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3대 은행들이 코로나19발 디폴트 쓰나미에 대비해 280억 달러(약 33조원) 규모의 대손충당금을 마련해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침체로 인한 최악의 상황이 아직 오지 않았다고 판단했다는 의미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JP모건, 씨티그룹, 웰스파고는 14일(현지시간) 대손충당금 확보로 인해 2분기 실적이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고 밝혔다.
충당금 규모는 1분기에 비해 큰 폭 증가한 것인데,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충격이 1분기에 예상한 것보다 더 오래 더 심각하게 이어질 것이라는 은행들의 인식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WSJ은 해석했다.
자산 기준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은 내년까지 두 자릿수 실업률이 이어지고 국내총생산(GDP) 회복세도 둔화하는 상황에 대비해 충당금을 추가로 마련했다고 말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 이건 일반적인 경기 침체가 아니다"라면서 위기감을 드러냈다.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금융위기 이후 이어진 저금리 환경 속에 소비자와 기업들의 부채가 불어날 대로 불어난 가운데 코로나19 위기가 겹치면서 미국인들의 자동차담보 대출, 신용카드 대출, 학생 대출 및 기업 부채는 역대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
5~6월 경제 봉쇄령이 풀리면서 경제 회복 신호가 잡혔지만 최근 코로나19 재유행이 본격화하고 캘리포니아와 오리건, 텍사스, 미시간, 플로리다 등 일부 지역에서 재봉쇄령이 떨어지면서 침체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씨티그룹의 마이클 코배트 CEO는 "이번 팬데믹은 경제를 움켜잡았다. 백신이 널리 상용화되지 않는 한 경제가 풀릴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코로나19로 된서리를 맞은 소매, 에너지, 관광업계는 심각한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명품 백화점 니만마커스, 의류업체 제이크루, 브룩스브라더스, 셰일혁명 선구자 체서피크 등 굴지의 기업들이 잇따라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항공사와 호텔업계는 대량 해고를 진행하거나 예고하고 있다. 미국 유나이티드항공은 미국 내 인력 절반에 대한 무급휴직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경기 침체로 인한 경영난은 이들 업종을 넘어 산업계 전반에 강한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은행들은 경고했다. 제니퍼 펩색 JP모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5~6월은 가파른 경제 회복세를 보기 쉬운 달이었다. 그러나 앞으로 몇달 안에 우리는 진실의 순간을 마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지원금이 줄거나 끊기기 시작하면 2차 실업 대란이 본격화하고 부채 상환 유예 기간이 끝나면 주택담보 대출 등에서 손실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