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관계자는 "차운반선과 충돌한 잠수함은 209급인 나대용함"이라며 "스치듯 충돌해 외판을 펴고 도료를 칠하면 되는 수준의 경미한 사고"라고 말했다.
나대용함이 노르웨이 국적 6만 8000 톤급 자동차 운반선과 충돌한 것은 지난 15일.
사고가 난 지점은 부산 가덕도에서 남쪽으로 약 10km 떨어진 해상으로, 자동차 운반선은 먼바다로 나오던 중이었고 나대용함은 수심이 낮고 많은 선박이 다니는 복잡한 지역임을 감안, 사고를 피하기 위해 물 위로 부상해 진해 잠수함사령부로 복귀 중이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사고를 피하기 위해 부상한 상태에서 접촉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나대용함은 오랜 기간 수리를 받고 승조원들과 첫 시운전에 나섰던 만큼, 레이더 등 항해 관측 장비 등에는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견시(見視) 소홀이 원인으로 지목되는 이유다.
통상 여름 바다는 해군 작전 시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고온다습한 공기가 찬 바다 표면에 이르러 광범위한 해무가 끼면서 시정이 나빠지기 때문이다.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부산 해역은 해양수산부 장관이 지정한 교통안전 특정해역으로 거대선, 위험물 운반선, 고속여객선 등의 통항이 많고 매일 어선 2300여 척, 여객선 및 유선 30여 척 등이 운항하는 등 교통 밀집해역이다.
지난 3년간 부산 해역에서 발생한 해상사고 원인을 살펴보면 운항 중 견시 소홀 등 운항 부주의가 전체사고 569건 중 78척(31%)을 차지할 만큼 빈번했다.
이번 사고는 비록 인명사고와 해양오염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사소한 사고들이 빈발하는 현상은 큰 재난의 전조일 수 있다'는 '하인리히의 법칙'을 떠올리게 한다. 사고 원인이 무엇인지 철저히 조사돼 개선돼야할 이유다.
문근식 전 해군 잠수함전대장은 "함정이 항해할 때는 10km 전방부터 상대 함정의 행동을 예측하고 피해가야 한다"며 "항해 착오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한편, 나대용함은 2019년 2월 '최무선함'에 이어 두 번째 성능 개량된 209급 잠수함(길이 55.9m, 폭 6.2m)으로 대우조선해양에서 해군으로 2000년에 인도돼 실전배치됐다.
조선 시대 최고의 선박 기술자이자 임진왜란 당시 수군 장수로서 활약한 나대용 장군의 애국정신을 기리고자 그의 이름을 함으로 명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