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웅 쏘카 대표가 "더 많은 젊은이들이 혁신의 꿈을 꾸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이 대표는 10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타다 불법 영업'(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 관련 결심공판 최후 변론에서 "카셰어링에 기사를 알선해 직접 운전을 하지 않고도 차량을 대여할 수 있도록 만든 타다 같은 서비스는 다시 카셰어링에 자율주행 장치를 추가한 자율주행차 카셰어링으로 발전해 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택시와 비교해 경제적 효과의 유사성이 아닌, 서비스의 법적·제도적·기술적 기반을 한번 더 살펴봐 달라는 의미다.
박재욱 VCNC(타다 운영사) 대표도 "타다의 근간은 데이터와 IT 기술이며, 이를 기반으로 사람들의 이동에 더 큰 편익을 줄 수 있다고 믿었다"고 밝혔다.
두 대표는 법정에 서 있게 된 현실에 대해 "안타깝다"고 표현했다.
이들은 "보다 많은 젊은 기업가들이 혁신을 꿈꿀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며 "한국 모빌리티 산업이 미래로 나아갈 수 있게 잘 살펴봐 달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검찰은 이재웅 대표와 박재욱 VCNC 대표에게 각 1년의 징역을, 법인인 쏘카와 VCNC에는 각 2000만원의 벌금을 구형했다.
법원의 1심 선고공판은 오는 19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중앙지법 508호에서 열린다.
다음은 이 대표의 피고인 최후진술 전문이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쏘카 대표이사, 이재웅입니다.
저는 기술로 사회를 좀 더 낫게 바꿀 수 있고 창업으로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대한민국과 세계의 여러 나라들에서 수백명의 젊은 창업가들에게 투자를 하고 돕는 이유는 그로 인해 세상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컴퓨터과학과 인공지능을 공부한 저 역시 26세이던 1995년 다음커뮤니케이션을 창업해 얼마전에 동아일보가 “한국기업 100년 ‘주요 혁신상품’ 10개 중 하나로 선정한 한메일넷 서비스를 만들었습니다. 기술로 사람들의 삶을 바꾸고 우리 나라가 인터넷 강국이 되는 미래를 열었다고 자부합니다.
저는 2008년 다음커뮤니케이션을 지속가능한 궤도에 올려놓았다고 판단해 경영에서 은퇴한 뒤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변화를 좀 더 크게 만들어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사회혁신기업에 투자하고 키우는 일을 해왔습니다. 지난 10여년간 투자한 사회혁신 기업들이 지속 가능하게 성장하면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며 임팩트를 만들어가는 것을 도우면서, 기업이 사회혁신의 중요한 축이 될 수 있다는 비전을 우리 사회에 꾸준히 제시해왔습니다.
그러던 제가 다시 창업한 계기는 우리 사회가 2000만대의 자동차 소유로 인해 생기는 환경적, 경제적 비효율을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워졌고, 공유인프라로 이러한 사회문제를 해결해 보고자 하는 마음에서였습니다. 데이터, 네트워크, 인공지능 기술을 결합하면, 언제 어디서나 이용자들이 필요할 때 저렴한 비용으로 공유자동차를 빌리고 반납하게 할 수 있고, 그렇게 카셰어링이 활성화되면 자동차 소유가 줄어드는 사회의 또다른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타다와 같은 카셰어링 기반의 기사 알선 서비스를 만든 것도 같은 생각에서입니다. 실제로 1만 4천여대의 쏘카와 타다는 많은 사람들의 일상이 되었고, 많은 수의 차량 소유를 대체하고 있습니다. 변화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재판장님,
대통령님과 정부는 법에서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지 않은 것은 다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포괄적 네거티브 정책을 여러차례 천명한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에서 명시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것만을 토대로 만든 서비스가 이렇게 법정에 서게 되어서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타다는 법에서 명시한 글자 그대로 11인승 승합차, 65세이상, 그리고 장애인에게만 대여자동차 기반기사 알선 서비스를 제공해서 지금까지 160만명이 넘는 이용자에게 사랑을 받도록 만들었고, 1만2천명에 이르는 드라이버에게는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었습니다. 택시와는 다른 대여자동차, 그 중에서도 카셰어링 기반의 모빌리티 서비스를 만들었습니다. 다른 많은 나라와 마찬가지로 모빌리티 기술기반의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으로 신산업이 등장하면서, 케이블TV, 위성방송이나 넷플릭스, 유튜브처럼 방송을 시청하는 경제적 효과는 유사하지만 실제 제공되는 법, 제도 기반이나 기술기반은 전혀 다른 경우가 많이 나옵니다. 97년도에 제가 만든 한메일 서비스도 경제적 효과는 당시 우편법에서 민간에게 금지하고 있던 서신교환과 유사했고, 미국의 우버나 구글의 웨이모 자율주행 차량서비스는 경제적 효과는 택시와 유사하지만 법, 제도나 기술기반은 대여자동차 기반 카셰어링 서비스입니다. 렌터카는 기술기반으로 카셰어링으로 바뀌어 가고, 카셰어링에 기사를 알선해서 직접 운전을 하지 않고도 차량을 대여할 수 있도록 만든 타다같은 서비스는 다시 카셰어링에 자율주행장치를 추가한 자율주행차 카셰어링으로 발전해 가고 있습니다. 쏘카도 올 여름부터 제주에서 자율주행 카셰어링 시범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으로 있습니다. 경제적 효과의 유사성이 아닌 그 서비스의 법적, 제도적, 기술적 기반을 한번 더 살펴봐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제가 오늘 법정에 서게 된 것이 한편으로는 안타깝지만, 또 한편으로는 참담합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사회는 혁신에 대한 시도를 포용하고, 혁신에 성공한 기업은 사회를 포용해야만 우리 사회가 지속 가능하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젊은 기업가들이 혁신을 꿈꿀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며칠 뒤면 제가 “즐겁게 세상을 바꾸자”가 모토였던 다음을 창업한지 만 25년이 됩니다. 25년이 흐르는 동안 과연 우리 사회는 얼마나 혁신을 꿈꿀 수 있는 사회로 바뀌었는지 의문입니다. 오히려 후퇴한 것 같아서, 혁신을 꿈꾸었고 그 혁신을 이루어낼 기회가 있었던 선배기업가로서 이 법정에 같이 서 있는 박재욱 대표를 비롯한 후배 기업가들에게 부끄럽기 그지없습니다.
저는 쏘카와 타다가 자리를 잡고 안정화되는 순간 혁신 생태계를 가꾸고 젊은 혁신가를 돕는 역할로 돌아갈 것입니다. 후배 기업가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좀 더 많은 이들이 혁신을 꿈꾸게 만들고, 좀 더 많은 기업가가 혁신으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그 가치를 사회와 나누는 여러가지 방법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재판장님,
더 많은 젊은이들이 혁신의 꿈을 꿀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포괄적 네거티브는커녕 법에 정해진 대로 사업을 해도 법정에 서야 한다면, 아무도 혁신을 꿈꾸거나 시도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사회가 법에 정해진 것은 정해진대로, 정해지지 않은 것들은 미래에 기반한 새로운 규칙으로 만들어 갈 수 있는 기회를 열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