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바닥을 알 수 없는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연기금이 매수세로 돌아섰다. 향후 지수 반등을 노리는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지수 방어를 위해 나선 측면도 있지만, 과거 폭락장당시 적극적 매수를 통해 높은 수익을 경험한 만큼 대형주 위주로 투자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은 이달 들어 지난 17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9046억원치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초기에는 관망세로 일관했으나 코스피가 매일 저점을 갈아치우자 최근 순매수로 반전한 것이다.
실제 지난해에도 국민연금은 저가 매수 전략을 통해 '재미'를 톡톡히 봤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운용수익률 11.33%를 올리며 역대 최고 수준의 실적을 올렸다. 국민연금이 두 자릿수 연간 운용수익률을 기록한 것은 지난 2009년(10.39%), 2010년(10.37%) 이후 세 번째다.
해외주식 부문이 30.63%의 수익률을 올리며 실적을 견인했지만, 국내 주식 수익률도 12.58%로 비교적 높은 성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코스피 수익률이 8%에 못 미치는 것을 감안하면 시장을 뛰어넘는 성적을 올렸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국민연금이 지난해 8월 코스피가 바닥을 쳤을 당시 1조5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동원해 국내 주식을 매수한 덕분으로 풀이된다. 당시 국민연금은 코스피 1900선이 붕괴되자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측면에서 매수 근거가 있다고 판단하고 매수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후 증시 상승기에 국민연금이 약 15%의 수익을 올렸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이 과거 하락장만큼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코로나19로 인한 증시 부진이 한국 뿐만이 아닌 글로벌 증시 전체에 영향을 끼치며 외국인 자금이 썰물처럼 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연간 운용계획에 따라 자금을 운용하는 특성상 연기금이 외국인 매도세를 만회할 만큼 매수에 나서기란 어렵다. 국민연금의 경우 이미 올해 연간 기금운용 계획의 국내주식 비중(17.3%)을 달성한 상태다.
기금운용본부의 중장기 운용방향도 국내 주식보다는 해외 주식, 대체 투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2020~2024년 국민연금 기금운용 중기자산배분안'을 보면 2024년 국민연금 해외투자와 대체투자 비중은 각각 50%, 15% 수준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증시 하락으로 추가 매수 여력이 생겼을 수는 있지만, 과거처럼 하락장의 '소방수' 역할을 하기에는 힘이 부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