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조민수·치타 '초미의 관심사', 가장 보통의 모녀

2020-05-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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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에서 가수 블루로 활동 중인 순덕(치타·김은영 분). 독보적 보이스와 음악 세계로 주가를 올리며 남부러운 것 없는 생활 중인 블루와 달리 순덕은 외롭고 쓸쓸하기만 하다.

순덕은 남 보이기 창피한 엄마(조민수 분)를 떠나 일찍이 독립했다. 한때 가수를 꿈꾸며 이태원을 누볐던 엄마는 넘치는 오지랖과 불같은 성질로 사건·사고를 몰고 다녔던 터. 순덕과도 사사건건 부딪치며 큰 소리를 내왔다. 더군다나 순덕을 제외한 온 세상 사람들에게 관심이 넘치는 것도 순덕에겐 큰 상처.

성격 차이로 멀어진 두 사람의 유일한 연결고리는 막냇동생이다. 집안의 유일한 정상(?)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막냇동생이지만, 갑자기 엄마 가겟세며 순덕의 비상금까지 들고 증발해버리는 기상천외한 사고를 저지른다. 얼굴만 보면 으르렁거리는 엄마와 순덕이지만 괘씸한 막내를 잡기 위해 몇 년 만에 뭉친다.

두 사람은 막내의 고등학교부터 그가 지냈던 고시원, 아르바이트 장소 등을 추적하며 몰랐던 막내의 이면을 발견한다. 수상하기 짝이 없는 막내의 비밀에 다가갈수록 극과 극 모녀는 점점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초미의 관심사' 스틸컷[사진=레진스튜디오 제공]

'초미의 관심사'는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제42회 서울독립영화제 등 유수 영화제에서 두각을 나타낸 영화 '분장' 남연우 감독의 두 번째 연출작이다. 드라마 '방법'으로 이름을 알린 레진스튜디오가 선보인 첫 번째 영화기도 하다.

영화는 다양한 '편견'의 순간을 포착한다. 표면적으로는 극과 극 성격을 가진 모녀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이들을 시작으로 미혼모·동성애·외국인 등 다양성에 관한 이야기를 조각조각 늘어놓는다. 다소 불편할 수 있는 소재들이지만 인물과 설정의 무게를 덜고 설정을 함축하며 리드미컬하고 유연하게 느껴질 수 있게끔 노력했다.

영화의 주 배경이 되는 이태원은 극 중 인물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마법 같은 장소다. 과장되게 느껴질 수 있는 캐릭터들은 이태원이라는 장소의 힘을 얻어 실제로 있을 법한 캐릭터로 변모한다. 생명력을 부여받았다는 이야기다.

성격 강한 캐릭터들이 중구난방 느껴지지 않는 건 극과 극 성격을 가진 모녀의 서사가 단단하게 중심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모녀가 하루를 함께 하며 자신과 꼭 빼닮은 모습을 발견하고 또 발자취를 밟아나가는 모습은 누구나 한 번쯤 느껴봤을 법한 보편적 정서다. 관객들은 독특한 모녀를 통해 가장 보통의 가족을 느끼게 된다.

'초미의 관심사'는 많은 부분을 이미지와 음악으로 채운다. 인물 간 서사와 관계를 생략하고 함축하기 때문에 캐릭터의 정서와 관계를 강한 색 대비나 팝아트 등으로 대신하고 있다. 엄마의 빨간 가죽코트와 순덕의 파란색 수트는 두 인물의 성격과 관계를 가리키는 대표 예시다.

이태원에서 잘 나가는 블루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답게 꽉 찬 영화 OST도 눈여겨볼 점이다. 주인공 순덕 역의 치타가 전곡을 작사·작곡했을 뿐만 아니라 가창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즈풍의 리듬과 인물의 내적 심리를 담은 가사까지 담아내 영화의 감성을 더했다.

조민수와 치타의 연기와 케미스트리도 합격점이다. 조민수는 캐릭터 강한 엄마 역을 자신만의 매력으로 가득 채웠다. 인물의 굴곡을 단번에 느낄 수 있도록 만든다. 치타는 첫 연기라는 것이 놀라울 정도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배우 김은영으로서의 행보를 기대하게 한다. 27일 개봉이고 15세 관람가, 러닝타임은 92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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