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기자 '옥민의 눈'] '가짜뉴스 바이러스'가 코로나19보다 무서워

2020-04-2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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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이용해 혐오를 조작하는 게시물들 양국 관계에 악영향

"장기간 이어온 양국 우호관계 가짜뉴스가 망치게 해선 안돼"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총리와 포옹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이전에 긴밀했던 한국과 베트남 관계에 작은 균열들이 생기고 있다. 양국 모두 코로나19 전염병 확산세는 점차 통제되고 있다. 4월 23일 기준으로 베트남에 일주일째 새로운 확진자가 없고, 한국에서도 엿새째 확진자가 20명 이하로 안정적 추세에 들어갔다.

한국과 베트남에서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된다고 단정하기는 힘들지만, 양국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단계적으로 완화하면서 일상생활과 경제 활동을 다시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처럼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은 다소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최근 양국 사이에서는 실체가 없는 바이러스가 빠르게 번지면서 외교 관계에 흠집을 내고 있다. 바로 바이러스만큼 무서운 '가짜뉴스'다. 

◆혐오와 편견은 혐오와 편견으로 돌아온다

최근에 한국 온라인 매체와 유튜브들 사이에서 "베트남이 삼성불매운동에 들어갔다" "베트남이 일본과 손을 잡았다" 등의 자극적인 제목의 영상과 콘텐츠들이 돌아다니고 있다.

이런 제목을 단 영상들은 수없이 재생되고 공유되면서 일부 한국인들에게 베트남 혐오를 일으키고 있다. 

지난 2월 말경에 코로나19 확산이 고조를 이루면서 양국의 긴장도 높아졌다. 민감한 상황에서 발생한 "다낭 20명 격리"와 "아시아나 회항","비자면제중단" 등의 사건들은 양국의 오해를 깊어지게 했다. 

한 한국 방송사가 사용한 '감금, 빵 몇 조각' 등의 단어는 베트남어로 번역돼 베트남 누리꾼들에게 큰 분노를 일으켰다. 

그 당시 베트남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 트위터로 '한국 20명 사과하라', '해당 방송사 사과' 등에 대한 해시태그가 유행했다.

반면, 사전 통보 없이 20명 한국인을 격리했다며 한국 누리꾼들도 크게 분노했다. 

이에 몇몇 한국 누리꾼들이 베트남에 대한 도 넘은 비판을 쏟아내기도 했다. 

"잘해봐 , 후진국아!","다낭 절대 가지 맙시다...지들이 누구덕에 먹고살았는데...가두어 격리시킨다니요 기가 막힙니다..", " 베트xxx", "베트남에서 삼성을 빨리 철수시켜야겠다" 등의 혐오 발언이 서슴없이 쏟아졌다.

이같은 댓글은 다시 베트남어로 번역되어 인터넷에 퍼졌다.

베트남 페이스북 페이지 중 하나인 '씨비즈 쭈엔동 360(중국 연예계 팬페이지)'에는 한국, 대구에서 온 관광객들이 베트남을 무시했다는 제목과 함께 한국 방송사의 보도한 내용과 베트남 혐오 댓글 중 과격한 일부를 번역해 게시했다. 

이 내용은 이후 베트남 웨이보(Weibo VietNam)와 같은 소셜미디어와 웹사이트 등에 빠르게 퍼져나갔다. 

이에 다시 다른 베트남 누리꾼은 다시 도를 넘은 합성 사진으로 반격을 했다. 한국에 대한 혐오 발언 "xxx코로나"와 "베트남에서 삼성 나가도 괜찮다... 삼성 외에 다른 휴대폰 회사가 있다"는 이미지의 댓글을 달았다.

◆'사실은'이 사라진 온라인 비방전 

양국의 누리꾼들이 험한 말들을 옮기고 있지만, 양국 간의 오해는 이미 풀린 상황이다.

다낭 20명 격리 사건이 터지자 한국 외교부 관계자는 "베트남 측에 외교 채널을 통해 이번 격리 조치가 우리 측과의 충분한 사전 협의 없이 진행된 데 엄중히 항의했다"며 "우리 국민에 대해 과도하거나, 불합리한 조치가 있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베트남 측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베트남 측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며 우리 측의 양해를 구했다"며 "이같은 조치는 일시적이고 잠정적 성격의 것이라면서 우리 국민의 불편이 조속히 해소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했다"고 했다.

후인 득 토(Huynh Duc Tho) 다낭시장은 사전예고 없이 격리했던 대구발 항공편 탑승 한국인들의 귀국길에 편지를 보내 "우리는 여러분과 공동체의 안정을 위해 긴급 조치 방법을 실시해야 했다"며 "불편을 끼쳐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사과했으며 이같은 내용은 베트남 현지 언론들도 널리 보도했다.

격리와 관련해 자극적인 표현을 내보낸 방송사는 지난달 4일 유튜브 영상 댓글에 입장을 공지했다.

