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 검역 혹은 전염을 막기 위한 격리를 뜻하는 단어는 quarantine이다. 40일을 의미하는 이탈리아어 'quaranta giorni'에 뿌리를 두고 있다. 중세 유럽에서 페스트를 막으려 외부에서 온 이들을 40일간 격리했던 조치에서 유래됐다. 기간이 40일이었던 이유로는 종교적 배경이 꼽힌다. 성경에서 정화와 속죄 시간은 모두 40일이었다. 노아의 홍수, 모세의 시나이산 고행, 예수의 광야 단식 모두 40일간 이어졌다. 부활절 이전 참회의 시기인 사순절(四旬節) 역시 네 번의 순(旬·열흘)을 의미한다. 이 시간들의 공통점은 고통스럽다는 것이다. 고립된 방주에서, 아무도 없는 황무지 산에서, 악마만이 유혹하는 광야에서 주어진 '격리의 시간'을 이기는 방법은 오롯이 견디는 것이었다. 코로나19로 전 세계도 기나긴 격리의 시간 속을 걸어가고 있다. 그러나 기억하자. 과거 모든 격리의 시간은 새로운 태어남으로, 혹은 굳은 약속으로 빛나는 끝을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