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호송차량을 타고 법원에 출석한 김 회장은 취재진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법정으로 들어갔다.
이종필 전 라임부사장은 이미 구속됐기 때문에 김 회장이 구속되면 이번 사건 핵심인물은 거의 대부분 신병이 확보된 것이 된다.
핵심 관련자들의 신병이 모두 확보된 만큼 ‘라임사태’에 대한 검찰의 수사도 빨라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통상 대부분의 비리사건에서 범인들은 뇌물이나 불법자금을 은닉해 두는 ‘저수지’를 조성하기 마련이다. 이곳에는 빼돌린 회삿돈을 비롯해 투자과정에서 리베이트로 받은 돈 불법자금이 모인다. 범죄를 통해 확보한 수익을 저장해 두는 곳인 셈이다.
주로 해외에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어 두거나 국내외에 또 다른 펀드를 조성하는 방식을 쓴다. 금이나 석유 등 국제현물시장을 통해 은닉되는 경우도 있다.
‘라임자산운용’은 지난 해에는 5조가 넘는 자금을 굴리는 대형 자산운용사로 성장했다. 손실액은 1조6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보이는데 상당수가 해외 투자사기와 국내외 부실기업 인수 등으로 인해 발생했다.
하지만 적어도 수천억원에 달하는 자금의 사용처가 모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해 김 회장은 코스닥 상장사 ‘리드’에 라임자산운용의 자금 600억을 투자했다. 상장사 ‘에스모’, 부동산 회사 ‘메트로폴리탄’ 등에도 각각 수백억원 이상 투자됐다. 검찰은 김 회장이 라임의 자금을 이들 기업에 투자하고 상당액을 리베이트로 챙겼을 것으로 보고 있다.
스타모빌리티 등 자신이 인수한 회사에 라임자산운용이 600억원을 투자하도록 한 다음 투자금을 빼돌렸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사라진 자금은 대부분 김 회장과 이 회장 등 주범들이 은닉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비자금의 저수지’에 고여있을 것이라는 이야기. 하지만 그 중 일부는 비호세력에 대한 상납이나 정관계 로비자금으로 쓰였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결국 회삿돈을 빼돌리는 ‘프로세스’를 확인하고 빼돌린 자금을 모아두는 이른바 ‘비자금의 저수지’를 확인하면 피해액을 환수하는 것은 물론 자연스럽게 비호세력의 실체 또한 밝힐 수 있게 된다.
베테랑 특수통 검사들은 바로 이 ‘비자금의 저수지’를 밝혀내면 수사의 80%는 끝났다고 본다.
라임사태와 관련해 법조계와 금융권 등에서는 상당한 고위층 인사가 연루돼 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정관계 비호세력으로 드러난 것으로는 금융감독권에서 청와대 행정관으로 파견됐다 최근 구속된 김모씨가 유일하다. 또, PK지역의 친여권 인사들이 연루돼 있다는 정황도 일부 포착됐다.
하지만 조단위가 넘는 손실이 발생한 대형 금융사고를 공공기관 과장급에 은폐해 왔다고 보기는 어렵다. 최소한 장·차관 급 이상의 고위직이 아니라면 이 정도 규모의 비리를 덮기는 어렵다는 것.
PK지역 친여권 인사 연루설도 아직은 의혹의 출발점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친여권이라고 하나 기껏해야 ‘노사모’ 간부로 공직에 진출한 인물들은 아니기 때문이다.
은행권의 비호세력을 찾는 것이 급선무라는 견해도 있다. 은행·증권사 등 금융기관들을 통해 팔려나간 라임펀드 대부분이 불완전 판매됐다는 의심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신한금융투자의 경우 라임이 투자한 무역펀드가 폰지사기 등에 연루됐다는 것을 알고도 팔았다는 의혹이 있다. 대신증권도 한 지점에서만 수백억이 넘는 펀드가 팔려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했다.
금융권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펀드판매에 나섰다면 그 만한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는 의심이다.
한편 검찰은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수익률 돌려막기, 각 펀드 판매사의 투자자 대상 판매사기, 라임 자금이 투입된 상장사를 대상으로 한 기업사냥꾼 일당의 회삿돈 횡령 의혹, 청와대 관계자 등 고위 공직자·정치권의 비호 의혹 등 여러 갈래로 이번 사건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