰을 받지 않고 삼성전자와 옴니아를 출시했다"며 "옴니아를 기반으로 갤럭시가 출시됐는데, 현재 갤럭시는 국내 시장 65%를 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사업자가 선제적으로 대응한 덕분에 국내 시장을 해외 사업자인 아이폰이 점령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는 취지의 설명이다.

그는 이어 "필요하다면 민관이 함께 대규모 펀드를 조성하고, 사업자 간 합작 플랫폼을 만드는 것도 방법"이라며 "이를 통해 해외 진출의 기반을 마련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 업계 "합병 가능성 '제로'...향후 행보 염두한 발언"

정작 합병 제안을 받은 당사자인 티빙은 이날까지 웨이브 측과 사전에 논의한 적도 없다며 당혹감을 드러내고 있다. 티빙 관계자는 "공식적인 제안은 물론 논의하거나 내부에서 검토한 것도 없다"고 밝혔다.

미디어 업계도 웨이브와 티빙 간 합병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티빙은 JTBC와의 통합법인 출범을 준비 중이기 때문이다. 통합법인은 오는 8월1일에 출범하기로 예정돼있다. 법인출범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티빙이 타 사업자와의 합병을 추가 논의할 이유가 없고, 웨이브도 이를 모르고 말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웨이브가 현재 정부 기조에 발맞추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발언이라는 분석도 내놓는다.

현재 정부는 넷플릭스에 대항할 토종 OTT를 키우기 위해 국내 사업자 간 협업을 독려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정부가 지난 6월 발표한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방안에서는 국내 OTT 사업자들의 '협업형 해외진출'을 지원한다는 정책이 포함됐다. 유 부사장이 이날 세미나에서 언급한 펀드 조성과 사업자 간 합작 플랫폼이 이와 관련된 내용이다.

유 부사장과 같은 날 한국OTT포럼에 참석한 최성호 방송통신위원회 사무처장도 "방송통신 사업자 간 자율 제휴를 통해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해나가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동통신사인 SK텔레콤이 정부의 미디어 정책에 발맞춘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행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티빙과는 합병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다양한 협력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한 발언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중 하나가 콘텐츠 제휴다.

웨이브는 서비스 콘텐츠를 다변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SK텔레콤과 지상파 3사가 손잡고 출범한 만큼 초기에는 지상파 방송 특화형 플랫폼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현재는 넷플릭스와 왓챠플레이 등에서도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을 볼 수 있다. 정작 타 OTT에서 제공되고 있는, CJ ENM의 tvN이나 JTBC 프로그램은 웨이브에서 볼 수 없다는 게 단점으로 작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합병 제안 발언이 오리지널 콘텐츠 공동 제작을 제안하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국내에 들어온 이후 드라마 제작비는 회당 10억원 이상으로 폭증해, 국내 사업자 중에서는 자기 자본만으로 드라마를 만들 수 있는 곳은 없다"며 "웨이브도 오리지날 콘텐츠 제작을 위한 다양한 제휴가 필요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티빙은 이미 JTBC, 넷플릭스와 손잡은 상황이므로, 당장 웨이브와는 제휴가 쉽지 않을 수 있다"며 "다른 국내 OTT 사업자에게도 협력 가능성이 언제든 열려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발언이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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