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부자들] 재건축+땅·공장 투자로 순자산 40억원…"단타 욕심 버려야"

2020-06-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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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부터 부동산 공부…고덕동 저밀도 주거지 매입

전세 받으며 기다리자 매입가 대비 19배 오른 새집

이주비 대출 활용해 자기자본 한 푼 없이 추가 투자

<편집자주> 우리는 한 해에 부동산 자산이 수억원씩 불어나는 시대에 살아왔습니다. 혹자는 이 기회의 땅에서 큰돈을 벌었고, 누군가는 적은 이윤에 만족하거나 손해를 보면서 부자들의 뒷모습을 바라보게 됐습니다.

그래서일까요. 30대 이상 성인남녀가 두 명 이상 모인 곳에서는 어김없이 "누가 어디에 뭘 샀는데 몇억원을 벌었대"와 같은 주제가 으레 오갑니다. 삽시간에 궁금증의 초점은 그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에 맞춰지죠.

이에 본지는 소위 '아파트부자'로 불리는 이들의 이야기와 재테크 노하우를 여러분께 소개하고자 합니다. 성공담과 실패 경험뿐 아니라 기회와 위기를 마주했을 때의 심정과 전략, 그 결과까지 전하겠습니다. 매주 월요일 30부작으로 연재합니다. 이 기록으로써 우리 모두 나름의 교훈을 얻어가길 바랍니다.
 

[그래픽 = 김효곤 기자]


"부동산은 튼실한 나무라고 생각해요. 볕(입지) 좋은 곳에 심어놓고 쳐다만 보고 있어도 수억씩 오른다는 거죠. 크는 걸 못 기다리고 단타 욕심을 부리면 돈을 못 벌더라고요."

아파트부자들 열아홉 번째 주인공은 재건축과 땅, 공장 투자로 부채를 제외한 부동산 순자산만 40억원을 쌓은 50대 후반 직장인 A씨다.

현재 보유한 부동산은 서울 강동구 고덕 신축 아파트 두 채와 인천 재개발 예정지 연립주택 한 채, 공장 한 채, 인천·청주·태안 등지 약 6000㎡(1800평) 규모 땅이다.

비결은 이른 나이에 시작한 공부와 느긋한 중·장기 투자에 있다. 정비사업 예정지에 투자 씨앗을 심어두고 IMF와 금융위기, 부동산 폭락기를 편안한 마음으로 보낸 것이다.

다주택자 대상 규제가 강화되는 시기에는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는 땅과 공장으로 수익을 보기도 했다. 꾸준히 언론 보도로 최신 동향을 확인하고 전문가 강연을 들어왔기에 가능한 대처였다.

공인중개사 및 부동산자산관리사 자격증과 부동산 관련 학위까지 딴 그는 투자에 성공한 최근까지도 배움을 이어가고 있다.

"많이 알지 못하면 당하는 거예요. 공인중개사들이 가장 나쁜 매물을 보여준 건지, 아니면 좋은 걸 보여준 건지 판단이 안 되니까."

"특히 뭘 모르면 정말 좋은 기회가 와도 선뜻 실행에 옮기지 못해요. 주변 동료들이 좋은 물건을 추천해달라고 해서 알려줘도 소용이 없더라고요."

첫 출발은 입사 8년차인 1994년에 8500만원을 주고 신혼집으로 산 서울시 강동구 고덕 주공3단지(현 고덕 아르테온)다. 최근 실거래가는 이때보다 19배가량 뛴 15억원대다.

그는 주공3단지가 1983년에 준공된 구축이라 언젠가 재건축이 될 가능성이 크고 저밀도 지역에다 대지지분이 넓어 경제성이 높다고 봤다.

실제로 대지지분은 실평수 53㎡(이하 전용면적·16평)를 웃도는 약 76㎡(23평)에 달했다. 재건축 후 기존 5층 단지를 34층까지 올려 무려 1486가구의 일반분양이 나왔다.

실평수 84㎡를 선택해 추가 분담금으로 9600만원을 냈지만, 지난달에 전세 5억6000만원을 받아 사실상 자기자본은 한 푼도 들어가지 않았다.
 

고덕 아르테온 전경. [사진 = 네이버 거리뷰]


"1년 살다가 지방으로 발령이 나서 전세를 놓고 보니 집값이 매년 연봉만큼 오르더군요. 시간이야 훌쩍 간다는 생각으로 묻어두는 거죠."

"묻어두면 직장생활의 활력이 돼요. 상사한테 된통 깨지고 자리에 돌아와서 서럽잖아요. 그때 집값 얼마 올랐네, 보면서 혼자 씩 웃고 넘기는 거죠.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IMF나 금융위기 이럴 때 집값이 떨어지고 사업이 지연돼도 크게 동요하지 않았어요. 과거 사례를 봤을 때 어차피 회복한다는 걸 알고, 재건축 사업성도 좋으니까요."

이런 매물을 알아보는 안목은 이른 부동산 공부에서 비롯됐다. 입사 후 처음으로 만난 부장을 재테크 스승으로 삼았다고 한다.

"당시 부장이 투자를 잘하셔서 저한테 조언을 많이 해주셨어요. 결혼 전에 단독 세대주를 해놓고 청약 통장을 마련해야 한다 등등."

"이때부터 부동산에 관심이 생겨서 공부를 시작했어요. 입지나 재건축 경제성을 보는 방법을 알아뒀으니까 괜찮은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었던 거죠."

또 다른 성공 사례로는 지난 2017년 매입한 고덕 주공6단지(현 고덕자이)가 있다. 이주가 확정된 재건축 예정 단지라는 점을 활용해 자기자본 없이 투자한 곳이다.
 

고덕자이 재건축 현장 전경. [사진 = 네이버 거리뷰]


매입가 6억원(59㎡) 중에서 2억9000만원은 건설사 지원 이주비로, 3억1000만원은 대출로 충당했기 때문이다. 현재 분양권 시세는 11억원까지 올라왔다.

3년여간 이자로 3000만원가량을 지출했는데, 사업성이 좋아서 추가 분담금을 내기는커녕 환급금 1억원을 받게 됐다. 내년 2월 입주 시기가 되면 5억~6억원대 전세도 놓을 수 있다.

"잘 아는 지역을 유심히 지켜보다가 이주가 확정되고 기회가 보이니까 바로 잡았어요. 사업 지연 리스크가 없고 투자금도 필요 없는 마술 같은 일이죠."

재건축에서 본 수익으로 땅을 사 공장을 짓기도 했다. 한 투자 전문가 지인의 추천으로 알게 된 인천 검단산업단지 인근 1000㎡ 규모 땅이다.

토지 매입 및 공장 설립, 부대비용까지 총 4억5000만원이 쓰였고 이 중 3억원은 재건축 단지에서 받은 이주비 저리 대출로 조달했다.

"공장에서 월 임대료 235만원이 들어오고, 땅값이 매년 4~5% 정도 올라서 지금 11억원 정도까지 올랐어요. 수익률은 연 7~8% 정도가 되겠네요."

은퇴를 앞둔 그는 그림 같은 태안 바닷가 근처에 전원주택을 짓고 노후를 준비할 계획이다. 고정수입이 줄어들 것을 대비해 더 많은 투자에 나서기보다 부채를 줄이고 있다. 

"집을 짓다보면 토지개발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 것 같아요. 재미가 붙으면 퇴직하고 개발사업이나 컨설팅업을 한번 해볼까 싶기도 하고···."
 

사연자가 전원주택을 짓기 위해 충남 태안 바닷가에 산 토지 전경. [사진 = 사연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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