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북·미 대화가 장기간 교착을 이어가는 데 대한 불만을 연일 남측에 쏟아내고 있다.
북한은 최근 탈북민들의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해 남측 정부를 비난한 데 이어 7일 문재인 정부의 '남·북·미 선순환 구상'을 "무능의 극치"라고 깎아내렸다.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을 일주일 앞뒀지만, 남북 관계는 오히려 뒷걸음질치는 양상이다.
◆"남북, '칼날 위의 평화' 누리는 게 현실"
대북사업 주무부처인 통일부는 이날 북한 통일전선부 대변인 담화와 관련해 "정부의 기본입장은 판문점 선언을 비롯한 남북 정상이 합의한 사항을 준수하고 이행해 나간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통전부가 지난 5일 대변인 담화를 내고 대북전단 문제에 대해 강하게 항의하면서 여러 조치를 감행할 것이라고 경고한 데 대한 정부의 첫 입장이다.
통전부 대변인은 당시 담화에서 "남쪽에서 (대북전단 제재) 법안이 채택돼 실행될 때까지 우리도 접경지역에서 남측이 골머리가 아파할 일판을 벌여도 할 말이 없게 될 것"이라며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완전한 폐쇄를 언급한 바 있다.
다만 정부는 북한이 언급한 구체적 조치 등에 대해서는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은 또한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미 선순환관계' 정책에 대해 비판하기도 했다.
대외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달나라타령'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아마 남조선집권자가 북남 합의 이후 제일 많이 입에 올린 타령을 꼽으라고 하면 '선순환관계' 타령일 것"이라고 비아냥거렸다.
매체는 "북남 관계는 북과 남이 손잡고 평화와 번영, 통일을 이룩하기 위한 우리 민족의 내부문제라면 조미(북·미) 관계는 말 그대로 우리 공화국과 미국과의 관계문제"라면서 "성격과 내용에 있어서 판판 다른 북남 관계와 조미 관계를 억지로 연결시켜놓고 '선순환관계' 타령을 하는 그 자체가 무지와 무능의 극치"라고 비난했다.
이보다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지난 4일 담화를 내고 탈북민의 대북전단 살포에 불쾌감을 표했다.
김 제1부부장은 한국 정부가 이를 막지 않을 경우 금강산 관광 폐지, 개성공업지구 완전 철거,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폐쇄, 남북 군사합의 파기 등을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현재 남북 관계는 또 한번 우리가 칼날 위의 평화를 누리고 있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며 "북한은 우리 정부의 남북 정상간 합의 실행 능력이 크게 미약한 데 따른 인내의 한계, 누적된 실망감을 연속적으로 표출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北, 군사적 도발 조치 감행 가능성도
이처럼 북한이 연일 대남(對南) 비난을 이어가는 가운데 일각에선 북한이 조만간 군사적 도발 조치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양무진 북한대학권 대학교 교수는 "북한은 4·27, 9.19 합의를 통해 남한 정부가 하자는대로 다 했지만 현재 돌아온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시각"이라며 "남북 관계를 통해 북·미 관계로 나아가려는 북한의 전략이 더 이상 작동되지 않고 있는 데 대한 서운함과 책임을 남측에 전가하려는 것"이라고 짚었다.
양 교수는 "남측 내부의 여론 추이를 보다가 연락사무소 폐쇄를 단행할 것"이라며 "(과거에) 다음 수순이 협력사업 중단이나 군사도발이었다. 개성공단 완전 폐쇄 혹은 대남 도발을 통한 군사합의 파기 수순으로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미국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북한이 임팩트 있는 군사적 도발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며 "지난 당 중앙군사위에서 핵억제력 강화를 언급한 것도 그 맥락"이라고 진단했다.
정대진 아주대 통일연구소 교수도 "공동연락사무소를 '결단코' 폐지한다고 했으니 조만간 모종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김 제1부부장 담화에서 언급한 연락사무소폐지, 개성공단철거, 군사합의파기 중 가장 낮은 조치부터 점증법으로 나아가겠다는 뜻"이라고 판단했다.
북한은 지난달 24일(보도일 기준) 김 위원장 주재 하에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4차 확대회의를 주재하고 핵전쟁 억제력 강화 방법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한편 한·미 외교당국은 최근 진행한 실무협의에서 김 제1부부장의 담화 등 대북 현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