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증언대에 선 장모씨(단국대 장모 교수의 아들)는 검찰 신문과정에서 '스펙 품앗이'의 존재를 인정했다. 하지만 뒤이어진 변호인 반대신문에서는 '스펙 품앗이'가 학교(한영외고) 차원에서 진행된 것으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나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주도한 것이 아니라고 진술했다.
당시 한영외고의 유학반 '디렉터'는 학생들에게 "유학을 위해선 논문 하나씩은 필요하다"라는 발언을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검찰은 '스펙 품앗이'가 조 전 장관이나 정 교수의 주도로 이뤄졌다는 주장을 부각시키면서 입시비리를 입증하려 했지만 사실상 그 시도는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날 재판에 나온 장씨의 기억이 오락가락했고 검찰 신문과 변호인 반대신문에서의 답변이 달라 진술의 신빙성 문제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장씨는 자신의 생활기록부에 기재된 몇몇 활동에 대해서조차 전혀 기억을 못했고 심지어 생활기록부에 어떻게 그 내용이 기재됐는지에 대해서도 '잘 모르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 딸 조씨에 대한 보답용 '인턴 확인서'?... 유학반 학생들의 '스펙쌓기'
검찰은 조씨의 대학 진학을 위해 논문 제1저자 등재를 도와준 장 교수에 대한 보답으로 아들 장씨에게 조 전 장관이 교수로 있었던 서울대 인권법센터 인턴 경력을 허위로 만들어줬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장씨를 상대로 앞선 검찰 진술조서 내용을 재확인하면서 심문을 시작했다.
검찰 : 증인이 조사받은 내용입니다. 2007년 당시 아버지가 조씨에게 인턴십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사실입니까?
장씨 : 네.
검찰 : 증인한테 조 전 장관이 이메일을 보냈다고 했습니다. 아버지가 조 전 장관의 딸 스펙 만드는 것을 도와줘서 조 전 장관의 도움을 받은 겁니까?
장씨 : 대가성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서로 상부상조해서 도운 건 아니고요. 저희 아버지가 서로 인턴십을 해준게 저를 잘되게 하기 위해서 한 건 아니라고...
검찰 : 결국 증인의 아버지가 조씨한테 인턴십 제공을 했고, 증인은 조 전 장관의 세미나 참석 이메일을 받은 건 맞는 거네요?
장씨 : 그렇습니다.
검찰은 신문이 진행되는 동안 비슷한 질문을 반복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증인의 진술이 조금씩 바뀌기도 했는데 장씨의 경우 '스펙 품앗이'에 대해 '그런 것 같다'는 대답이 뒤로 갈수록 '그렇다'로 바뀌는 모습이었다.
검찰 : "2007년 경에 제 아버지가 조 도와주겠다는 말씀하셨습니다. 아마도 제 아버지가 조씨의 스펙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줘서 저도 조 전 장관의 도움을 받은 것 같습니다" 이렇게 진술했는데 이건 그냥 증인의 생각을 말한 겁니까?
장씨 : 맞는 얘기인 것 같습니다.
검찰 : 맞는 얘기인 것 같다는 겁니까 지금 보니까?
장씨 : 그렇습니다.
다만 이같은 장씨의 발언은 변호인 측의 반대신문에서는 여지없이 뒤집혔다. 어떻게 조 전 장관의 밑에서 일하게 됐는지 기억이 안 날 뿐더러 '인턴 활동' 자체를 부모님이나 유학반 디렉터가 지정해준 대로 진행했다는 것. 애초 유학반 학생들을 위해 한영외고 차원의 스펙 품앗이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변호인 : 2009년 서울대 법학대학원 백주년기념관 1층 최정길 홀에서 개최한 동북아 사형제도 국제 컨퍼런스에 참석한 적이 있다고 했습니다. 증인 외에 한영외고 학생은 없었다고 진술한 게 맞습니까?
장씨 : 그렇습니다.
변호인 : 참석 경위와 관련해서 한영외고 디렉터 또는 부모님으로부터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십에 참여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진술했는데 맞습니까?
장씨 : (자료를) 보여주세요.
변호인 : (검찰 조사 당시 진술했던 내용을 보여주며) 맞습니까?
장씨 : 잘 기억이 안 납니다.
변호인 : 만일 증인이 저렇게 말을 했다면, 부모님이나 디렉터 선생님이 결정해주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건 맞습니까?
장씨 : 네 그건 맞습니다.
변호인 : 부모님이나 디렉터 선생님이 계획을 짜주고 여기로 가서 인턴해라고 하면 가는 건가요?
장씨 : 어떻게 교수님 밑에서 일하게 됐는지는 기억이 잘 안납니다.
