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급락에 화학업계도 '울상'…원가부담 덜지만 수요위축 지속돼

2020-03-18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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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신평 "과거 유가급락 시기마다 석유업체 실적도 하락"

미리 사둔 원료로 부정적 래깅효과…수요처 구매 지연도

업계 "실적악화 피할 수 없지만…원가 낮아져 반사이익 기대"

[사진=LG화학 제공]

[데일리동방] 국제유가가 급락세를 거듭하면서 정유업계는 물론, 화학업계도 실적악화가 전망되고 있다. 유가가 하락하면 석유화학 원료인 납사(나프타) 가격도 낮아져 화학업계 입장에서 원가부담이 낮아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미리 구매한 고가 원료로 인해 스프레드 감소와 실적악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18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유가가 급락했던 시기마다 주요 석유화학업체 수익성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4년 3분기 두바이유가 배럴당 95달러에서 4분기 56달러로 하락했을 때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한화토탈 △SK종합화학 △여천NCC △금호석유화학 △대한유화 등 8개 석유화학업체들의 합산 영업이익은 9000억원에서 4000억원으로 줄었다.

국제유가가 2015년 2분기 배럴당 60달러에서 같은해 4분기 33달러로 하락하는 시기에도 이들 업체의 합산 영업이익은 2조원에서 1조원으로 감소한 바 있다. 지난 2018년 3분기 배럴당 78달러에서 4분기 54달러로 낮아질 때는 합산 영업이익도 2조2000억원에서 6000억원으로 낮아졌다.
 

[자료=한국신용평가]


이처럼 유가급락 시기마다 석유화학업체 실적도 하락한 이유는 부정적 래깅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유가가 하락하면 석유화학제품 판매가격도 함께 낮아지는 반면, 투입하는 원료는 약 30~45일 전에 구매한 고가인 탓에 스프레드가 감소하는 것이다.

또한 유가하락 시기에는 석유화학제품 가격이 추가적으로 낮아질 것으로 기대되면서 수요처에서 구매를 지연시키는 등 수요감소도 나타난다.

국제유가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간 감산합의가 불발되면서 지난 9일 폭락한 뒤 하락세를 지속, 배럴당 20달러대에 접어들었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가 16일 배럴당 28.7달러를 기록한 데 이어 17일에는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도 28.73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WTI와 브렌트유가 20달러 대로 낮아진 것은 지난 2016년 초 이후 4년여 만이다.

물론 유가 방향성과 함께 수급상황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 그러나 중국 대규모 설비증설로 인해 공급부담이 크게 확대될 예정인 반면, 코로나19 영향으로 중국 수요처의 공장 가동률이 하락하는 등 수요는 크게 위축돼 있어 주요 석유화학업체는 실적부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신평 관계자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유가의 하향안정화는 납사가격 하락과 더불어 글로벌 에탄크래커(ECC) 증설 지연 등 공급부담을 완화할 수도 있다"면서도 "코로나19 사태가 팬데믹 단계에 이르며 수요 위축으로 중국 및 글로벌 경제가 침체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중기적으로 보더라도 어려운 영업환경이 전개될 가능성이 더 높다고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유가급락 시기에는 원가 부담이 낮아진다는 긍정적인 측면과 미리 사둔 원료에 대한 재고손실 등 부정적인 측면이 공존한다"며 "현재 업황은 유가와 상관없이 최악인 수준으로 단기적인 실적악화는 피할 수 없지만, 납사·에틸렌 등 원료가격이 큰 폭으로 낮아져 중장기적으로는 반사이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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