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시행한 대한(對韓) 수출규제 조치가 1일 1년을 맞이했다. 지난 1년 동안 양국은 일본 불매운동, 혐한(嫌韓)시위 등으로 사상 최악의 관계를 이어왔다.
지난해 10월 당시 이낙연 총리의 일왕 즉위식 참석을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게 친서를 전달하고, 당해 11월 태국에서 두 정상이 13개월여 만에 약식 환담 형태로 마주 앉으면서 한·일 갈등 해소에 대한 기대감은 커졌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 K-방역에만 매진하느라 한·일 갈등 해결이 뒷순위로 미룬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등장한다.
양국이 외교국장급 협의를 진행했지만, 명확한 해법 대신 서로의 견해차만 확인하고 “현안 해소를 위해 양국 외교당국이 계속 긴밀히 소통하고 협의해 나간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놨기 때문이다.
또 일본의 수출규제 배경이 된 대법원의 강제동원 판결과 관련해선 “사법부 절차에 외교부가 밝힐 입장은 없다”는 입장만 반복하는 것도 비판의 대상으로 꼽힌다.
특히 지난 4일 한국 법원이 일본 강제동원 기업을 대상으로 한 압류 결정문의 ‘공시송달’을 결정한 것에 대해서도 외교부는 “사법절차이기 때문에 별도로 할 말이 없다”며 “강제동원 판결 문제에 대한 기본 입장은 수차 말했고, 그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했다.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외교부의 이런 입장에 대해 “그건 (한·일 관계를) 대결 구도로 간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 센터장은 “한·일 외교는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 외교적 노력이라는 건 정치적 해결”이라며 한·일 문제는 사법적 해결 이전에 정치적 해결 노력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출규제와 관련해선 일본의 규제가 부당하니 대응하는 것이 맞다”면서도 “다만 이로 인해 한·일 관계가 악화하니 정치적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양국 정상이 한·일 개선에 대한 의지가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진 위원은 “정부가 피해자 단체와 적극적으로 만나서 솔루션(해법)을 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는 것 같다”며 “아베 역시 한국이 해결책을 가져오면 생각해보겠다는 태도를 보인다”고 비판했다.
국장급 협의 등 양국이 갈등 해결을 위해 대화는 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해법을 찾기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질타로 풀이된다.
다만 보이는 것과 달리 정부는 일본에 부당한 수출규제 조치의 조속한 철회를 촉구하는 동시에 강제동원 판결 문제 해소 방안 협의를 계속해서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양국 외교당국 간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는 의지는 어느 정도 확인했고, 공동의 인식은 존재한다. 그러나 한·일 갈등 문제가 워낙 상호 운신의 폭을 찾기 어렵다 보니 확실히 시간이 오래 걸리고, 난도도 높아 근본적인 지점에서 입장 간극만 확인하고 있다.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와 관련, 앞서 일본 측에서 환영했던 문희상 국회의장안(‘1+1+α’안)도 먼 나라 이야기가 된 지 오래다. 지난해 말경 문희상안을 중심으로 한·일 기업과 국민 성금으로 피해자에게 위자료를 제안하는 것을 물밑 조율 중이라는 얘기가 전해졌었다.
또 현재 문재인 정부가 일본에 대한 강경한 기조를 유지하는 것도 한·일 갈등 해법 찾기에 걸림돌이 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외교부 관계자는 “한·중 간 현안은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해결할 수 있지만 일본 문제는 제한이 많다”며 “한·일 현안은 부처 내에서도 가장 어려운 문제”라고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