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21] 비례대표 IT 전문가 실종사건

2020-03-25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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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주요 정당의 비례 대표에서 IT 전문가의 씨가 말랐다. IT 업계에선 국회가 말로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IT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실제로는 별다른 관심이 없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번 21대 총선 여야 비례대표 중 당선권 후보의 이력을 조사한 결과 IT 업계 관계자는 이영 전 한국여성벤처협회장(테르텐 대표·미래한국당 13번)과 류호정 정의당 IT산업노동특별위원장(정의당 1번)뿐이었다. 그나마 두 후보도 IT 업계를 대변하는 후보라기보다는 여성, 청년 등 소수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한 후보에 가깝다.

이 대표는 멀티미디어 DRM을 만드는 테르텐을 창업했지만 한국여성벤처협회장으로 활동하면서 여성 창업에 관련된 목소리를 내왔던 만큼, 창업계 인사라는 게 중론이다. 류 위원장은 스마일게이트 해직 노동자로 활동하며 게임 업계의 잘못된 해고 관행을 비판했지만, 대리 게임 논란이 불거지면서 IT·게임 업계를 대변할 자격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대세다. 

국내 최대 개발자 커뮤니티 오키(OKKY)의 노상범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주요 정당의 비례 대표 후보 중 IT 관계자는 3명뿐이다. 허구한 날 4차 산업혁명을 부르짖는데, 소프트웨어와 정보통신기술이 이 나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이것밖에 안 되느냐"고 한탄했다.

코로나19라는 국난으로 인해 의료계 인사들이 대거 국회에 입성할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IT 업계의 실망은 더 커지고 있다. 정부가 인공지능·빅데이터 등이 미래 한국을 책임질 핵심 산업이라고 강조하고는 있지만, 정작 국회에는 혁신적인 IT 정책을 추진할 리더급 인물과 이를 뒷받침할 후보를 추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IT 업계에선 21대 국회에서 IT 산업의 발전을 막을 반혁신적인 법안이 양산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실제로 타다를 멈춰 세운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타다 금지법)은 법조계 의원이 주축이 돼 발의하고, 택시 업계 표심을 의식한 지역구 의원들이 통과시켰다.

여야의 총선용 IT 공약도 졸속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총선 1호 공약인 '공공 와이파이 확대 정책'이 대표적이다. 민주당은 올해 예정된 전국 1만7000여개 공공 와이파이에 2022년까지 3만6000여개를 더해 전국 어디서나 공공 와이파이에 접속하도록 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이에 전국 모든 대중교통과 교육 시설에서 무료 와이파이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5G 이용자 중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에 가입한 비율이 79%에 달하는 상황에서 굳이 속도와 접근성이 떨어지는 무료 와이파이를 5370억원의 예산을 들여 구축할 필요성이 있냐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총선용 단골 공약이었던 '가계 통신비 인하'만큼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미래통합당은 '통신비 소득공제'와 '통신요금 인가제 폐지' 공약을 내세웠다. 하지만 두 정책 모두 지난 국회에서 법이 통과되지 못하면서 답보 상태에 머무르고 있다. 특히 통신비 소득공제의 경우, 이용자들의 환영을 받고는 있지만 연 5000억원의 세수 감소가 예상되는 만큼 실제로 실행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따를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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