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러시아 감산합의 띄우는 트럼프...내용 불확실 지적도

2020-04-03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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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러시아-사우디 최대 1500만 배럴 감산 기대"

러시아 "푸틴-사우디 통화 없었다...합의도 안해" 부인

글로벌 공급량 10~15% 감산?...실현 가능성 의문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유가전쟁을 적극 중재하고 나섰다. 구체적인 감산합의 규모까지 언급했다. 유가폭락과 금융시장 혼란을 부채질한 두 나라의 유가전쟁이 진정되는 계기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트위터로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 대화한 무함마드 빈 살만(MBS) 사우디 왕세자와 방금 전화통화를 했다"며 "두 나라가 약 1000만 배럴 감산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희망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감산량이) 최대 1500만 배럴이 될 수도 있다. 모두에게 좋은 소식이다!"라고 덧붙였다. 하루 전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와 러시아가 "며칠 안에" 합의할 것이라며 운을 띄웠다. 
 

[사진=트위터]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이 나간 뒤 사우디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OPEC 산유국 연합체인 OPEC+(플러스) 긴급회의 소집을 요청했다. 사우디는 원유시장 안정을 위해 "공정한 합의"를 하고 싶다는 입장을 밝혔다. 구체적인 일정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감산합의 기대감에 원유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이 25% 뛰었고, 브렌트유 선물도 20% 이상 올랐다. 장중에는 35%까지 치솟기도 했다. 국제유가는 코로나19로 인한 수요침체와 사우디·러시아의 유가전쟁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면서 올해 들어서만 반토막이 났다.

저유가가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된다며 여유를 부리던 트럼프 대통령이 태세를 바꾼 건 유가폭락으로 미국 셰일유업계가 위기에 봉착하면서다. 셰일업계에선 파산보호 신청과 함께 경영진 교체, 채무 재조정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셰일업계의 도미노 파산이 미국 금융시장과 경제 전반에 큰 충격을 던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다만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주장이 즉각 회의론에 부딪혔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자신이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통화했고, 빈살만 왕세자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대화를 했다고 밝혔지만, 러시아는 이를 부인했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과 빈살만 왕세자가 통화하지 않았으며, 감산을 합의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수치가 믿을 만한 것인지, 사우디와 러시아의 감산 합의가 정말 임박한 것인지를 둘러싼 의문도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1000만~1500만 배럴로 제시한 감산 규모가 하루치인지, 어느 기간인지를 명확하게 언급하지 않았다. 시장은 하루 감산량으로 해석했지만, 하루 1000만~1500만 배럴이면 글로벌 공급량의 약 10~15%에 해당하는 양이다. 미국, 캐나다, 멕시코 등 다른 산유국들의 협조 없이 사우디와 러시아의 합의만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러시아와 사우디의 합의가 원만하게 진행될지도 미지수다. 지난달 초 사우디가 제안했다가 러시아가 퇴짜를 놓은 감산 규모는 하루 150만 배럴이었다. 사우디는 이후 수출가격을 내리고 대폭 증산을 예고하면서 러시아를 상대로 유가전쟁을 선포했다. 사우디는 감산 합의 의향을 내비쳐왔지만, 다른 산유국들이 동참하는 조건을 달고 있다. 이날 사우디가 OPEC+ 긴급회의 소집에서 '공정한 합의'를 강조한 것 역시 홀로 유가 안정 책임을 떠안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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