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반도체(Nano-spindt) 기반 디지털 X-Ray 발생기'를 앞세워 2026년 약 45조원(358억달러) 규모의 차세대 영상 의료장비 시장에 진출한다.
SK텔레콤은 차세대 의료장비 원천기술 기업 '나노엑스(Nanox Imaging Ltd)'에 투자해 2대 주주가 됐다고 5일 밝혔다. 국내외 독점 사업권을 확보해 한국 내 생산공장을 설립할 예정이다.
이스라엘에 본사를 둔 나노엑스는 미국 나스닥 상장을 준비 중이다. 글로벌 기업인 후지필름, 폭스콘, 요즈마그룹 등이 나노엑스에 투자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6월 나노엑스 초기투자(Seed Round)에 이어 이번 나스닥 기업공개 사전투자(Pre-IPO)에도 참여해 이 회사의 2대 주주가 됐다. 누적 투자액은 2300만달러(약 282억원)다.
일반적인 X-ray 촬영 기기는 필라멘트를 최고 2000℃로 가열해 전자를 생성하고, 이를 빠르게 회전하는 애노드(Anode)로 쏘아 보내 X-ray를 발생시킨다. 이후 일정 시간 피사체에 노출시켜 결과물을 만든다.
반면 나노엑스의 디지털 X-ray는 손톱 크기의 실리콘 반도체를 이용한다. 반도체 속 약 1억개의 나노 전자방출기를 디지털 신호로 제어해 찰나에 전자를 생성하고, X-ray로 전환해 촬영한다. 가열이나 회전 단계가 없다.
현재 나노엑스는 '디지털 X-ray·CT 기반 차세대 영상촬영 기기(Nanox.ARC)'를 개발해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 절차와 제품 양산 준비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이 기기는 아날로그 제품들보다 더 선명하게, 또 최대 30배 빠른 속도로 촬영한다. 방사능 노출 시간을 30분의 1로 줄이면서, 가슴을 누르는 통증 없는 비접촉 X-ray 촬영도 가능하다. 1회 촬영당 비용도 10% 수준에 불과하다.
또 병원 내부 등 특수 환경이 아닌 앰뷸런스나 간이 진료소에도 설치할 수 있다. 기존 X-ray 촬영 장비의 대형 냉각 장치가 필요 없어 기존 1톤 무게의 장비를 200㎏ 수준으로 경량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SK하이닉스, ADT캡스, 인바이츠헬스케어 등 계열사와 함께 디지털 X-ray 기술을 활용한 차세대 의료·보안·산업용 서비스를 구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 장비를 앰뷸런스에 탑재하고 5G 및 클라우드와 연동하면, 환자 이송 중 응급의료팀과 원내 전문의가 고품질의 X-Ray·CT 촬영 영상을 실시간으로 주고받을 수 있다. 공항, 전시장, 공연장, 경기장 등에 3D X-ray 보안 기기를 보다 간편하게 설치할 수 있다. 반도체·배터리·자동차 부품 생산 공장의 X-ray 활용 품질 검사, 반려동물용 영상진단기기 시장 등도 디지털 X-ray가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분야다.
SK텔레콤은 나노엑스로부터 차세대 영상촬영 기기의 한국, 베트남의 독점 사업권도 확보했다. 향후 해당 국가의 사용 허가 절차를 거쳐 기기를 공급할 계획이다.
이들은 한국을 차세대 장비의 글로벌 생산 기지로 논의 중이다.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고, 첨단 바이오 회사와도 협력이 수월하기 때문이다. 나노엑스의 반도체 FAB가 한국에 건설되면 차세대 의료 사업 개화 및 양질의 일자리 창출 효과 등을 기대할 수 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정보통신기술(ICT) 및 첨단 기술로 더 나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자는 양사 철학이 맞닿아 있다"며 "차세대 의료 기술과 5G, 인공지능(AI)을 융합한 결과물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대표적인 혁신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