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4월 은행권 위안화 신규 대출이 1조7000억 위안(약 293조원)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달의 2조8500억 위안엔 크게 못 미치지만, 앞서 로이터 예상치인 1조3000억 위안을 웃도는 것이다.
신규 대출과 사회융자총량 모두 전달과 비교하면 줄어든 수준이지만 4월이 전통적인 신용대출 비수기임을 감안하면 평년보다 훨씬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4월말 통화공급량인 광의통화(M2) 증가율은 11.1%로, 전달의 10.1%와 시장 예상치 10.4%를 모두 상회했다. 이는 2017년 1월 이후 3년래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시중에 그만큼 유동성이 충분하다는 걸 나타낸다.
기업 대출 부문에선 4월 중장기 대출이 5547억 위안 증가했다.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준으로, 눈에 띄는 회복세를 보였다.
이는 코로나19 진정세 속 경제활동이 재개돼 내수가 차츰 회복되고 기업 투자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이 코로나19로 충격을 입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 잇달아 대출금리를 인하해 기업들의 대출 수요가 늘고, 은행권들도 지급준비율 인하로 대출 여력이 늘어난 요인도 있다.
원빈 민생은행 수석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가 중국 경제에 전례없는 충격을 가져오면서 인민은행이 통화정책 역주기 조절을 강화해 잇달아 지준율을 내려 중장기 자금을 공급하고 공개시장조작 정책 강도를 조절하면서 통화 공급량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천이 교통은행 금융연구센터 고급 연구원은 시중통화량이 크게 늘어난 것은 앞서 시행한 통화완화 정책이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금융지표는 보통 실물경제 지표에 선행한다며 시중통화량 증가는 중국 경제가 1분기 바닥을 치고 2분기부터 차츰 반등하는데 기초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중국은 향후 보다 공격적인 유동성 공급에 나설 것임을 예고했다. 인민은행은 앞서 10일 발표한 1분기 통화정책 보고서에서 온건한 통화정책을 좀 더 유연하고 적절하게 운용해 안정적 성장과 고용 안정에 우선순위를 두고 고도의 질적 경제 성장을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보고서엔 '대수만관(大水漫灌·물을 대량으로 쏟아붓는다)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문구가 삭제됐다. 대수만관은 대규모 돈풀기, 양적완화를 뜻한다. 인민은행은 2018년 2분기부터 지난해 4분기까지 보고서에서 대수만관을 자제할 것임을 줄곧 강조해왔는데, 8개 분기만에 이 문구가 사라진 것이다. 블룸버그는 중국이 그만큼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 충격을 공격적인 통화정책으로 최대한 완화하겠다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이에 따라 이달 20일 발표 예정인 대출우대금리(LPR) 금리가 한 달 만에 추가 인하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실질적인 대출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LPR은 올해 두 차례(2월, 4월) 조정을 통해 3.85%로 0.3%포인트 떨어지는 데 그쳤다. 최근 2주간 기준금리를 1.5%포인트 내린 미국과 비교된다.
중국 경제 매체 허쉰은 "LPR금리 뿐만 아니라 예금 금리,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 인하도 병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