변호인 : 증인은 통상 학생들의 스펙과 관련된 일들은 디렉터 선생님이나 학부모와 상의한다 이렇게 진술햇는데 맞습니까?
장씨 : 이건 제가 알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부모님하고 디렉터 선생님이 상의하는거라.
변호인 : 증인 스스로 결정 안 한 거면 다른 사람이 결정해준 거죠?
장씨 : 그렇습니다.
변호인 : 증인 저기 참석하는거 증인이 결정했습니까?
장씨 : 아닙니다.
변호인 : 그럼 누가 결정해준 거죠?
장씨 : 그렇죠.
◆ 생활기록부에 기재됐는데... "기억이 안 난다"
검찰 조사 당시 장씨는 북한이탈청소년 대안학교인 '여명학교'에 인권동아리 차원에서 방문하거나 교류한 적이 없다고 진술한 바 있다. 인권동아리가 존재하지도 않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면서 나온 발언.
인권동아리는 조 전 장관의 딸과 장씨 등이 함께 활동한 곳으로 서울대 인턴십도 이 동아리 회원들이 주도적으로 참석한 것으로 돼 있다. 만약 장씨의 검찰진술조서처럼 동아리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인턴활동 자체가 허위로 입증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장씨의 생활기록부에는 '여명학교'에서 활동했고, 교내 인권지키미 클럽 차장, 공연기획을 충실히 했다는 등의 내용이 기재됐고 실제로 활동한 증거들까지 제출됐다. 장씨의 진술 신빙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는 부분이다.
재판부 역시 이 부분에 주목했다. 재판에서 김선희 부장판사는 장씨에게 생활기록부에 기재되는 과정에 대해 집중적으로 캐묻기도 했다.
김선희 판사 : 생활기록부를 보면 1학년꺼부터 쭉 있죠. 이렇게 내용이 쭉 있는데 어떤 거는 증인이 전혀 모르겠다 하는 내용도 있단 말이에요. 증인이 관할 안 했는데도 혹은 안 한 것 같은데도 여기에 들어가 있는 거 있습니까?
장씨 : 없습니다.
김선희 판사 : 아까 서울대 법과대학 세미나는요?
장씨 : 거기 나와 있는 내용이 사실이 아닙니다.
김선희 판사 : 이걸 누가 냈는지도 모르겠다고 했죠?
장씨 : 그렇습니다.
김선희 판사 : 그럼 앞의 내용들은 누가 제출을 한 거예요?
장씨 : 제가 한건 맞는데 그걸 담임 선생님이 어떻게 알게 됐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김선희 판사 : 담임 선생님이 어떻게 알겠어요. 누군가는 말을 해야 알죠
장씨 : 제가 직접 말한 적은 없습니다.
김선희 판사 : 혹시 디렉터 선생님이 안내해준 활동입니까?
장씨 : 인턴십 빼고는요. 나머지들은 내가 스스로 찾아서 활동을 하고...
김선희 판사 : 보고가 어떻게 됐는지는 몰라요?
장씨 : 그렇습니다.
김선희 판사 : 혹시 증인이 봉사활동한 센터에서 학교로 자동 보고해주는 시스템이 있었습니까?
장씨 : 그런 건 없었다
김선희 판사 : 이런 게 혹시 자율동아리 같은 거 아니에요?
장씨 :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제가 찾아서 했습니다. 어떻게 보고가 됐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생활기록부에 기재됐는지 모르겠습니다.
김선희 판사 : 보고한 적도 없는데 어떻게 기재됐는지 모른다는 얘기예요?
장씨 : 하도 오래 전 일이라 기억이 잘 안납니다. 죄송합니다.
한편 이날 재판에서는 장씨 역시 '제1 저자'로 등재된 논문이 있다는 사실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날 공개된 장씨의 고등학교 생활기록부에는 '제1저자' 논문도 포함돼 있었다. 이와 관련해 2008년 장씨가 조 전 장관에게 보낸 메일도 제시됐다.
장씨가 조 전 장관에게 보낸 메일에는 "인턴십을 할 수 있도록 정중히 부탁드리고 싶다" "새로 인턴을 시작하게 되면 더디더라도 논문이 완성될 때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다"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검찰신문에서 장씨는 '조 전 장관이 인턴과 논문을 주선했다'고 증언했지만 실제로는 장씨가 먼저 인턴십을 요청한 증거가 나온 셈이다.
변호인은 "디렉터 선생님이 학부모 모임에서 논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한 개 논문의 저자가 되었던 걸로 기억한다. 이런 진술을 했는데 증인도 대학 교수의 지도를 받고 논문을 쓰라 이런 요청을 받은 적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장씨는 "그렇다"고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