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영화를 귀로 듣는다고?" 오디오시네마를 보는 업계의 시선

2020-06-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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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오디오 시네마 세 편 [사진=네이버 제공]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콘텐츠 시장이 변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이 되며 대중들의 소비 방식이 바뀌었기 때문.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폐쇄 공간을 꺼리게 되는 등 일상 패턴도 달라졌다. 소비자들의 생활 패턴이 바뀌자 업계도 새로운 흐름에 맞게 새로운 콘텐츠를 내놓고 있다.

지난 18일 네이버웹툰 자회사 스튜디오N은 국내 최초로 오디오 시네마 3편을 론칭했다.
오디오 시네마란 청각으로 영화를 즐기는 서비스. "영화도 귀로 듣는 시대"라는 콘셉트로 '그대 곁에 잠들다' '두근두근두근거려' '남과여' 등 인기 웹소설·웹툰을 오디오화해 네이버 오디오클립 '오즐위크'에서 공개했다.

앞서 웹 소설을 읽어주는 오디오북이나 오디오 드라마 등 이미 오디오 콘텐츠들은 존재해왔으나 '오디오 시네마'는 국내 최초다. 긴 분량의 웹소설·웹툰을 영화 1편 분량으로 각색하고 실제 영화처럼 시나리오를 구성해 녹음을 진행한다고. 또 영화 음악 감독들이 참여해 기술적인 부분에서 높은 퀄리티를 자랑한다.

웹소설 원작 '그대 곁에 잠들다'는 이제훈·유인나가 목소리 연기를 펼쳤고 웹툰 원작 '두근두근두근거려'는 찬열(엑소)·이세영이 주연을 맡았다. '남과 여'는 김동욱·강소라가 호흡을 맞췄다. 또 '극한직업' '1987'의 김태성 음악감독과 '곡성' '독전'의 달파란 음악감독, '신과함께' 시리즈와 '베테랑'을 맡았던 방준석 음악감독까지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영화음악 감독들이 합류해 '오디오시네마'라는 명성에 걸맞는 결과물을 내놓았다.

네이버의 숱한 웹툰·웹소설 중 어떤 작품들이 '오디오 시네마'로 제작되는 걸까? 스튜디오N 차세리 PD는 "특별한 기준이나 선택 이유를 염두에 두지는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차 PD는 "많은 웹툰·웹소설을 읽으며 기획하곤 한다. 오디오 시네마로 기획된 세 작품은 PD들이 시나리오를 읽어보고 작품의 정서 등을 고려해 (오디오 시네마) 제작을 결정한 작품"이라고 전했다.

향후 스튜디오N은 네이버 웹툰, 웹소설 원작의 콘텐츠와 자체 오리지널 작품으로 장르와 매체의 구분 없이 다양한 작품을 제작할 예정이다. 향후 유료 전환 등에 관해서는 '미정'이라는 입장이다.
 

배우 이제훈, 유인나 [사진=네이버 제공]
 

오디오 시네마라는 새로운 콘텐츠의 등장에 영화 업계도 주목하고 있다.

영화계 관계자 A씨는 "'시각' 콘텐츠인 영화가 '청각' 콘텐츠로 재탄생한다는 점은 또 한 번 콘텐츠 장벽을 허무는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는 긍정적 사인이자 이정표로 보인다. (반대의 경우도 실현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포함한다)"고 말했다.

이어 "콘텐츠를 유통하는 플랫폼과 소비하는 방식에 다양성을 불어넣는다는 점에서 창작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점이 있는 신규 먹거리 산업으로 기대된다. 이는 더욱더 치열한 IP 확보를 위한 전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오디오 시네마가 극장을 위협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봤다. A씨는 "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했을 때 느낄 수 있는 재미와 감동, 그리고 만족감에 견줄 만한 오디오 콘텐츠만의 기술력 발전을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국내외 오디오 시장 성장세를 고려해야겠지만 전통적 콘텐츠인 영화를 위협하기보다 상생 개념으로 지켜보는 단계"라고 거들었다.

또 다른 영화계 관계자 B씨는 "원작도 인기 있는 작품인 데다가 완성품(오디오 시네마)도 퀄리티가 훌륭하다는 인상이었다. 하지만 오로지 '청취'만으로 긴 러닝타임 동안 집중력을 이어갈 수 있을지 미지수"라며 의구심을 드러냈다.

또 새로운 포맷이라는 점에서 정착하기까지 긴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예측했다.

B씨는 "콘텐츠 사업은 공유의 경제에 기초한 사업이라 초기에 돈이 많이 드는 데다 도박성이 크기 때문에 오디오 시네마가 알려지고 일정한 수익이 생기는 안정 궤도에 오를 때까지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본다"라며 설명했다.

매니지먼트 관계자 S씨는 "코로나19로 촬영도 줄어든 상황이라 오디오 시네마 촬영에 배우들도 호의적인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대본 리딩 현장을 녹음하는 느낌도 들었다. 배우들은 비주얼이 아니라 연기에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것 같다"고 거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디오 시네마가 영화·드라마 산업처럼 커질지는 의문이라는 반응. 배우 캐스팅 등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S씨는 "비주얼이 아닌 목소리에 집중하다 보니 배우 중에서도 특별히 목소리가 좋고 발음·발성이 좋은 배우 캐스팅이 중요하다. 청취자 입장에서도 신인보다는 유명 배우를 선호하는 게 이런 이유일 것이다. 신인 배우나 유명하지 않은 배우라면 진입하기 어려운 분야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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