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투자를 할 때는 가격 방어력이 있고, 환금성이 높으며, 임차수요가 높은 지역을 찾는 게 중요하다. 연남동, 망원동처럼 원래 주거지인데 리테일로 변하기 시작하는 지역을 잘 봐라. 그곳이 꼬마빌딩으로 접근하기 좋은 베스트 지역이다."
글로벌 부동산컨설팅업체 존스랑라살(JLL)에서 중소형 부동산투자 자문을 총괄하는 김명식 상무(사진)는 "최근 5~10년 사이에 아파트 가격이 폭등하면서 50억 이하로 접근 가능한 꼬마빌딩으로 부동산 투자트렌드가 옮겨가고 있다"며 "개인들이 빌딩 투자를 할 때는 아파트 투자 관점과는 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9억원을 돌파한지 오래고, 강남 신축 아파트의 경우 전용 84㎡ 매매가는 30억원을 넘어섰다. 아파트 2채 정도의 가격으로 빌딩 주인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빌딩은 최대 85%까지 대출이 가능하고 보유세와 양도소득세 중과 대상에서 제외되며, 오래된 건물을 리모델링한 후 비싸게 매각하는 밸류애드(가치부가)투자 방식이 가능하다는 점도 매력적인 요소다.
김 상무는 "빌딩 투자에 앞서 투자목적을 명확하게 하라"고 조언했다. 우선순위를 건물 매도차익에 둘지, 임대수익에 둘지, 건물 상태를 볼지 결정해야 결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굳이 초기 진입비용이 높은 강남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면서 "(본인이)임대수익이 중요하다면 월세가 많이 나오는 강서구나 영등포구로, 향후 10~20년 뒤 되팔았을 때 매도차익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강남이나 아직 오를 여력이 많은 관악·뚝섬·성수(2호선 라인)상권, 직접 거주할 곳과 임대료 등 '두 마리 토끼'를 고려한다면 오래된 빌딩보다는 신축이 좋다"고 했다.
이어 "매도차익과 임대수익, 건물상태 등 3박자를 모두 갖추면 좋겠지만 그런 우량 물건들은 이미 가격이 올라왔기 때문에 많은 투자이익을 보긴 어렵다"면서 "본인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대출을 받아 무리하게 빌딩 투자를 시도하는 건 추천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 "빌딩투자는 아무리 소형이라해도 큰 돈이 장기간 묶이기 때문에 설정한 투자기간에 따라 전문가와 함께 세밀한 전략을 짜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어떻게 변화하는 상권과, 그 속에 숨은 알짜매물을 알아볼 수 있을까. 김 상무는 샤로수길과 성수 까페거리를 예로 들며 "서울대 근처, 성수동 공장, 가죽거리 등으로 유입되는 유동인구들의 특성을 살펴보면 왜 이러한 상업지역이 생겼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 거리를 지나다니던 사람들은 주로 서울대학생, 디자이너, 또 주변 신도시 개발로 타지역에서 유입된 사람들이었다"면서 "교육수준이 높고, 문화적·정서적·심미적 컨텐츠를 추구하는 수요를 읽어낸 몇몇 임차인이 자동차 공업소·철물점·세탁소 등 기존 임차인을 내보내고 커피숍과 음식점을 차렸고, 이런 곳에 손님이 몰려들면서 자연스럽게 까페·맛집·디자이너샵 거리 등이 생겨났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빌딩 투자에 앞서 지역 유입 인구의 특징, 주변 주거단지, 교통 인프라 등을 종합 분석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모이는 곳은 업종은 변해도 상권은 사라지지 않는다"면서 "최근에는 신용산역 주변, 한남뉴타운 인근의 한남오거리 등이 주목받고 있는데, 메인거리는 이미 가격이 올라왔고, 이면도로의 저평가 지역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교통호재가 있는 투자 지역으로는 강남지역을 횡단하는 위례신사선을 꼽았다. 여기에는 강남을 대체할 도시가 서울은 물론, 국내 어디에도 없다는 전제가 깔렸다.
김 상무는 "전 세계 어디를 가도 부촌이 있고, 상류층을 위한 생활인프라가 촘촘히 짜여있다"면서 "강남 아파트 거품은 다소 빠질 수 있어도 그 주변 상업시설은 꾸준히 우상향 할 것"이라고 봤다. 그런면에서 "위례신사선은 강남과 송파를 지나 위레신도시까지 진입하는, 그야말로 강남 전역을 훑고 지나가는 교통망"이라면서 "완공되면 서울 전역의 인구가 강남으로 유입될 것이고, 이 라인의 아직 저평가된 수익형 부동산을 미리 사두면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낮은 금리에 기대 너무 많은 대출을 받는 것은 위험하다. 30~40% 정도만 대출받고 나머지는 자기 자본으로 투자할 매물을 찾아야 한다"면서 "금리가 낮기 때문에 대출 비중을 더 높인다는 투자자도 있지만 역으로 보면 금리가 낮다는 것은 경제 전체가 안 좋다는 의미기 때문에 임차인들이 장사가 잘 안 된다는 뜻도 된다"고 설명했다.
김 상무는 코로나19 사태로 중소형 상권이 타격을 받으면서 빌딩투자도 조정장에 들어설 것 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중소형빌딩의 임대 수익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리테일 임차인들의 부실화가 현실화되면서 빌딩매수자들이 하반기까지는 보수적인 투자관점을 유지할 것"이라면서 "강남을 시작으로 거품이 빠지는 지역이 생기겠지만 매매가 변동폭은 그렇게 크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코로나 극복 이후 대대적인 산업 재편이 시작되면 빌딩 거래가 다시 증가할 것"이라며 "매수 적기는 산업 재편이 가시화되면서 매물과 매수가 동시에 시작하는 시점"이라고 귀띔했다.
한편, 김 상무는 JLL코리아가 꼬마빌딩 투자 자문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미국계 부동산 컨설팅 업체 ERA코리아에서 스카웃한 인물로 현재 JLL에서 중소형 부동산 투자자문을 총괄하고 있다. 도요타자동차, BMW, 폴크스바겐 등 수입차 업체들과 해외 유명패션브랜드들이 김 상무의 자문을 거쳐 전시장이나 점포 위치를 결정하고 있다. 국내 중소형부동산 매입·매각자문을 비롯해 상가, 물류센터, 리테일 개발, 임대차 컨설팅 등 다방면에서 활약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