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경제활동 재개에 대한 의욕을 내비치고 있다. 이달 말 사회적 거리두기 등을 담은 코로나19 가이드라인 적용시한이 끝나면 지침을 완화해 코로나19 사태로 문을 닫은 사업체들이 영업을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조급함이 코로나19 사태를 악화시켜 경제위기를 더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또 현재 지역 당국의 코로나19 대응 수위가 더 높기 때문에 연방정부 차원의 지침 완화가 별다른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브리핑에서 "사람들은 다시 일터로 돌아가고 싶어한다"며 "많은 지역이 다른 지역에 비해 더 빨리 경제활동을 재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나는 어떤 것도 서두르거나 재촉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내달 12일인 부활절은 백악관이 사회적 거리두기와 10명 이상 모임 자제 등을 담은 코로나19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지 한달도 되지 않는 시점이다. 대다수 보건 전문가들은 바이러스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수 주가 더 필요하다고 본다.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 재개를 서두르는 건 경제 셧다운에 따른 심각한 경기 침체로 인해 재선가도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조바심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조급함이 되레 화를 키울 수 있다며 비판적인 입장이다.
마크 잔디 무디스 수석 애널리스트는 CNN비즈니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180도 방향을 바꿔 부활절까지 사업 재개를 결정한다면 엄청난 혼란이 초래될 것이다. 그건 되레 경제 불황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꼬집었다.
또 연방정부 가이드라인보다 더 강도 높은 조치가 주나 시 등 지역 당국 지휘 하에 시행되고 있기 때문에 가이드라인 완화가 큰 의미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미국의 총 50개 주 가운데 적어도 24개 주는 비필수 사업장에 폐쇄령을 내렸고, 캘리포니아와 뉴욕을 포함해 19개 주는 주민들에게 자택대피령을 발효 중이다.
연방정부의 가이드라인이 없으면 지역별로 대응 수위가 더 벌어져 전국적인 바이러스 억제 활동을 방해할 위험도 있다고 WSJ은 전했다. 안 그래도 미국의 탈중심적인 정부 구조와 헬스케어 시스템이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미국의 코로나19 대응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제 재난 대응을 담당한 제러미 코닌다이크는 "일률적인 기준과 강력한 감시가 없으면 주지사가 온전히 위험을 감수해야 하며 결국 다른 주들까지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지사들도 소속당에 상관없이 경제활동 재개를 논하기엔 이르다는 입장이다. 공화당 소속 오하이오주 마이크 디와인 주지사는 "경제가 재개하는 날을 고대하고 있다"면서도 "아직 때가 오지 않았다"는 트윗을 남겼다.
미국 내 확진자 중 절반이 나온 뉴욕주의 앤드루 쿠오모 민주당 소속 주지사는 25일 "연방정부가 할 수 있는 건 명령이 아니라 제안"이라면서 "우리는 뉴욕주에서 효과가 있는 계획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