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가 되기 전인 피의자는 원칙적으로 신상이 공개되지 않는다. 하지만 잔혹한 범죄자로 증거가 명백한 경우는 신상을 공개할 수 있다.
이들은 모두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 무기징역은 우리 형법체계에서 사형 다음으로 무거운 형벌로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시키는 처벌에 해당한다.
이처럼 무기징역이 결코 가벼운 형벌은 아니지만 피해자 유족들은 무기징역이 아닌 사형을 선고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전남편과 의붓아들을 죽인 혐의를 받는 고유정도 올해 2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 당시 유가족은 “얼마나 사람이 더 잔혹하게 죽어야만 사형이 선고되는 것인지 재판부의 양형 기준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무기징역의 경우 가석방될 수도 있다는 점이 유족들의 분노를 더욱 일으키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어떤 형벌을 받는 범죄자든 모범수는 감형이 가능하다. 무기수 역시 마찬가지··· 통상 선고받은 형량의 3분의2 이상을 성실하게 복역하면 감형이 된다.
사형은 무기징역으로, 무기징역은 유기징역으로 감형되는데, 2010년 개정 형법에 따라 유기징역의 상한선은 30년이고 가중했을 때에는 50년까지 가능하다(형법 제42조). 과거에는 징역 20년이 상한이었고 가중했을 때에는 30년까지 가능했다.
이 때문에 과거에는 무기수가 20년 정도를 복역하면 유기징역으로 감경되면서 1~2년 뒤 석방되는 절차로 사회에 나왔다. 하지만 현재는 최소 30년은 복역해야 가석방을 기대할 수 있다.
형법 규정(제72조)에서 무기수가 20년 이상 복역하거나, 유기징역 형기의 3분의1 이상을 복역하면 가석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와는 거리가 있다. 당장 유기징역만 해도 실무에서는 규정의 2배인 3분의2 이상을 복역해야 가석방 대상이 된다.
이처럼 무기징역이 결코 가볍지 않은 형벌임에도 피해자들 측은 '사형'을 원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사형이 가지는 사회적 무게나 형벌로서의 의미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사형은 생명을 빼앗는 가장 강한 형벌이다. 사형제 폐지에 대한 찬반 논란은 예전부터 이어져왔다. 헌법재판소는 1996년(찬성7, 반대 2)과 2010년(찬성5, 반대4) 사형제에 합헌 결정을 내렸다.
사형제도는 남아있지만 우리나라는 20년간 사형을 집행하지 않는 실질적인 사형폐지 국가다. 또 2015~2017년에는 1심에서 사형선고가 아예 나오지 않았다.
대법원은 사형에 대해 아주 특별한 경우에 한해서 선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대법원은 “사형의 선고는 범행에 대한 책임의 정도와 형벌의 목적에 비추어 누구라도 정당하다고 인정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허용돼야 한다”며 “양형의 조건이 되는 모든 사항을 심리해야 하고, 사형의 선고가 정당화될 수 있는 사정이 있음이 밝혀진 경우에 한해 사형을 선고할 수 있다”고 판시한다.
앞서 사형선고를 받은 범죄자와 대법원의 양형기준을 보면 사형에 대한 여러 고려사항 중 ‘피해자의 숫자’는 상당히 중요한 기준인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기준에 따르면 살인의 경우 5가지 종류로 분류를 한다. 가장 높은 형량을 받는 살인은 ‘극단적 인명경시 살인’으로 2인 이상을 살해한 경우 이에 해당할 수 있다.
지난해 강력범죄로 인해 신상이 공개된 4명 중에서는 진주의 아파트에서 방화·흉기난동을 벌인 안인득이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 사형을 선고 받았다. 안씨는 당시 5명을 살해하고 그 외 다수에게 상해를 입혔다.
또 가장 최근 사형판결이 확정된 임도빈의 경우 GOP 총기난사의 범인으로 5명을 살해했다.
한편 중학생 딸의 친구를 성추행하고 살해하는 등 죄질이 나빴던 '어금니 아빠' 이영학은 1심에서 사형 선고를 받았지만,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작년 피의자 신상공개가 이루어진 4명은 고유정, 안인득, 장대호, 그리고 경제사범 이희진씨의 부모를 살해한 김다운이다. 사형이 선고된 안인득을 제외하고는 모두 무기징역이 선고된 상태다.
이 중 다수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는 김다운, 안인득, 고유정이며 모두 항소심을 진행하거나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고씨의 경우 항소심이 진행 중인데 의붓아들을 살해했는지 여부가 사형선고 여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