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방 '부따' 미성년자 첫 신상공개…신상공개제도 이대로 좋은가

2020-04-20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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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중대성과 위험성이 중요 판단 기준…"형벌과 다른 점 뭔가" 논란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의 공범자로 알려진 ‘부따’ 강훈(만 18세)이 서울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피의자 신상정보 공개 금지 가처분 소송에서 처분취소소송의 본안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신상정보 공개행위를 정지해 달라고 하였으나 서울행정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박형순)는 “강씨 행위는 사회적으로 고도의 해악성을 가진 중대범죄이면서 사회·문화적 측면에서 비범성을 갖는다”며 “공공의 정보에 관한 이익이 강씨의 사익에 비해 압도적으로 우월하므로 신상정보 공개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전통지 및 의견청취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처분이 절차적으로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조씨 신상이 이미 수사기관에 의해 공개됐다는 이유만으로 강씨 행위에 대한 국민의 알권리가 이미 충족돼 신상공개 필요성이 없다고 볼 수 없다”고 부연했다.

또한 “헌법과 형사소송법에 의해 보장되는 강씨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신상공개로 몰각된다고 볼 수도 없다”면서 “해당 처분으로 강씨에게 발생할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기각사유를 밝혔다.

법원의 판단 이후 서울지방경찰청은 “법원의 가처분 기각에 따라 공지한 대로 강훈의 신상을 공개할 예정이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앞서 서울지방경찰청은 신상공개심의위원회를 열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5조(피의자의 얼굴 등 공개)에 근거해 신상을 공개하기로 했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5조는 피의자의 얼굴 등 공개에 관한 규정으로 △ 성폭력범죄의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고, △ 국민의 알권리 보장, 피의자의 재범 방지 및 범죄예방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할 때에는 피의자의 신상에 관한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5조 단서에서 ‘피의자가 「청소년 보호법」 제2조제1호의 청소년(만 19세 미만인 사람으로 만 19세가 되는 해의 1월 1일을 맞이한 사람은 청소년에서 제외)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공개하지 아니한다’고 정하고 있어 피의자가 청소년인 경우에는 신상에 관한 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

강씨의 경우에 민법상 미성년자이지만 청소년 보호법상 청소년은 아니라서 공개 자체가 법적으로 문제는 없다. 청소년 보호법상 청소년이란 만 19세 미만인 사람으로 만 19세가 되는 해의 1월 1일을 맞이한 사람은 청소년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강씨는 만 19세가 되는 해인 2020년에 1월 1일을 맞이한 사람이라 청소년 보호법상 청소년이 아니다.

특히, 현행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의해 성범죄 피의자로 신상이 공개된 것은 조주빈에 이어 강씨가 두 번째로 미성년자인 10대 피의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행 범죄피의자 신상 공개제도는 △ 2명 이상이 희생된 연쇄살인 △어린이 납치·유괴·살해 △ 불특정 다수를 살상한 다중살인범 △ 아동성범죄자, 연쇄방화범 같은 반사회적 흉악범에 한정하여 시행되고 있다.

과거 헌법재판소는 ‘청소년 성매수자에 대한 신상공개를 규정한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0조 제2항 제1호가 이중처벌금지원칙, 과잉금지원칙, 평등원칙, 적법절차원칙 등에 위반되지 않으며,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시하면서 신상 공개제도에 대하여 합헌결정을 한 바 있다(2002헌가14 결정)


◆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일본 등 해외 선진국의 사례 살펴보니

해외 선진국의 경우에도 범죄피의자에 대한 신상 공개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과 독일, 영국, 프랑스, 일본은 연쇄살인과 청소년성폭행 같은 반인륜적 흉악범에 대하여 신원을 공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해외 선진국의 경우에도 우리나라 신상공개제도와 같이 특정 강력범죄피의자에 대한 신상공개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이러한 해외 선진국들도 신상공개를 하는 때에는 엄격한 제한 규정을 두어 범죄 피의자의 인권보장에 힘쓰고 있다.

