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국내에서 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전국은 과잉 공포에 휩싸였다.
이는 우한 교민 송환과 맞물려 일부 지역에서 님비(공공 이익에는 맞지만 자신이 속한 지역이 해당되는 것을 반대하는 이기적인 행동) 현상을 낳았고, 최근 확진자가 급증한 대구에 대한 혐오 현상으로 변질될 우려를 보이고 있다.
일부에서 시작된 ‘의료 님비’는 순식간에 천안 전역으로 번졌다. 천안에서는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천안이 지역구인 국회의원들도 절대 불가를 외쳤다.
결국 정부는 코로나19와 관련해 국내 송환한 교민과 유학생들을 천안 지역에 수용하려던 계획을 백지화했다. 지역민들의 거센 반발에 결국 백기를 든 것이다.
정부는 29일 국내로 송환되는 이들을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과 충남 아산 경찰 인재개발원에 나눠 격리 수용하기로 확정했다.
진천과 아산에서도 일부 반대가 있었으나, 정부의 설득과 여러 주민들의 노력 끝에 교민들을 환영하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이 같은 분위기는 지난 12일 귀국한 3차 교민들이 머무르고 있는 이천에서도 이어졌다. 진천, 아산, 이천시민이 보여준 모습은 포용과 화합이 공포심을 넘어선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최근 대구·경북을 겨냥한 혐오 조짐이 보이고 있다. 여기에는 코로나19에 대한 과도한 공포가 깔려있다.
24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최근 상황을 두고 대구를 영화 배트맨에 나오는 범죄도시에 빗대어 ‘고담 대구’라고 부르거나 “중국 우한처럼 대구도 봉쇄해야 한다”는 극단적 주장까지 여과 없이 공유되고 있다. 여기에는
앞서 19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대구 봉쇄 조치가 필요하다”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 같은 주장이 일부 포털 사이트에서 오르내리자 정부는 대구 봉쇄는 없다며 급히 진화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공포는 사회에 해(害)를 가져온다고 경고했다. 안종주 한국사회정책연구원 사회안전소통센터장은 “과도한 공포가 혐오를 불러 올 수 있다”며 “특정 지역이나 집단에 대한 혐오는 우리 사회에 아무런 이득이 없고, 해를 끼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