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과 웃음의 KPGA 스킨스 게임…문경준·이수민 승리

2020-06-01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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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준·이수민vs박상현·함정우

각 기부처에 획득 상금 기부

눈물과 웃음으로 시작해 뿌듯한 기부로 마무리했다. 문경준·이수민 조가 5600만원(10스킨)을 쌓아 승리했다.
 

KPGA 스킨스 게임에 출전한 이수민, 함정우, 박상현, 문경준(왼쪽부터)[사진=KPGA 제공]


하나금융그룹과 제네시스가 후원한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스킨스 게임 2020(총상금 1억원)이 1일 경기 용인시에 위치한 플라자CC 용인 타이거코스에서 열렸다. 경기 전 클럽하우스에 위치한 미디어센터에서 기자회견이 열렸다. 출전한 선수들은 만감이 교차했다.

분위기가 엄숙했다. 지난 3월 13일 세계보건기구(WHO)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범유행) 선언으로 전 세계 모든 골프대회가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국내는 상황이 심각했다. 문경준(38·휴셈)은 "KPGA 코리안투어 선수들이 후원사를 구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대회가 개최되지 않아서 마이너스 통장을 쓴다"며 고개를 떨궜고, 박상현(37·동아제약)은 "대회 하나하나에 소중함을 느끼고 있다. 직장 잃는 사람들의 심경을 조금이나마 알 것 같다"고 울먹였다.

힘들어도 가족을 생각하면 웃음이 났다. 두 가장은 환하게 웃었다. 문경준은 "결혼 이후로 집에 오래 있어 본 적이 처음이다. 처음에는 '며칠 이러다가 끝나겠지'라고 생각했다. 집안일을 열심히 하게 됐다. 시즌 중에는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했었다. 참 소중한 시간이었다. 아이들도 진짜 아빠라고 생각한다. 8살 아들 휴대폰에 ‘골프선수 아빠 문경준’이라고 저장돼 있었다"고 '아빠 미소'를 보였다.

이어서 박상현도 맞장구를 치면서 "살면서 이렇게 집에 오래 있어 본 적이 없다. 방바닥에 널린 머리카락을 치웠다. 집에서 정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가족들과 좋은 추억을 쌓았다. '집사람이 많이 힘들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골프가 이렇게 쉬운 것인지 몰랐다"고 소리 내 웃었다.

제네시스 대상에 빛나는 문경준은 제네시스 상금왕 이수민(27·스릭슨)과 호흡을 맞췄다. 박상현은 명출상(까스텔바작 신인상) 수상자인 함정우(26·하나금융그룹)와 한 조를 이뤘다. 젊은 두 선수는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벌였다. 함정우는 이수민에게 "군대도 안 다녀온 선수"라고 공격했고, 이수민은 옅은 미소로 웃어넘겼다.

경기 방식은 팀(2대2) 스킨스 매치 방식. 이 방식은 홀별 상금을 걸고 총 상금액으로 우승팀을 가린다. 1~6번홀은 200만원, 7~12번홀은 400만원, 13~17번홀은 800만원, 18번홀은 2000만원이 걸렸다. 이벤트 홀에서 롱기스트나 니어리스트에 성공하면 각 200만원이 주어진다.
 

이글을 잡고 환하게 웃는 문경준과 이수민[사진=KPGA 제공]


오후 1시 40분경 경기가 시작됐다. 1번홀(파5) 이수민이 칩인 이글을 잡았다. 환호성이 터졌다. 문경준·이수민 조가 1스킨을 얻어 200만원을 쌓았다. 화려한 시작. 3번홀(파3) 박상현·함정우 조가 반격에 나섰다. 뻥뻥 날리고, 정교하게 홀 컵을 조준했다. 동타로 넘어온 상금까지 400만원(2스킨)을 적립했다.

4번홀(파4) 200만원(1스킨)을 추가한 문경준·이수민 조는 6번홀(파4) 깔끔한 이수민의 퍼트로 400만원(2스킨)을 더했다. 7번홀부터 9번홀까지 3홀 연속 동타가 났다. 9번홀 롱기스트는 문경준·이수민 조에게 돌아갔다. 전반 9홀 결과 1000만원(4스킨) 대 400만원(2스킨)으로 문경준·이수민 조가 600만원 앞섰다.
 

티샷 후 타구 방향을 바라보는 박상현과 함정우(왼쪽부터)[사진=KPGA 제공]


10번홀(파4) 문경준·이수민 조가 버디로 1600만원(4스킨)을 획득했다. 격차가 2600만원(8스킨) 대 400만원(2스킨)으로 벌어졌다. 12번홀(파4) 박상현·함정우 조가 파로 800만원(2스킨)을 획득했다. 장군을 하면 멍군을 했다. 13번홀(파3) 문경준·이수민 조가 또다시 스킨(800만원)을 얻으며 달아났다. 3400만원(9스킨) 대 1200만원(4스킨)으로 격차를 또다시 벌렸다.

15번홀(파5) 박상현의 이글 퍼트가 홀 컵 안으로 쏙 들어갔다. 전 홀 누적 상금까지 1600만원(2스킨)을 독식했다. 3400만원(9스킨) 대 2800만원(6스킨)으로 추격을 시작했다. 16번홀(파3)은 니어리스트 홀로 지정됐다. 니어리스트(200만원)는 문경준의 몫이 됐지만, 함정우가 12m 버디 퍼트를 잡아내며 스킨(800만원)을 따냈다. 3600만원(9스킨) 대 3600만원(7스킨)으로 동점. 17번홀(파5) 함정우가 2온에 성공했다. 이글 퍼트는 놓쳤지만, 버디. 스킨(800만원)을 따내며 역전에 성공했다.

3600만원(9스킨) 대 4400만원(8스킨)으로 박상현·함정우 조가 800만원 차로 앞선 가운데 18번홀(파4)이 시작됐다. 마지막 홀은 2000만원의 상금이 걸렸다. 주인공은 문경준이었다. 버디. 5600만원(10스킨) 대 4400만원(8스킨)으로 문경준·이수민 조가 우승했다.

획득한 상금은 조별로 선정한 기부처에 기부된다. 문경준·이수민 조는 희망브리지 전국재해 구호협회에 누적 상금 5600만원을, 박상현·함정우 조는 국경없는 의사회 한국지부에 누적 상금 4400만원을 기부한다.

이와 별도로 출전 선수 네 명의 이름으로 마스크를 기부했다. 희망브리지 전국재해 구호협회에 마스크 2500장이 전달됐다.

KPGA 코리안투어는 개막을 한 달여 남겨놨다. 2020시즌은 다음 달 2일부터 5일까지 나흘간 경남 창원시에 위치한 아라미르 컨트리클럽에서 열리는 우성종합건설 아라미르CC 부산경남오픈으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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