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택근무 확산에 협업도구 업계 '함박웃음'

2020-02-27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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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업도구, ICT 업계 빠른 재택근무 결정의 도우미로 꼽혀

재택근무 확산 바람타고 팀즈, 슬랙, 라인웍스, 카카오톡 등 확산 기대감

지난 26일부터 전직원 재택 및 원격근무(재택근무)를 실시하고 있는 카카오 직원 A씨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점심 시간을 제외한 8시간 재택근무를 시행 중이다. 오전 10시 회사에서 제공한 노트북(맥북)을 열고 카카오톡 PC 버전을 실행하고 VPN(가상사설망) 보안인증을 거쳐 사내 인트라넷에 접속한다. 사실 예전부터 카카오톡으로 팀원과 업무를 처리해 왔기 때문에 공간이 달라진 것은 어색하지 않다. 오후에는 진행 중인 업무를 팀원들에게 설명하기 위해 카카오톡 라이브톡을 활용했다. 라이브톡은 유튜브나 아프리카TV처럼 여러 명의 팀원들에게 내 영상을 실시간으로 송출할 수 있는 기능이다. 마지막으로 금일 처리한 업무를 보고하고 인트라넷과 접속을 끊음으로써 업무 종료를 알렸다.

27일 코로나19로 ICT(정보통신) 업계에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면서 SK텔레콤, KT, 네이버, 카카오, 넥슨 등 ICT 기업이 빠르게 재택근무를 결정할 수 있었던 비결로 협업도구가 꼽힌다.

이에 코로나19 확산 전과 비교해 최대 5배 관련 문의가 증가하는 등 협업도구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네이버의 협업도구 '라인웍스'를 서비스하는 웍스모바일의 김동수 글로벌사업본부장은 "최근 코로나 19 확산으로 인해 많은 기업이 라인웍스 도입 문의를 하고 있다"며, "업무용 메신저, 드라이브, 화상회의 등 라인웍스의 다양한 기능을 통해 기업 구성원들의 재택근무에 차질이 없도록 지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 협업도구 시장은 유료 가입자 수 약 2000만명의 마이크로소프트 팀즈(구 스카이프)와 약 1200만명의 슬랙이 양분하고 있다. 국내에서 팀즈를 활용해 성공적인 재택근무 환경을 만든 사례로는 SK텔레콤과 넥슨이 꼽힌다. SK텔레콤은 지난해 2월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해 팀즈와 5G 스마트오피스를 활용한 재택근무 환경을 선보였고, 이를 전사로 확대했다. 5G 스마트오피스란 5G를 통해 사람과 기기가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주고 받으며, 시간과 공간 제약 없이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환경을 말한다. 넥슨도 스카이프 시절부터 팀즈를 도입해 사내 커뮤니케이션과 협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박상준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모던워크플레이스 사업부장은 "가트너에 따르면, 전 세계 협업도구 시장 규모는 2018년 27억 달러에서 2023년 48억 달러로 선장할 전망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기업의 일하는 방식이 변하고 있는 만큼 다양한 근무형태를 지원할 수 있는 협업도구 도입이 국내에서도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업이 재택근무에 협업도구를 활용하고 싶다면 직원들이 평소부터 디지털 플랫폼 활용에 익숙해질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팀즈가 생산, 영업, 관리, 마케팅 등 기업 일반 부서 구성원에게 필요한 상시소통 기능을 제공한다면 슬랙은 프로젝트 단위로 일하는 개발 부서에 적합한 기능을 제공한다. 때문에 IT·게임 업계를 중심으로 슬랙을 채택한 기업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넥슨의 경우 일반 직군은 팀즈를 주로 이용하고 있고, 개발 직군은 슬랙을 애용하는 등 직군 별로 다른 협업도구를 활용해 재택근무를 진행 중이다. 심지어 팀즈의 개발사인 마이크로소프트도 상당수의 사내 개발자들이 슬랙을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슬랙은 그동안 국내 영업을 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한국 법인을 설립하고 정응섭 전 SAP코리아 전무를 지사장으로 영입했다. 올해부터 국내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KT는 국내 최고수준의 기가(1~10Gbps)급 통신 기술과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KT화상회의 시스템으로 직원들의 순환 재택근무를 지원하고 있다. 초고속 네트워크와 대용량 서버를 확충해 방 하나당 최대 300인까지 동시 접속이 가능하고, 최대 999개 방 개설에도 문제 없다.

네이버는 자체 개발한 협업도구 라인웍스를 재택근무 환경 구축에 활용했다. 재택근무 시에는 커뮤니케이션 누수가 생길 수 있어 팀, 부서, 전사 단위로 업무 상황을 빠르게 공유할 수 있는 체계가 필수적이다. 라인웍스는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있는 직원을 포함해 전 세계 네이버 직원이 영상통화로 회의를 진행하고, 그룹 대화방으로 각자 업무 내역을 공유하며 평소와 다름없이 업무를 진행할 수 있게 해준다. 라인웍스는 30%가 넘는 점유율을 확보하며 일본 협업도구 시장 1위를 차지했고, 이 기술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국내 시장 공략에 나섰다.

업계에 따르면, 비공식적으로 국내 협업도구 시장 1위는 팀즈, 슬랙, 라인웍스가 아니라 카카오톡이다. 수많은 중견기업과 스타트업이 재택근무를 결정하면서 카카오톡으로 업무 상황을 공유하고 있다. 카카오톡을 개발한 카카오조차 여기서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카카오톡은 일반 메신저라 기업용 협업도구에 필요한 보안과 데이터 통제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카카오톡을 토대로 하는 기업용 협업도구를 개발해 올해 중에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가 확산되고 협업도구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기업용 카카오톡(가칭)'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재택근무를 실시 중인 KT 직원이 'KT 화상회의' 시스템을 이용해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사진=K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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