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차 연구개발 교두보로 싱가포르를 택한 것은 신사업을 추진하기에 적합한 혁신 생태계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개발(R&D)-제조-판매까지 현대차가 구상하는 미래차 '테스트 베드'로서 적합한 입지조건이다. 또한 싱가포르는 2025년까지 국가 전체를 스마트시티로 개발하는 '스마트네이션'을 비전으로 제시했다. 미래 모빌리티 가치사슬 전반을 혁신하는 HMGICs도 시너지를 낼 수 있다.
◆AI활용 '지능형 제조 플랫폼'도입...맞춤형 전기차 생산
전기차는 내연기관 대비 부품수가 적고 구조가 단순해 지능형 제조 플랫폼이 적합하다. 또한 이를 통해 고객이 온라인에서 주문한 사양에 따라 맞춤형으로 차를 생산하는 '고객 중심 주문형 생산'도 가능해진다. 최소한의 인력으로 맞춤형 차량을 생산하기 때문에 원가절감 효과도 노릴 수 있다.
아울러 지난해 투자한 동남아시아 최대 차량 호출 서비스업체인 ‘그랩’과의 협업도 강화한다. 그랩은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있다. HMGICs는 그랩과 함께 전기차를 활용한 다중 모빌리티 서비스를 확장할 계획이다. 전기차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이용자에게 공유해주는 서비스 연구 개발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싱가포르 현지 대학, 스타트업, 연구기관 등과도 긴밀한 협업을 추진한다. 싱가포르의 난양공대 등과 공동 연구소를 운영하고 미래 신산업 분야 산학 과제도 수행한다. 싱가포르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스마트시티와 관련한 세부 과제의 선행 연구를 수행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R&D 핵심인력 싱가포르 투입...아세안 전략적 요충지
현대차는 HMGICs를 세계 최고의 개방형 혁신 중심지로 키우기 위해 싱가포르에 국내 혁신 비즈니스와 연구개발(R&D) 핵심 인력을 대거 투입한다.
글로벌 혁신 거점인 '현대 크래들'과 인공지능 전담 조직인 '에어랩'을 HMGICs와 연계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이스라엘·독일·중국에서 현대 크래들을 운영 중이다. 싱가포르에 현대 크래들이 들어서면 현대차는 동남아시아 지역까지 ‘글로벌 혁신 네트워크’를 확장하게 된다.
이를 통해 현대차는 일본차 텃밭인 아세안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베트남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필리핀 등 10개 회원국은 아세안자유무역협정(AFTA)에 따라 부품 현지화율이 40% 이상이면 역내 완성차 수출 시 무관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또한 지난해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 아세안 주요 6개국 자동차 판매량은 355만6000여대로 기록됐다. 전문가들은 2026년까지 아세안 자동차 시장이 449만대 수준으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침체된 중국 시장을 대신해 판매량을 끌어올릴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인 셈이다.
서보신 현대차 생산품질담당 사장은 "HMGICs는 현대차가 구상하는 미래를 테스트하고 구현하는 새로운 시험장이 될 것"이라며 "현대차의 혁신 의지와 싱가포르 혁신 생태계를 융합해 기존의 틀을 깬 신개념 비즈니스와 미래 기술의 전시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