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방문한 쌍용자동차 경기 평택공장. 차체·조립라인 곳곳에서 품질향상을 바탕으로 고객만족을 이끌어 회생하고자 하는 임직원들의 의지가 묻어났다.
쌍용차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자동차 판매량이 급감한 상황이다.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마저 쌍용차의 경영권 포기 의사를 내비치면서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위기에 놓여있다.
◆3869명 임직원…위기 극복 위한 '구슬땀'
이날 평택공장에서는 3869명의 임직원들이 생사의 갈림길에서 회사의 위기를 함께 이겨내자는 의지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86만㎡의 평택공장에는 생산라인 3개가 있다. 이 중 신차 프로젝트를 준비중인 2라인을 제외한 1·3라인에서는 코란도, 티볼리 등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분주하게 만들어지고 있었다.
1라인에서는 코란도와 티볼리가 시간당 22대, 3라인에서는 G4렉스턴, 렉스턴 스포츠 등이 시간당 20대가량 만들어지고 있었다. 현재 1·3라인의 생산능력은(주간 연속 2교대 기준) 연간 각각 8만8070대, 8만60대 수준이다. 쌍용차는 올해 생산 목표로 13만1000대(1라인 6만9500대, 3라인 6만1500대)를 세웠다. 이는 생산능력 대비 약 78% 수준에 해당한다.
쌍용차 관계자는 "코로나19 때문에 수출이 많이 줄어든 상황이지만, 수출만 회복되면 더 많이 생산할 여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쌍용차의 인기 차종인 코란도와 티볼리를 생산하는 1라인의 차체와 조립라인을 둘러봤다. 차체 1공장에서는 빽빽이 들어선 로봇 157대가 불꽃을 튀기며 부지런히 철판을 용접하고 있었다. 롤 형태로 만들어진 철판을 잘라서 이곳으로 가져오면, 로봇이 차 바닥과 옆면 등을 만들어낸 뒤 인근 도장·조립공장을 거쳐 완성차가 탄생한다.
차체공장의 경우 100% 자동화가 이뤄져 사람이 하는 일은 지게차 운전 등 일부 작업밖에 없었다. 쌍용차는 향후 이곳에서 5개까지 생산차종을 늘려 '다차종 혼류생산'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그 다음으로는 조립 1공장으로 가서 자동차들이 조립되는 모습을 봤다. 컨베이어벨트를 따라서 자동차가 이동하면서 자동차 상부와 하부 뼈대를 붙이고 유리를 끼우고, 에어컨, 좌석 등을 장착하는 작업이 이뤄졌다. 현재 이곳에는 약 100명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각 단계의 마지막을 검사하는 담당자들은 손전등을 들고 조립과정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두번, 세번 확인했다. 모든 조립과정이 끝나면 최종 검사 및 수정 작업이 다시 한번 이뤄졌다. 특히 공장 곳곳에는 위험요소 개선사항, 적출 현황, 개선활동 사례 소개 등 품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엿보였다.
이날 만난 쌍용차 현장감독자들은 노사가 합심해 회사의 생존과 발전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지원을 호소했다.
1988년 입사해 내년 정년퇴직을 앞둔 김상춘 공장협의회 회장은 "33년간 쌍용차에 근무하며 크고 작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현재는 코로나19에 대주주의 투자철회, 판매급감까지 겹쳐 기반이 흔들리는 절체절명의 위기"라며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라인을 돌면서 임직원들이 사기를 잃지 않도록 다독이고 있다"며 "현재 만드는 차량의 품질을 확보해 우리 회사를 이용하는 고객에게 보답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쌍용차는 지난해부터 복지후생 중단, 임금 삭감 등 강도 높은 자구노력을 시행 중이다. 이외에도 부산 서비스센터(360억원), 구로 정비사업소(1800억원) 등 비핵심자산 매각을 통해 현금 확보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쌍용차는 위기 상황이지만 연구개발(R&D)에는 꾸준히 투자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해에는 매출 3조6238억원 중 5.23%에 해당하는 1896억원을 R&D에 투자했다. 쌍용차 관계자는 "내년 초 국내 첫 준중형 SUV 전기차 출시를 위해 막바지 품질점검을 진행 중이고, 2021년 이후 매년 1~2종의 신차를 꾸준히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쌍용차를 둘러싼 외부 시선은 좋지 않다. 이동걸 KDB산업은행장은 최근 "돈만으로 기업을 살릴 수 없다"며 '생즉사 사즉생'의 자세를 요구했다.
김 회장은 이에 대해 "산은의 말을 듣고 현장이 크게 술렁였지만 맞을 비라면 과감하게 맞겠다는 분도 있다"면서 "어느 정도 수준일지는 몰라도 불어올 바람이고 비라면 과감히 맞겠다는 숙연한 분위기도 흐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