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다른 때보다 요즘에 음악을 더 많이 듣는 거 같아요. 위로가 필요할 때나, 즐기려고 할 때. 이번 사태 때문에 음악의 중요성을 더 느끼게 됐어요.”
음악은 멈췄지만 동시에 계속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공연이 줄줄이 중단되고 있지만 사람들은 음반, 온라인 공연 감상 등을 통해 음악을 만나고 위로 받고 있다. 이는 한국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 조성진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라는 긴 터널 안에서 음악은 한줄기 빛이다. 조성진은 최근 피아니스트 에밀 길렐스와 브론프만의 연주를 주로 접한다.
조성진은 “브론프만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피아니스트다. 작년 말에 처음 만나서 그 분 앞에서 피아노를 친 경험도 있다”며 “브론프만이 뉴욕필하모닉과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을 연주하는 것을 작년 말에 현장에서 들었는데 너무 좋았다”고 환하게 웃었다.
브론프만처럼 조성진의 연주 역시 누군가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비록 공연장에는 가지 못하지만 온라인 연주를 통해 마음이 전달된다.
조성진은 지난 3월 28일 독일 베를린 텔덱스 스튜디오에서 마티아스 괴르네와 슈베르트 가곡을 협연했다.
조성진은 “괴르네는 경력이 30년이 넘었는데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하더라”며 “나도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았다. 관객 없이 연주하는 게 처음엔 어색했지만 나중에는 정말 콘서트하는 것처럼 에너지를 느꼈다”고 놀라워했다.
오는 5월 발매되는 새 앨범 ‘방랑자’는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또 한 번 힘을 불어넣어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슈베르트 ‘방랑자 환상곡’과 리스트의 ‘피아노 소나타’, 베르크의 ‘피아노 소나타’로 앨범을 꽉 채웠다.
‘방랑자 환상곡’은 슈베르트 자신도 “너무 어려워 칠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유명하다.
조성진은 “이 곡은 테크닉이 어려운 걸 감추는 게 제일 어려운 거 같다”며 “사람들이 들으면서 어렵다고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게 관건이다. 그냥 이 곡이 아름답구나, 극적이구나, 서정적이구나 이렇게 느끼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조성진은 지난 6월 베를린에서 슈베르트와 베르크의 곡을 지난 10월 함부르크에서 리스트 소나타를 녹음했다.
그는 “리스트 소나타는 30분짜리 곡인데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치는 게 너무 어려운 곡이다”며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녹음했다. (부분, 부분 나누지 않고 한 번에 하는 게) 그렇게 하는 게 더 흐름이 좋다고 생각했다”고 소개했다.
2011년 리스트의 곡을 무대에서 처음으로 연주했다고 밝힌 조성진은 “그때부터 3년에 한 번씩은 무대에 올랐다”며 “그럴 때마다 저의 해석이 바뀌는 것도 느낄 수 있었고 음악적인 관점, 시각도 바뀌는 걸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다음 앨범은 쇼팽이 될 거 같다고 밝힌 조성진은 “어렵고 힘든 시기지만, 우리는 곧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며 “7월 한국 공연이 성사되길 바란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