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영민 "부부의 세계는 운명…앞으로도 기억에 남는 배우 될게요"

2020-05-25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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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주는 안정감과 편안함이 좋지만 새로운 여자가 주는 짜릿함을 즐긴다. '외도의 아이콘' JTBC '부부의 세계' 손제혁을 연기한 건 최근 안방극장과 스크린을 부지런히 오가는 배우 김영민(49)이다.

손제혁은 지난 2018년 방영된 '나의 아저씨'에서도 박동훈(이선균)의 아내 강윤희(이지아)와 불륜을 저지르는 도준영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며 불륜남의 진수(?)를 보여줬다. 지난 22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 카페에서 만난 김영민은 "감독님께 그렇지 않아도 '나의 아저씨'를 보고 저를 캐스팅하시는 것이 아니냐고 여쭤봤는데 '그건 아니다'고 말씀해주시더군요. 제가 장면 하나하나를 다 힘있게 만들어가는 부분이 마음에 들어 캐스팅하셨다고요"라며 미소를 보였다. 

[사진제공=매니지먼트 플레이 ]

김영민은 잇따른 불륜 역할로 욕을 먹기도 했지만 명실상부 이제 '시청률의 요정'이기도 하다. 올해 초 방영한 tvN '사랑의 불시착'에서 '귀때기'라는 별명으로도 불린 그는 2연타 시청률 최고의 드라마에 출연했기 때문이다. '부부의 세계'는 비지상파 드라마 최고시청률(28.4%)로 종편의 역사를 새로 썼고, '사랑의 불시착' 또한 20%를 넘으며 사랑받았다.

김영민은 "이번 작품은 김희애 선배님이 하시니 잘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이렇게까지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어요"라며 "아마 연출의 힘이지 않을까 싶어요. 대본을 알고 봐도 재밌게 보게 되더라고요. 정말 특이한 경험이었습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그는 "드라마가 이렇게까지 잘 될 거라고는 감이 오진 않았는데 주변에서 "'도깨비'를 넘었대, 'SKY캐슬'을 넘었대"라고 하니까 확 와닿더라구요 순간 시청률도 40%인가 넘었다고 해서 배우 인생에 다시 이런 일이 없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정말 큰 복이죠"라고 덧붙였다. 
 
1971년생인 김영민은 한국 나이로 올해 쉰이다. 지난 2001년 영화 '수취인불명'으로 데뷔해 올해 20년차 배우가 됐다. 믿기지 않을 만큼 동안이라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에서 장국영 역할을 무리 없이 소화했다. 

동안의 비결에 대해 묻자 그는 "관리도 잘 안하고 따로 피부에 뭘 하는 건 없어요. 팩이라도 잘 하려고 노력하지만 의외로 1일 1팩도 쉽지는 않더라고요"라며 "나이 쉰에 소위 전성기(?)가 시작됐다고 생각하니 덜컥 겁도 나고, 절대 들뜨면 안 된다고 앞으로 한발 한발 잘 밟아가야 한다고 되새기게 되더라구요. 사람이 언제나 잘될 순 없고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도 있고요. 지천명에 좋은 결과가 나오는데 일부러라도 더 겸손해야 한다고 다짐하고 있습니다"라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그간 그는 '동안'이 나름 콤플렉스였다고. 콤플렉스였던 '동안'은 콤플렉스가 아닌 장점으로 작용, 브라운관과 스크린 연기에 있어 훨씬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게끔 하는 원동력이 됐다.

"대학로 무대에 설 때는 어려보이는 얼굴이 너무 고민이었어요. 남들보다 힘있는 역할도 맡지 못하고 미끄러질 때 선배들이 그러셨어요. 언젠가 너는 그 얼굴 덕을 볼 날이 올거라고. 손제혁 역도 제가 나이보다 어려보이기 때문에 맡을 수 있었고 동안인 얼굴 덕을 이제야 보는 것 같네요."

[사진제공=매니지먼트 플레이 ]

극중 김영민(손제혁)은 아내 박선영(고예림)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다. 거듭된 불륜으로 부부의 신뢰를 깨뜨렸고 둘의 관계는 결국 회복되지 못했다. 데뷔 26년 차 베테랑 배우 박선영과의 연기 호흡 또한 완벽했다. 고예림을 입체적으로 표현한 박선영 덕분에 미묘한 감정과 긴장감이 가득한 두 사람의 관계가 잘 묘사됐고, 두 사람의 결말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작품 속 두 사람은 재결합을 했지만, 결국 깨진 신뢰를 다시 봉합하지 못하고 이별을 택했다. 김영민은 이런 결말에 크게 만족했다.
 
