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산책] 비대면 로펌의 등장

2020-08-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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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택트'(untact)란 접촉을 뜻하는 '콘택트'(contact)에 부정의 접두사 '언'(un)이 붙어 ‘접촉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패스트푸드점 맥도날드는 2016년부터 각 지점에 키오스크(무인계산대)를 배치하기 시작했다. 현재 전국 420여 개 매장 중 절반이 넘는 260여 곳에서 키오스크를 가동하고 있다. 이 밖에도 영화관 매점이나 공항, 병원 등에서도 점원 대신 기계에게 서비스를 받는 일이 흔해졌다.

점점 똑똑해지는 키오스크의 등장과 함께 언택트 서비스는 다양한 영역에서 대중화되고 있다. 구청, 동사무소뿐만 아니라 음식점에서 은행에 이르기까지, 요즘 우리 주변에서 언택트 서비스를 쉽게 접할 수 있다.

특히 업무시간이 한정적인 금융거래에서는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이용할 수 있는 스마트뱅킹 등의 다양한 은행 서비스가 자리잡아 가고 있다. 반드시 은행 창구를 통해서만 계좌 개설을 할 수 있었던 이전과 달리 스마트폰의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비대면 실명 확인을 통해 계좌를 개설할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모든 산업이 IT기술의 발전과 발을 맞추어 언택트 서비스로 영역을 확장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법률서비스 시장도 변화에 동참할 필요가 있다.

법률서비스 시장 중 특히 송무의 경우 대부분의 클라이언트가 인적 네트워크나 광고를 위한 블로그 및 홈페이지에서 정보를 얻고 오프라인 형태의 변호사 사무실에 내방하여 대면 상담을 진행하고 위임계약을 체결하면 비로소 변호사가 송무 절차를 진행하는 전형적인 ‘대면 서비스’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2019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매년 법원 접수사건 중 약 5% 정도만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절차가 진행되고 있고 약 95%는 변호사의 도움 없이 당사자가 직접 진행(나홀로 소송)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많은 소송 당사자들이 변호사 선임 비용을 둘러싸고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며, 법률전문가를 선임하면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며 부담스러워한다. 사법연감을 살펴보면 지난해 한 해 동안 민사사건만 약 500만 건이 일어났다. 이 사건들 중 나홀로 소송을 진행한 사람이 60~80%에 육박한다고 하는 것으로 보아, 실로 많은 사람들이 특별한 도움 없이 소송에 임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나홀로 소송 비율이 95%가 되는 것은 법률서비스의 소비자와 공급자(변호사)가 만날 수 있는 시간적·장소적 한계, 소비자와 공급자 사이의 소송비용(가격)에 대한 갭(gap)이 너무 큰 상황에 기인한다.

수요자인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일상에서 필요한 법률서비스를 받고자 하는 수요는 항상 존재하여 왔으나 적정한 가격의 변호사 법률서비스가 접근가능하지 않아 굳이 법적 도움을 구하지 않고 포기해버리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고, 이는 엄연히 존재하는 시장마저도 법률시장에서 외면해버린 결과가 되었다.

소비자는 최대한 저렴한 가격에 법률서비스를 제공받기를 원하는 반면 공급자는 일정 이상의 금액을 받기를 원하며, 그 중간 영역대의 법률서비스는 불법적으로 사무장이 처리하거나 법무사, 행정사, 노무사 등등의 법조 유사 직역에서 지하시장으로 메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공급자인 변호사의 입장에서도 변호사 수가 2만명을 넘어 3만명을 향해 가고 있음에 따라 수요공급의 법칙상 수임료 가격 하락 압박을 받지만, 사무실 임대료와 사무직원 인건비 등 소요비용을 고려하면 법률시장에서의 1건당 선임 금액에 마지노선이 존재하는 상황이다.

모든 산업이 IT기술의 발전과 발을 맞추어 영역을 확장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법률서비스 시장도 변화가 필요하다. 법률시장의 업무환경 개선을 위해 디지털 환경에 최적화된 언택트 서비스의 확대는 반드시 필요하며 이는 보수적이고 정체되어 있는 법률서비스 시장에 새로운 해결책이 될 것이다.
 

[사진=안진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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