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여러 문중 어른들이 사설 의료시설을 만들어 향민을 치료한 숭고한 뜻을 되새기려는 행사다.
또 방역수칙을 철저하게 지켜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코로나19 확산도 막으려는 것이다.
수도권에서 산발적으로 확진자가 발생해 국민 불안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행사 명칭은 ‘코로나19 종식을 위한 존심애물 정신 계승 기원제’로써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최소 인원이 참석했고, 모두 발열검사와 손 소독을 하는 등 철저한 방역 속에 제를 올렸다.
기원제는 제례에서 집사들의 임무를 정하는 집사 분정, 이들의 임무를 소리 내 읽는 집례 창방, 제례의 순서를 적은 홀기를 읽는 창홀 등 전통적인 방식으로 치러졌다.
참석자들은 경건한 마음으로 향을 피우고 술잔을 올리며 코로나19 퇴치를 기원했다.
경기무형문화재 제8호 살품이춤 이수자인 홍옥연씨가 코로나19 살풀이 기원무로 이 질병의 퇴치를 염원했다.
손석락 존애원 원장은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일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없다”며 “코로나19가 세상을 마비시키는 것을 보면서 당시 환란을 구제한 존심애물의 정신으로 사람 사이가 가까워지고 세상이 정상화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기원제를 올리게 됐다”고 말했다.
기원제는 비영리민간단체인 존애원이 주관했다.
존애원은 임진왜란(1592∼98) 직후인 1599년 상산 김씨 등 상주 지역 13개 문중이 계를 만들고 성금을 모아 창설했다.
이어 1602년 조선시대 최초의 사설 의료시설인 존애원(경북도기념물 제89호)이 한옥으로 건립됐다.
송나라 학자인 정자의 ‘존심애물(存心愛物)’ 정신을 실천하자는 의미에서 존애원으로 이름 지었다.
존심애물은 ‘본심을 지키고 길러 남을 사랑한다’는 뜻이다.
상주는 임진왜란 초기 대규모 전투가 벌어져 많은 사람이 희생한 격전지다.
수년간 왜군의 침탈로 고통 받고 질병에 시달리는 백성들을 위해 지역 선비들이 나선 것이다.
존애원은 가난한 주민들을 치료하고 약을 지어주는 등 국가의 의료서비스를 대신했다.
공동체 의식, 봉사 정신을 보여준 표본이자 사회 지도층의 도덕적 책무인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곳이다.
상주시는 지난 2월 20일 이후 3월 3일까지 15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후 추가 확진자는 나오지 않고 있다.
당시 방역소독 자원봉사자가 줄을 이었다.
자가격리자 등을 지원하기 위한 성금과 물품 기증도 이어져 총 200여 건에 금액은 6억2000만원에 달했다.
여기에는 초등학생이 의료진 등에게 쓴 감사 편지와 저금통에 꼬깃꼬깃 모은 돈도 포함돼 있었다.
이렇듯 대구․경북 시․도민 모두 한마음으로 코로나19와 싸워왔다.
상주시 관계자는 “시민들이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방역지침을 철저하게 지켰고, 확진자 등을 도우려는 따뜻한 마음도 이어졌다”며 “이는 우리에게 면면히 이어져 온 존심애물 정신이 바탕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주시는 존애원의 설립 이념과 정신을 널리 알리기 위한 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다.
존애원이 국가지정문화재인 사적으로 승격되도록 노력하고, 이를 설립한 조상들의 뜻을 후대에 기릴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업도 펼 예정이다.
강영석 상주시장은 “상주는 경상도의 뿌리로서 역사적 깊이가 있는 도시”라며 “존애원의 의미를 현대에 접목하는 등 지역의 훌륭한 정신문화를 널리 알리는 일에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