미국의 경우 ‘형사 및 민사절차에 관계한 법무부 직원의 자료공개 기준’에 따르면 ‘연방의 구금시설에 있거나 옮겨지고 있는 피고인이나 피의자에 대한 사진촬영이나 텔레비전 방영에 관하여 언론을 고무하거나 도와주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여 신상 공개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 신상 공개제도는 법원판결이 있기 전 혐의단계에서 범죄피의자에게 사실상의 처벌을 가한다는 비판 있어

범죄피의자 신상공개 제도는 △ 추가피해가 더 있을 경우 얼굴공개를 통해 범죄피해자 또는 목격자로부터 범인의 행적에 관한 증거 및 증언이 추가돼 사건의 진실을 밝힐 수 있다는 점 △ 다른 잠재적 범죄자들에게 얼굴이 공개될 수 있다는 심리적 효과가 있어 범죄예방효과가 있다는 점 △ 범죄자의 인권보다 범죄예방과 국민의 알권리가 더 중요하며, 이것이 인권선진국의 추세라는 점 △ 피의자의 얼굴을 공개해 사회적으로 관심을 갖도록 하는 것이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며, 얼굴을 공개함으로써 침해되는 개인의 권리보다 사회가 얻을 수 있는 공익이 훨씬 크다는 점 △ 대중의 관심이 쏠린 범죄자는 공인으로 취급되어야 하므로 보통사람이 누리고 있는 프라이버시를 인정받을 수 없다는 점 △ 경찰이 지명수배자들의 얼굴사진을 전국 곳곳에 붙여 놓는 것과도 모순된다는 점 △ 신상공개로 인해 그의 가족 등 범죄피의자와 관련 있는 자의 인격권을 침해하더라도 부당한 처벌의 확장이라고 할 수 없다는 점 등을 이유로 입법화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신상공개 제도에 대하여 법조계 일각에서 ‘수사기관의 범죄발표나 언론기관의 범죄보도는 법원판결이 있기 전에 혐의단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상례이고, 적법절차에 따라 형이 확정되기도 전에 무죄추정의 원칙이 존중되어야 함에도 범죄피의자의 명예를 손상시키고 사회로부터 배척을 당하게 하여 현행법에 규정되어 있지 않은 사실상의 처벌을 가하게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 “범죄의 사회적 위험성이나 중대성이 신상공개의 대상 기준으로 삼기에 적절하지 않아”

법원은 강씨에 대한 신상 공개 금지 가처분 사건을 기각하면서 ‘범죄의 중대성으로 인한 사회적 위험성이 크다’는 점을 기각 이유로 삼았다.

이와 관련하여 법조계 일각에서 범죄의 사회적 위험성만 고려한다면 불특정 다수인의 생명이나 신체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식품관련범죄, 안전사고관련범죄, 환경사범 등의 경우가 강력범죄보다 그 위험성이 적지 않으므로 범죄의 중대성으로 인한 사회적 위험성을 신상 공개 사유로 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 신상 공개는 매우 제한적으로 행해져야

범죄피의자의 신상 공개는 사실상 처벌에 가깝고 인권침해의 소지가 다분하므로 매우 신중하고 제한적으로 행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특히, 방송의 경우에 감성적 매체의 특성이 강하여 선정적 보도의 우려가 크므로 범죄피의자의 이름을 명시하는 것이 법원의 형량보다 더 가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권은 인간 개개인에게 주어진 고유한 기본적 가치이므로 설령 강력범죄피의자라고 하더라도 과도한 침해는 허용되지 않으며 범죄피의사실을 규명하기 위해 불가피한 경우에만 극히 제한적으로 시행되어야 한다고 법조계 일각에서는 주장한다.

인권은 우리가 좋아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우리가 증오하는 사람에게도 존중되어야 한다.

범죄피의자에 대한 신상 공개에 대하여 어디까지 허용하여야 할 것인지 공론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텔레그램 '박사방'을 함께 운영한 조주빈의 공범, '부따' 강훈(18)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유대길 기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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