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노동사회 기본원칙, 기업은 왜 지키려 하지 않는가?

2020-03-01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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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김기완 기자]

여느때처럼 운반 전표를 받아들고 새벽이슬 맞으며 운전대를 잡았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 새벽녁 컵라면을 먹어가며 고속도로를 달렸고, 차량 한 켠에서 쪽잠을 자가며 운전대를 잡아야 했다. 약속한 시간에 맞춰 골재를 운반하기 위해서 말이다. 노동의 댓가는 지급되지 않았고, 노동자들은 운반대금을 받기 위해 거리로 나왔다. 가족들도 함께 말이다. 일을 시키고 운반 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업체는 운수 노동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정당성을 주장하며 계속해서 문제를 확산시키고 있다. 운수노동자들은 결국 거리 집회를 통해 이 같은 부당함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생존권을 위한 몸부림이었다. 잘 짜여진 막장드라마에서나 나올법한 이 상황은 실제 상황으로 골재운반 운수노동자들 얘기다. [관련기사, 1월 19일, 2월 10일 보도]

운수노동자들은 경기도 화성시에 소재한 발안산업개발과 케이엠건설 이들 두 회사에서 운반 대금을 지급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당연한 댓가를 받아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법에 호소해야 했고, 없는 살림에 십시일반 모아서 변호사를 선임해야했다. 골재 운반 대금 3억원을 지급받기 위해서다. 단언컨대, 사측이 지급해야 할 대금을 지급하지 않아 이 같은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운수노동자들은 그동안 수 차례에 걸쳐 발안산업개발과 케이엠건설 측에 대금 지급을 호소 해 왔다. 당연히 받아야 할 노동의 댓가인데도 말이다. 발안산업개발은 운수노동자들 요구를 매번 거절해왔다. 직접적으로 운수노동자들과 거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다. 직접적으로 거래한 케이엠건설이기 때문에 지급할 수가 없다는 것.

◆그렇다면 발안산업개발과 케이엠건설의 관계는?
케이엠건설은 발안산업개발 직원이 설립한 업체로 현재 케이엠건설 대표는 발안산업개발 직원의 20대 아들이 맡고 있다. 발안산업개발 직원이 아들 명의로 케이엠건설을 차려두고 운영중에 있는 것이다.

운수노동자들은 "우리는 처음부터 발안산업개발 일을 한 것"이라며 "케이엠건설은 발안산업개발 직원이 아들 명의로 차린 회사로서, 골재운반 발주 역할만 했다."고 말한다. 실제 발안산업개발과 관련된 골재를 운반했다는 것이 노동자들의 설명이다. 발안산업개발 직원이 아들 명의로 케이엠건설을 설립한 배경에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른바' 몸통은 발안산업갤발이고 케이엠건설은 페이퍼컴퍼니라는 것이 세금탈세를 위한 전형적인 수법이라는 지적이다.

당연히 받아야 할 댓가를 받지못해 호소도 해보고, 거리 집회와 형사고소 등 법에 의존해야 하는 것이 과연 상식적인 노동사회인 것인가. 일을 시켰으면 댓가를 지급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작금의 운수노동자 운반대금 미지급 사건은 노동자들이 노동의 댓가를 지급받기 위해 거리집회와 형사고소를 해야했고, 노동자들에게 돈을 안 주기 위해 변호사까지 선임해가며 대응하는 웃지못할 모습이다.

탄탄한 자본력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운반 대금을 지급하지 않으면서 운수노동자들은 극심한 생활고를 겪고 있다. 생활비가 없어 건설현장 막노동판을 전전하고, 택배 아르바이트로 생활을 유지하며 자본권력인 사측과 힘겹게 싸워나가고 있다.

일을 했으면 돈을 받아야 하는 것은 노동사회의 기본이다. 당연한 원칙이 기만되는 이 같은 상황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라도 정부와 자치단체가 적극적인 공권력 개입으로, 생활고에 시달리는 순수한 노동자들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길 학수고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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