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코로나19 확산으로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 개학이 연기된 가운데 정치권을 중심으로 9월 학기제 논의가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9월 학기제는 1학기를 3월이 아닌 9월에 시작하는 제도다. 가을학기제라고도 한다. 미국을 비롯해 유럽과 중국 등 대부분의 나라에서 9월 학기제를 운용 중이다.
9월 학기제 논의의 역사는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김영삼 정부가 이를 추진했으나 실현되지 못했다. 2006년 노무현 정부와 2014년 박근혜 정부에서도 9월 학기제 도입을 추진했지만 예산과 학기가 미뤄지는 학생들에 대한 대책 등 현실적인 문제에 답을 내지 못하고 추진이 무산됐다.
올해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코로나19 사태로 개학을 연기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당초 3월 2일이었던 2020학년도 신학기 개학일을 세 차례 연기하고 4월 6일부터 학기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이마저도 코로나19 확산 여부에 따라 유동적이다.
현재 한국의 코로나 확진자 증가세는 다소 수그러든 상황이다. 23일 0시 기준 확진자 수는 전날보다 64명 늘어난 8961명이다. 완치된 격리해제자도 3166명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안심하기는 이른 상황. 귀국하는 사람들 중 코로나19에 양성으로 진단받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유럽발 입국자 검역을 강화한 첫날 1442명이 검사를 받았으며 이중 152명이 유증상자"라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교회 등을 중심으로 소규모 집단감염도 발생하고 있다.
집단감염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지 않으면 4월 6일 개학조차 어려울 수 있다. 5월로 개학일이 넘어가면 1학기 학사일정은 대대적인 수정이 불가피하다.
9월에 학기를 시작하면 해외 국가들과 학사일정을 맞추기도 쉽고 교수 초빙도 더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다. 추운 겨울보다 활동하기 좋은 여름방학이 길어져 체험학습도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초기 사회적 혼란과 비용은 여전히 큰 걸림돌이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은 9월로 학기 시작을 옮길 경우 12년 동안 10조원의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교육계에서도 9월 학기제 논의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9월 학기제 논의에 불을 지핀 김경수 경남도지사도 22일 다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당장 시행하자는 것은 아니다"라며 한발 물러섰다.
김 지사는 "그동안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국민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개학 연기를 계기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는 문제 제기였다"며 "9월 신학기로 바뀌면 학사 일정뿐만 아니라 입시, 취업을 포함한 사회의 많은 분야가 영향을 받게 되므로 충분히 시간을 갖고 공론화를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