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1학기 다 날려 궁지 몰린 고3, 대입 전략 '멘붕'

2020-05-12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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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교 후 두 달간 시험만 5번 치를 판…자소서 작성 돕기에도 부족

교사들 "중간ㆍ기말고사 통합 지침 있어야" vs 교육부 "학교장 재량"

입시 전문가들 "재수생 수능 절대 유리…재학생, 선택 빨라야"

서울시 한 고교의 고3교실[사진=연합뉴스]

학생들의 등교가 1주일 연기되면서 하루가 아쉬운 고3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학교를 통해 수시 상담 및 지도를 받는 것이 사실상 어려워져 수험생 스스로 결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몰리고 있다. 입시 전문가들은 재학생들의 이런 부담으로 올해 수학능력시험에선 재수생이 확실한 우위를 점할 것으로 전망한다.

◆ 등교 후 두 달간 시험 5번

12일 교육부에 따르면 오는 20일 고3 등교가 예정대로 시행될 경우 고3 학생들은 남은 1학기 안에 지필고사만 5번을 치를 예정이다. 교육부는 5월 내로 등교하면 대입 일정에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수능 일정을 추가로 연기하거나 대학들의 신입생 선발 일정을 크게 손보지 않겠다는 의미다.

고3들이 오는 20일 등교 이후 약 두 달간 치러야 하는 지필고사에는 전국연합학력평가 3번과 중간고사 및 기말고사다. 빡빡한 일정 탓에 시험 일정을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등교가 정상적으로 이뤄지면 늦어도 6월 중순에 중간고사를 볼 가능성이 높다. 등교 후 2~3주 만에 시험을 치르는 것이다.

일선 학교에선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며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통합해 치르는 방안에 대해 교육부가 지침을 줘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교육부는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일정은 학교장이 결정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학교에 책임을 떠넘기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다.

촉박한 시간은 고3 수험생 및 학부모들을 궁지로 몰고 있다. 고3들은 등교가 더 미뤄져선 안 된다고 불안해한다. 하지만 코로나19의 확산 추이에 따라 추가로 등교가 연기될 가능성도 있어 고3들의 불안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한 인터넷 수험생 커뮤니티에선 “학원 수업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붐비는데 등교를 하지 말라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식의 불만도 보인다. 한 입시전문가는 “올해 학사 일정상 여름방학이 사실상 없다고 하더라도 6월과 7월 2개월간 시험을 5번 치러야 하는 건 부담일 수밖에 없다”며 "고3 수험생들이 제 실력을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 전문가 "내신 3.5등급 이내면 수시, 그렇지 않으면 정시"

예년보다 입시 준비 시간이 턱없이 부족해 고3이 느끼는 심리적 압박도 커지고 있다. 사실상 1학기의 절반이 지났고 수시 원서 접수가 이뤄지는 8월까지 두 달여 밖에 남지 않은 시점이라 수험생 전형 방법과 전략을 결정해야 해서다.

보통 3월 전국 단위의 학력평가 시험을 통해 본인의 위치를 가늠하고 상담을 통해 대입 전략을 세우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 1학기 동안 교사와 상담을 통해 여름방학 기간에 수시 자기소개서 등을 준비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올해는 5월 20일 정상 등교가 이뤄져도 방학이 거의 없어 수시 준비에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학교별로 1~2주 내외의 여름방학을 할 가능성도 점쳐지지만, 교사들은 수시전형 준비에 턱없이 짧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 양천구의 한 일반고 교사는 “수시는 1학기 내내 상담을 통해 학생 개인별 전략을 짜는 것이 필요하다”며 “자기소개서 작성을 돕기에도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올해 대입은 정시가 ‘대세’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준비기간이 부족한 수시보다는 수능으로 승부를 보는 게 낫다고 판단한다. 입시 전문가들은 올해 수능은 재수생이 절대 유리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이만기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장은 “일반적으로 재수생이 수능에서 유리한 경우가 많은데 올해는 격차가 더 커질 것으로 판단한다”며 “불안한 처지에 놓인 고3들이 체계적인 수능 준비가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두 마리 토끼’를 쫓는 것보다 현실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교사들이 밀착해 입시 상담을 하거나 수시 전형을 돕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게 됐다”며 “본인이 내신 3.5등급 이내면 수시로, 그렇지 않으면 정시를 택하는 것이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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