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쇼트비디오 플랫폼인 틱톡의 모회사 바이트댄스는 올해 안에 싱가포르 지사 규모를 크게 확장할 예정이다. 싱가포르 중심 상업지구에 위치한 유명 오피스 단지로 사무실을 옮기는 것이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알리바바도 지난달 싱가포르 중심 상권에 있는 12억 달러(약 1조4700억원) 규모의 고층 빌딩의 절반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대표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도 지난해 11월 싱가포르 중심지에 화웨이 클라우드 인공지능(AI) 혁신연구소를 열었다.
이외에 중국 안면인식 기술 업체 센스타임과 온라인 여행사 시트립, 소셜미디어 YY와 이동통신업체 차이나모바일도 싱가포르에서 존재감을 키우는 중이다.
이 같은 중국 기업들의 심상찮은 움직임은 일찍이 싱가포르에 진출해 뿌리를 깊게 내리고 성장하고 있는 미국 기업들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싱가포르에는 페이스북·구글·마이크로소프트(MS)·아마존 등 미국 IT기업들이 이미 수년 전 진출해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는 중이다.
페이스북은 2018년 싱가포르 지역의 본사를 확장 이전한 후 아시아 최초로 10억 달러 규모의 데이터 센터를 구축했다. 트위터도 올해 내 싱가포르에 아시아 태평양 데이터센터를 설립할 예정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미국과 중국이 싱가포르에서의 영향력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는 동남아시아 시장의 엄청난 잠재력 때문이다. 부동산 업체 세빌스의 애슐리 스완 전무이사는 “동남아는 미국과 중국 기업이 클라우드와 컴퓨터 등 분야에서 공개적으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지역 중 하나”라며 “6억5000만 인구가 빠르게 온라인으로 눈을 돌리고 있어 잠재적인 시장 규모가 거대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홍콩 국가안보법(홍콩안보법)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악화된 점도 싱가포르에서의 양국 경쟁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세계 6위이자 아시아의 ‘금융허브’인 홍콩이 보안법 제정으로 흔들리면서 홍콩을 대체할 지역으로 싱가포르가 꼽히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향후 싱가포르의 경제가 홍콩을 크게 앞설 것이라고도 내다본다. 실제 싱가포르 중앙은행인 싱가포르통화청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외화예치금은 209억 싱가포르달러(약 18조2000억원)로, 전년 2월(72억 싱가포르달러) 대비 3배 가까이 늘었다. 스티븐스공대 경영학과의 우잉 교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올해 많은 돈이 홍콩에서 빠져나가 싱가포르로 유입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