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중국서 쌀·밀가루·기름 사재기...식량대란 불붙나

2020-04-02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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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이 곧 하늘" 식량안보 우려에···中정부 "자급률 높다" 주장

"대두가 최대 약점" 90% 수입에 의존···대두값 '꿈틀'

"한밤중 시내 마트에 쌀, 밀가루, 식용유를 사려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매대는 채워지기 무섭게 텅텅 비었다. 리어카를 가져와 한번에 쌀 십여 가마니를 사가는 사람도 있다."

최근 중국 베이징 유력일간지 신경보에 보도된 중국 간쑤성 린샤에서 벌어진 식료품 사재기 모습이다. 매체는 식료품 사재기 현상이 중국 다른 지역에서도 최근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 19 확산을 막기 위해 각국이 빗장을 걸어 잠그면서 식량대란이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다.
 

중국 식료품 사재기 현장. [자료=웨이보 동영상 캡처화면]


◆ "밥이 곧 하늘" 식량안보 우려에···中정부 "자급률 높다" 주장

‘백성은 먹는 것을 하늘로 여긴다(民以食为天)’는 말이 있을 정도로 중국 14억 인구에게 식량 안보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난달 말부터 중국엔 이미 쌀, 밀가루, 식용유 등을 '사재기'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 당국이 나서서 중국은 식량안보를 확고히 지킬 것이며 식량대란 우려는 없다고 민심 달래기에 나섰지만, 불안감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모습이다. 

왕랴오웨이 국가곡물유류정보센터(CNGOIC) 고급경제사는 최근 관영 신화통신을 통해 "중국의 식량 공급량은 14억 인구의 일일 소비 수요를 만족시킬 만큼 충분히 여유가 있다"며 "중대 자연재해나 돌발 사건이 발생해도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주요 곡물 생산국이 수출 봉쇄령을 취하면 국제시장에서 곡물 가격 파동이 나타날 순 있겠지만, 중국 곡물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임도 덧붙였다.

실제로 통계 수치로 보면 중국은 식량 자급률이 높고 비축량도 충분하며 수입 의존도도 낮은 것으로 보인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망에 따르면 중국의 주요 곡물 자급률은 높다. 쌀과 옥수수, 밀(소맥)의 전체 수요 대비 수입률은 1~3% 남짓이다. 자급률이 90%가 넘는다는 얘기다.
 

[자료=중국 차이신망]


​◆ "대두가 최대 약점" 90% 수입에 의존···대두값 '꿈틀'

한 가지 문제는 있다. 대두다. 중국은 세계 최대 대두 수입국이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중국 대두 수입량은 8551만1000t으로, 전체 소비량의 90%에 육박했다. 비축량도 매우 낮다. 지금으로선 2.6개월밖에 못 버티는 수준이라고 매체는 지적했다. 신경보는 "대두 공급이 올해 중국 식량 문제의 최대 '장애물'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류서우잉 중국 인민대 경제학원 교수는 "(중국의 주요 대두수입국인) 미국,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수출에 미칠 영향은 평가해 봐야겠지만, 단기적으로 중국 대두 공급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게다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 중국이 대두 수입난을 겪으며 대두 가격이 오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두로 기름을 짜게 되면 콩기름이 되고, 기름을 짜고 남은 찌꺼기를 깻묵이라고 하는데 이는 돼지, 닭 등 가축의 사료로 쓰인다. 대두 가격이 오르면 기름, 사료 값이 오르고, 돼지·닭고기 가격도 오르는 구조다. 

실제로 중국 내 대두 가격은 3월 하순부터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농산업 리서치업체 코피드에 따르면 3월 30일까지 헤이룽장성 지역 대두 가격이 t당 4700~4900위안(약 85만원)으로, 반달 전보다 500~540위안 올랐다. 이는 2012년 10월 이래 최고치라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탕궈잉 중국 사회과학원 농촌발전연구소 연구원은 "대두 수입이 영향을 받으면 양돈업체 등 돼지고기 관련 기업이 압박을 받을 것"으로 우려했다. 이는 가뜩이나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돼지고기 가격이 치솟고 있는 중국에겐 추가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상승) 압박을 가중시킬 수 있을 것이란 지적이다. 

최근 베트남, 태국, 카자흐스탄, 이집트, 세르비아, 캄보디아 등 6개국에서 코로나19 사태 속 식량 수출을 금지하며 전 세계 식량대란 우려가 커졌다. 이에 3월 31일엔 세계보건기구(WHO),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무역기구(WTO)가 공동 성명을 통해 각국이 전염병 확산 대응 조치를 취하는 한편, 전염병이 식량 공급망에 미칠 충격을 최소한으로 줄여 공중보건 위기가 식량위기로 번지지 않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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