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표 분쟁은 법적으로는 해결 가능하지만, 기업명이 유사한 경우 해결 방안이 없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듀퐁(S.T. Dupont)'은 미국의 화학 회사 '듀폰(DuPont)'과 비슷하다. 그래도 이런 경우는 사업 영역이 완전히 달라 소비자 혼란은 크지 않은 사례다.
같은 업계에 속하면서 기업명이 비슷하면 혼란이 커진다. 제약 업계에는 삼성제약과 삼성그룹이 있다. 두 회사는 한글명, 영문명(Samsung)은 같고 한자는 다르다. 삼성제약은 '석 삼(三)'자에 '살필 성(省)'자, 삼성그룹은 '석 삼'자에 '별 성(星)'자를 쓴다. 이 같은 혼란은 지난 2011년 삼성그룹에서 바이오 사업을 시작하면서부터 가중됐다.
식품 업계의 삼양그룹과 삼양식품은 기업명 혼란의 사례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다. 두 회사 모두 식품 제조업을 하며 한글, 영문, 한자 표기까지 모두 같아서다.
양사 창립 연도는 1924년과 1961년으로 꽤 차이가 나지만 요즘 세대에게는 오래됐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실제로 삼양그룹이 실시하는 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9명은 삼양그룹에서 삼양라면을 만든다고 답할 정도다.
삼양그룹은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통해 회사 바로 알리기에 나섰다. 유튜브 채널에서는 아예 '오인지맨'이란 콘텐츠를 만들었다. 오인지는 잘못 알고 있다는 뜻이다.
해당 콘텐츠에서 오인지맨은 서울 시내를 돌며 삼양그룹에서 생산하는 제품이 어떤 것이냐는 질문을 시민들에게 던지며 보기를 제시하고 있다.
오인지맨이 제시하는 보기에는 △상쾌환 △설탕 △마스크 팩 △자동차 소재 △라면 등이 있다. 라면을 제외하고는 모두 삼양그룹에서 생산하는 제품들이다.
또 삼양그룹 인스타그램에는 해시태그로 '삼양그룹에는 라면이 없어요'라며 라면을 지우는 이미지가 걸려있거나, 상쾌환 사이에 있는 라면을 보여주며 '거슬림 참기 챌린지'라는 제목도 달려 있다. 모두 잘못 알고 있는 두 회사 사이의 관계를 바로잡기 위한 콘텐츠다.
삼양그룹 관계자는 "기업 간 거래를 위주로 하는 B2B 기업 특성상 일반 소비자에게는 삼양그룹 인지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며 "최근에는 B2B 기업도 소비자 인지도와 선호도를 높여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삼양그룹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