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디지털화폐, 어디까지 왔나] "CBDC 상용화는 대세"…'마이웨이' 韓銀도 입장 선회

2020-05-2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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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별 중앙은행들 앞다퉈 시범사업

韓, 연구팀 신설…내년 1월 실험운용

中, 법정화폐 출시 임박…日, 견제 나서

한국과 중국, 일본 등 3개국은 지금껏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CBDC)’의 상용화를 두고 각기 다른 입장을 견지해왔다. 한국과 일본은 CBDC 도입에 비교적 회의적이었던 반면, 중국은 디지털화폐 시대의 주도권을 선점하겠다는 야욕을 수차례에 걸쳐 드러내 왔다. 최근에는 한국과 일본 역시 CBDC 기술력 확보를 위한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는 등 변화의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결국 3국 사이에 '디지털화폐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는 점에는 공감대가 형성된 셈이다. 다만 각국 간 이익 셈법에 따라 적군과 아군이 갈리는 묘한 기류도 감지된다.

◆한국, CBDC 관련 입장 선회··· ‘도입 속도’

한국은 불과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디지털화폐’ 도입에 가장 회의적인 국가 중 한곳이었다. 한국은행은 여러 공식석상에서 “가까운 시일 내에 CBDC를 발행할 일은 없을 것”이라는 일관된 입장을 유지해왔다. 작년 2월 나온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발행이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선 "CBDC가 상업은행의 요구불예금을 대체하면서 금융안정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상황은 급변했다. CBDC 관련 연구팀을 신설한 것은 물론, 관련 기술구현 검토 작업에 착수하는 등 누구보다 의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당장 내년 1월부터는 CBDC 실험운용을 실시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이처럼 한은이 입장을 선회하는 데는 글로벌 주요 국가들의 동향이 영향을 미쳤을 거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세계 중앙은행들이 앞다퉈 CBDC 시범사업을 펼치는 상황에서 한은만 독자적으로 ‘마이웨이'를 주장하기에는 위험부담이 컸을 거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한은이 최근 내놓은 ‘해외 CBDC 추진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노르웨이·동카리브·바하마·스웨덴·영국·중국이 소액결제용 CBDC를 연구 중이다. 스위스·싱가포르·일본·유럽중앙은행(ECB)·캐나다·태국·홍콩·프랑스의 경우 거액결제에 CBDC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은의 CBDC 추진 일정은 내년 12월까지 장기간에 걸쳐 진행된다. 우선 오는 7월까지 CBDC 시스템을 어떻게 운용하고 어떤 기능을 제공할지를 설계하고 기술 검토를 8월 중으로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 기간에 데이터 분산처리 기술인 블록체인(공공거래장부) 활용 가능성도 조사한다. 이어 연말까지 업무 절차 분석, 외부기관 자문을 진행한 뒤 내년 1년간 시스템을 구축하고 제대로 작동하는지 여부를 확인한다.

◆일본, 中 패권 경계··· 중국은 ‘최대 수혜 국가’ 가능성 유력

일본 역시 한국과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올해 초를 기점으로 일본 내 디지털 화폐 개발 논의를 본격화했다. 다만 기술적·법률적 문제 탓에 일본의 디지털화폐 발행이 단기간 내에 이뤄지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본은 무엇보다도 중국이 ‘디지털 화폐’ 시대에 주도권을 잡는 것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따라서 디지털 화폐 개발 과정에서도 중국보다는 미국·유럽과 손잡고 있다. 그 일환으로 지난 1월에는 일본을 비롯한 캐나다, 영국, EU, 스웨덴, 스위스 등 6개국 중앙은행 및 국제결제은행(BIS)과 CBDC 발행 활용성을 연구하기 위한 그룹을 설립하기도 했다.

중국은 2014년 주요국 중앙은행 중 최초로 디지털 화폐 연구를 시작했다. 국제사회에서는 “중국이 세계 주요국 가운데 가장 먼저 법정 디지털 화폐를 도입하는 나라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룬다. 지난달 인민은행 디지털화폐 연구소는 선전, 쑤저우, 슝안신구, 청두 등 4개 도시와 향후 동계올림픽 개최 장소에서 CBDC 관련 테스트에 돌입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중국 법정 디지털화폐 출시가 임박했다는 관측도 새어나오고 있다. 지난 26일 닛케이아시안리뷰는 중국 인민은행이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 맞춰 '국가 공인 디지털 위안화’ 출범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디지털화폐’ 시대가 본격화되면 최대 수혜 국가는 중국이 될 거란 전망도 나온다.

안유화 성균관대 교수는 “(중국이 디지털화폐 시대를 서두르는 건) 전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 패권에 도전하는 의미도 담겨 있다”며 “현재 세계 외환보유고의 약 60%가 달러로 구성된 반면 위안화는 2%에 불과한 상황에서, 디지털 위안화 등장이 무역 거래나 국제 투자 과정에서 기존 미국 금융시스템을 거치지 않는 효과를 창출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아주경제 미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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