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기본소득을 둘러싼 당·정·청의 삼각함수를 주목하라." 또 엇박자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쇼크를 극복할 새로운 대안인 '재난기본소득'을 둘러싸고 당·정·청이 미묘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총선)를 코앞에 둔 여당은 '강한 드라이브', 청와대는 '신중 모드', 경제 컨트롤타워인 기획재정부는 '선 긋기'다.
이른바 'C공포'라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에서 가속페달을 밟는 여당과 마지못해 받으려는 청와대, 거리두기를 하는 정부 모습이 도돌이표처럼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삼각 주체의 엇박자가 '의도된 역할분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25일 여권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다음 주 주재하는 제3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재난기본소득 문제를 다룬다. 청와대는 이미 각 지방자치단체의 재난관리기금을 포함한 재원조달 방식에 대한 조사에 돌입했다.
여권 내부에서도 '이재명발(發) 100% 보편지급이냐, 선별 지원이냐'를 놓고 백가쟁명식 논쟁이 한창이지만, 여의도까지 넘어간 재난기본소득은 막을 수 없는 급행열차로 승격했다. 다만 100% 보편지급보다는 취약계층만 타기팅한 '핀셋 지원'이 유력하다. 지자체의 재난기본소득은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통해 보전할 것으로 보인다.
변수는 국가 재정의 문지기인 '경제 사령탑의 의중'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실제 사용처가 없는 상태에서 돈을 푸는 엇박자 정책이 될 가능성도 지적한다"고 밝혔다.
소비쿠폰 형식으로 지급되는 지자체 재난기본소득의 실효성을 꼬집은 것으로 분석된다. 대규모 양적완화로 내년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심리적 마지노선(40%)을 넘어서는 데 따른 고민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20대, 재난기본소득 최대 수혜층··· "투표율 제고"
관전 포인트는 엇박자 논란 속에서 '당·청이 누릴 효과'다. 재난기본소득의 최대 수혜층은 '가처분소득 대비 정부의 핀셋지원' 효과가 큰 2030세대다. 이른바 '조국 사태'를 기점으로 문재인 정부에 대한 2030세대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재난기본소득 이슈는 2030세대의 투표 유인책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선거 프레임의 '새판 짜기' 효과도 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이날 통화에서 "여권이 2011년 수혜를 본 무상급식 이슈를 재연하려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여권의 한 관계자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이슈에 뛰어들면서 천안함 사건으로 촉발한 반공 이슈 등이 무너졌다"며 "이듬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이겼던 이유"라고 전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당·청이 사실상 '선별 지원'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보편적 복지 대 선별적 복지' 프레임도 절묘하게 피했다. 이 이분법적 구도는 무상급식 당시 한나라당(현 미래통합당)이 현 여권에 덧씌운 프레임이다. '우리 길을 간다'는 여권 관계자들도 재난기본소득을 통해 '정국 주도권 확보→총선 승리→레임덕(권력누수) 방지' 등의 선순환 효과를 부인하지 않았다.
다만 포스트 총선 정국에서 재난기본소득 운명을 결정할 2차 추경 전망에 대해선 "여당이 제1당을 사수하지 못하면 식은 감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