김영민은 "박선영 배우와 호흡이 잘 맞았어요.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밝은 사람이어서 제게도 좋은 영향을 주셨죠. 마지막에 박선영 배우가 아픔에 대해 얘기하는 모습이, 사랑하는데 용서가 안 된다고 우는 모습이 공감됐고, 자기 욕심을 채우기 위해 더는 붙잡을 수 없는 제혁의 마음도 이해됐습니다. 가장 가까운 관계에 있어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준 것이 얼마나 큰 것인지 현실을 돌이켜 볼 수 있는 결말이었다고, 가장 현실성 있는 결말이었다고 봐요"라고 말했다.
 
배우 김희애와 파격적인 동침 장면도 화제가 됐다. 동침 장면 가운데 넘어졌다 다시 우뚝 서는 그에게는 '오뚝이'라는 별명이 붙여졌다. 그는 '오뚝이'에 대한 별명을 알고 있다며 "너무 좋아요. 그 장면을 그렇게 의도한 게 아니었는데 편집 후 오뚝이처럼 보이더군요. 시청자분들이 그만큼 '부부의 세계'에 몰입하고 잘 보고 계신다는 뜻으로 들렸습니다. 작품에 대한 애정이 있어서 그렇게 불려도 좋아요"라며 미소를 지었다.
 
이어 그는 "대본에는 여성 주도적이고 서로 이겨 먹으려는 부분을 표현했으면 좋겠다고 적혀 있었어요. 어려운 장면이겠다고 생각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희애 선배님이 잘 이끌어주셔서 그 장면이 한방에 끝났어요"라며 김희애의 연기력을 칭찬했다. 

"서로 주도적이 되려는 기싸움이 필요한 장면이었어요. 지선우가 회계장부를 얻기 위한 베드신이었기에 도덕적 수치심도 보여야 했고 1차적인 육체적 욕구도 보여야 해던 촬영이었는데 선배님이 너무 잘 표현하신 거죠. 걱정을 많이 했는데 동선을 짜고 서로의 생각이 같아서 한 방에 가는 느낌으로 잘 풀렸어요. 편집에서 강조된 제가 일어나고 또 일어나는 장면이 우스꽝스러웠지만 ‘제혁’스러워서 만족해요."
 
김영민은 "박해준과 저는 욕을 많이 먹어야만 하는 역할이죠. 나의 아저씨에서도 해준이와 함께 출연했지만 그때는 제대로 붙는 신이 없었어요. 둘이 술집에서 싸우는 신은이번에는 찌질함과 찌질함의 만남, 누가 더 찌질한가를 다툴 정도였죠. 제 아내도 그 장면을 보면서 '어휴 모질이~'이러더군요. 찌질해 보였다면 제대로 표현한 거다 싶었어요"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제혁에게는 찌질한 면이 있어요. 제혁의 부족한 부분들이 주변 소중한 사람들에게 어떤 상처를 주고, 인생에 지울 수 없는 아픔을 주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것들을 표현하기 위해 못난 모습들을 찾아 연기했어요"며 "인간이라는 자체가 복잡한 것 같습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매니지먼트 플레이 ]

대세 배우로 떠오른 김영민은 일찌감치 차기작으로 하반기에 방송될 JTBC 드라마 '사생활'을 선택했다. 그는 더 많은 것을 갖기 위해 남의 사생활을 짓밟는 악역으로 또 다시 '국민 욕받이'가 될 예정이다. 
 
김영민은 지금까지 작품의 성공은 자신의 '운'이라고 말했다. 자신보다는 동료 배우들과 스태프들에게 공을 돌렸다. 무엇보다 지금 받고 있는 관심과 사랑은 어느 다른 방법도 아닌 작품으로 보답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저는 정말 운이 좋다고 생각해요. '사랑의 불시착'은 행운같이 온 작품이라면, 부부의 세계는 운명적이었어요. 우리 일이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는데 너무 잘 되니까 오히려 걱정도 돼요. 하지만 제가 하는 일이 어떤 작품이든 잘 만들어 가는 것이지 과거 영광을 누리는 직업이 아니라는 생각을 계속하면서 앞으로 어떤 작품에서 어떤 역할을 맡게 되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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