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이용료를 둘러싼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갈등이 결국 소송으로 번졌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계 1위인 넷플릭스의 트래픽이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급증한 가운데 양측 모두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14일 IT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 한국법인인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는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채무부존재 확인의 소'를 제기했다.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에게 트래픽과 관련된 망의 운용·증설·이용에 대한 대가를 지급하거나 협상할 의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해달라는 소송이다.
SK브로드밴드는 당시 재정신청 배경으로 "지난 1년간 9번에 걸쳐 협상을 요청했지만, 넷플릭스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고 전했다. 이후 방통위에 각자의 의견을 전달하며 오는 5월로 예정된 재정안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끝내 간극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는 캐시서버를 비롯한 '오픈 커넥트 어플라이언스(OCA)' 서비스 제공으로 트래픽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 세계 여러 국가에서 망 이용료를 내지 않는 조건으로 ISP와 협력 사업을 펼치고 있어 한국만 예외로 둘 수 없다고 주장한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넷플릭스는 콘텐츠 제작에 투자할 뿐 이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건 ISP의 몫"이라며 "소송과 별개로 공통된 소비자가 있기 때문에 협력 관계는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가 망 이용료를 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급증하는 트래픽에 망 증설 비용을 자사가 온전히 부담하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페이스북과 망 이용료 계약을 체결한 전례도 있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넷플릭스의 급증하는 트래픽을 공동으로 해결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소송 내용을 검토한 후 후속 대응 방안을 결정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방통위는 진행 중이던 재정 절차를 모두 중단하기로 했다. 당초 재정안은 ISP와 해외 CP 간 망 사용료 협상의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됐다. 방통위 발표 이후 양사가 60일 이내에 소송을 제기하지 않으면 민법상 합의 효력이 발생하면서 확정되고, 불복할 경우 민사소송으로 이어지는 수순이었다.
하지만 재정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넷플릭스가 소송을 제기하면서,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관련 절차를 진행할 수 없게 됐다. 이 법에 따르면 방통위는 재정 절차 진행 중에 한쪽 당사자가 제소한 경우 절차를 멈추고, 그 사실을 다른 당사자에게 통보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방통위 재정안은 강제력이 없어 정부에서 미이행 사업자에게 과태료 등을 부과할 수 없다"며 "실효성이 적다고 판단해 곧바로 제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