“격리 상황과 제공 음식에 대한 인터뷰 내용 중 일부 감정적인 불만과 표현이 여과 없이 방송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이는 베트남 병원에 격리된 개인의 입장을 생생하게 전달하려던 것일 뿐 베트남의 고유한 문화를 비하하거나 폄훼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또 “추후 자국민에 대한 안전을 보호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역할에 충실하면서 동시에 인터뷰이의 발언을 전하는 과정에서 국가 간 문화적 차이로 인한 오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그 전달 방법에 더욱 신중을 기하겠다”고 썼다.

그러나 이같은 '사실은···'의 내용이 최근 인터넷에서는 사라졌다. 

한국 유튜버 중 일부는 지난 2월 베트남의 누리꾼의 댓글과 이미지를 가지고 베트남은 "한국제품, 삼성불매운동을"을 시작했다고 근거없는 소문을 퍼뜨렸다.

해당 유튜브 영상의 리뷰는 현재 160만개를 넘어섰으며 '좋아요"가 3만개를 초과했다. 

더구나 "베트남 IT 기업 일본 경제단체회에 합류"로 베트남은 한국을 배신하고 일본과 손을 잡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해당 유튜버의 말은 사실이 아니다. 

영상에서 언급된 회사는 현재 한국과 포함하여 20여 개국에서 투자하고 있으며 한국 기업들과 활발하게 협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13일 이 회사는 한컴과 베트남 시장용 오피스 소프트웨어, 스마트시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정보기술(IT), 자율주행차 등 6개 분야에서 공동 개발하기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베트남 시장 내 베트남 삼성과 손잡고 삼성휴대폰을 판매하고 있다.

21세기에 들어가서 가짜뉴스는 더 이상 동요나 입소문을 통해 퍼지지 않고 누구나 쉽게 이용하는 미디어 플랫폼에 ‘정식 기사’의 얼굴을 하고 나타난다.

감쪽같이 변장한 가짜뉴스들은 사람들의 입맛에만 맞으면 쉽게 유통·확산된다. 어떤 뉴스가 가짜였는지, 그것을 누가, 왜 만들었는지 아는 사람은 적다. 그러나 가짜뉴스는 한국과 베트남의 외교 관계에도 흠집을 내는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런 작은 불씨를 그냥 둔다면 산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사진=유튜브 동영상 화면 캡처]
 

◆베트남과 한국, 상호 보완적인 국가...갈등보다 협력 증진

베트남과 한국은 1992년 수교된 후에 각 분야에서 교류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한류를 이어 박항서 감독의 활약으로 베트남과 한국은 어느 시대보다 가깝게 친근함을 느꼈다.

베트남에 거주하는 한국인은 약 20만명까지 이르고, 반면 한국에 거주하는 베트남인은 19만명에 달했다.

베트남-한국 간 자유무역협정이 지난해 12월 20일 5주년에 이르렀고 6주년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한국 관세청이 지난 2015년 12월 20일 정식 발효된 한-베트남 FTA 5년간의 교역 동향을 분석,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베트남과의 교역규모는 약 692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베트남 교역은 세계 교역량 감소에도 불구하고 연평균 16.5%로 급증하였으며, FTA 발표 5년차인 지난해는 2015년에 비해 84% 증가하는 등 한국 교역 증가세를 주도하고 있다.

2019년 베트남 수출은 전년대비 16%가 증가하여 무역수지 272억 달러로 흑자를 기록했다. 대베트남 주요 수출품목은 반도체 등 전자부품이다. 2019년 대베트남 상위 4대 수출품목 모두 전자부품 관련이며, 전체수출의 49.5%를 차지했다.

반면, 한국은 베트남의 최대투자국이며 삼성은 투자를 통해 베트남 경제와 일자리에 크게 기여해왔다.

지난해 430만명의 한국인 관광객은 베트남을 방문했으며, 외국인 관광객 중에 2위에 차지하고 매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사태가 전세계에 급격히 퍼지자 베트남 정부는 지난 3월부터 외교, 공무가 아닌 외국인을 전면 입국금지하기로 했다. 한국에만 국한된 조치는 아니었다. 

지난 28일 베트남 노동부의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 재개를 위해서 시급하게 입국이 필요한 노동자는 총 9000여명에 달했다.

베트남 정부는 지금까지 1100여명의 외국인 숙련 노동자의 입국을 예외적으로 허용했고, 이 가운데 무려 1000명가량이 한국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과 한국은 국경선이 없어 영토에 대한 분쟁이 없고 "과거를 뒤로 하고 미래를 향하여"라는 정책으로 양국은 서로 미래전략적 파트너까지 발전해 왔다.

이에 따라 양국간의 큰 분쟁이나 갈등적인 요소는 많지 않으며 갈등이라기보다는 앞으로 더 협력을 증진시켜야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작은 불씨를 키우는 이들은 당연히 경계해야 한다. 
 

[자료=관세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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