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 후유증... 일반근무 적응 못하고 시위까지 등장

2020-03-10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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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 및 원격근무 체제에서 일반근무로 전환하는 IT 기업이 늘어나면서 직원들이 오랜 재택근무에 따른 후유증을 겪고 있다. 이에 기업들이 후유증에 시달리는 직원을 케어할 수 있도록 재택근무와 일반근무를 병행하는 새로운 방식의 근무형태를 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재택근무 중단으로 인한 대표적인 후유증은 급격한 생활 양식(라이프 스타일) 변화다. 판교 IT 기업에 근무하는 A씨(26)는 2주일간의 재택근무 후 지난 9일부터 다시 회사로 출근하며 생활 양식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문제를 겪었다.

그는 "출퇴근이 없고 근무 시간도 재량으로 조절할 수 있는 재택근무를 하다가 다시 '9 to 6'라는 정해진 일과에 삶을 맞추면서 많은 피로감을 느꼈다"며 "근무에 적응하지 못해 복귀 첫날에는 업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멀뚱히 PC 앞에 앉아 있다 퇴근하는 등 업무 효율이 크게 떨어졌다"고 토로했다. A씨는 결국 10일 회사에 지각했다.

직원들이 지적한 또 다른 후유증은 일과 생활의 경계가 무너진다는 것이다. 재택근무로 인해 출퇴근이라는 업무의 시작과 끝맺음이 사라지면서 집에서 24시간 내내 업무 처리하는 경우가 늘었다는 설명이다. 특히 어린 자녀를 둔 직원들이 재택근무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개인사업자 B씨(35)는 "코로나19로 인해 사무실 전체가 재택근무에 들어갔는데, 회사 업무와 가정의 일 구분이 불분명해지는 경우가 늘어났다"며 "특히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휴원함에 따라 자녀를 돌봐야 하는 재택근무자들은 어려움이 배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B씨는 결국 자녀를 배우자에게 맡기고 다시 사무실로 출근해 일반근무를 서는 결정을 내렸다.

경영학계에선 4월부터 코로나19로 인한 장기간 재택근무로 직원들이 일반근무에 적응하지 못하는 문제가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기업은 바로 전면 일반근무를 실시하기보다 1주일 정도 유연근무제를 도입함으로써 직원들이 일반업무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고 장기간 재택근무로 떨어진 업무효율 향상을 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재택근무를 중단한 기업에선 사측과 직원이 대립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넥슨 노조인 스타팅포인트는 9일부터 회사의 전면 재택근무를 요구하며 넥슨코리아 판교 사옥 앞에서 1인 시위에 들어갔다. 배수찬 넥슨 노조 지회장은 1인 시위를 통해 "임직원들의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회사 방침을 선택적 재택근무에서 전원 재택근무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넥슨코리아는 9일부터 선택적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다만 코로나19 감염자와 접촉이 있는 경우, 임산부나 돌봐야 하는 자녀가 있는 경우, 본인이 재택근무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조직장과 협의한 경우 20일까지 재택근무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이윤미 더바름노무법인 판교지사 노무사는 "재택근무에 대한 사항이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단체협약에 명시된 경우 기업은 이를 준수해야 한다. 하지만 명시되지 않은 경우에는 재택근무를 하지 않아도 무방하다. 코로나19와 같은 급작스러운 사태에 회사가 배려 차원에서 재택근무를 실시하다가, 다시 일반근무(출근 명령)를 한 것은 노동관계법령 위반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 향후 코로나19와 같은 비상상황이 또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기업은 이에 대비해 재택근무 기준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사진=아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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