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증상이 있었는데도 제주도 여행을 떠난 모녀, 코로나19 검사를 받고도 마스크 없이 전국을 돌아다닌 영국인 등 보건당국의 방역지침을 무시한 '이기적인 감염자'들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거세다.
여론은 이들을 강력하게 처벌해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정부는 이들이 현행법을 어겼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처벌을 위해서는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앞서 10대 미국인 유학생 A씨는 지난 15일 입국해 집에 머무르다 20일 모친과 함께 제주도 여행을 했다. 제주도에 입도할 당시부터 코로나19 증상이 있었는데도 4박5일간 여행을 강행한 뒤 서울에서 확진 판정을 받아 논란이 됐다. 같은 날 A씨의 어머니도 확진됐다.
또 법무부는 지난 28일 자가격리 권고를 무시하고 스크린 골프장을 방문하는 등 외부 활동을 한 30대 영국인 B씨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정부는 이 영국인에게 손해배상 및 치료비 청구, 강제추방, 입국금지 등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실제 처벌까지는 무리라는 의견이 나온다. 정부가 해외 입국자들에게 자가격리를 명령한 시점과 이들의 일탈행동에 시차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유학을 하다 입국해 제주도를 여행한 유학생은 지난 15일, 영국인은 지난 20일에 각각 입국했다. 정부가 유럽, 미국발 입국자에게 자가격리 의무를 권고한 시점은 3월 22일, 3월 27일이다. 자가격리가 의무가 아니었던 때인 만큼 이동해도 법 위반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두 사례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것인지는 좀 더 검토해야 할 문제"라며 "입국 단계에서 자가격리를 의무화하지 않은 이들에게 사후적으로 의무를 부과해 법을 적용하는 것은 법리적인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감염병예방법으로는 처벌이 불가능하더라도 상해나 과실치사상죄 등을 적용하면 처벌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행정명령 이행시기와 상관없이 이들이 일탈행동을 할 당시 사회적으로 코로나19에 대한 감염위험성이 충분히 형성돼 있던 시기인 만큼 해당법 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보건당국이 얼마나 처벌 의지를 갖고 있느냐의 문제라는 의미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감염병예방법이 적용되려면 이들의 행동이 행정명령 이후에 발생한 것이라는 전제가 성립돼야 한다"면서 "사후적용으로 처벌하기는 무리"라고 말했다. 다만 "코로나19뿐 아니라 다른 법정감염병의 경우에도 본인이 충분히 감염 우려를 인지하고 있었고, 이로 인해 타인이 감염됐다면 상해죄가 성립한다"면서 "또 감염자라는 사실을 모르고 돌아다녔더라도 이로 인해 실제 피해가 발생했다면 과실치상죄 의율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